Art & Fashion/패션 큐레이터의 서재

감각의 문화사-옷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먼 여정

패션 큐레이터 2016. 4. 26. 15:17



옷을 입는 것도 감각작용의 일환이다. 결국 한 시대의 복장을 살펴보려면 감각의 위계와 그 전개, 각각의 감각이 어떻게 육성되고 사람들은 구체적으로 그 감각을 어떻게 삶과 라이프스타일에 적용했는지를 배워야 한다. 이번 블룸스버리 출판사에서 나온 감각의 역사 시리즈 6권은 그 내용부터가 엄정하고, 참고용으로 옆에두고 글을 쓰기에 아주 좋다. 고대에서 2000년대 현대까지 시대별로 나누어 정리한 책이다. 고대에서 중세, 르네상스, 근대와 혁명시기, 현대까지. 신문에 매주 패션과 인문학에 관한 칼럼을 쓰면서, 매번 외국의 고문서 도서관을 갈 수 없는 내게는, 외국의 1차자료들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항상 비싼 값을 주고 서구의 학자들의 편찬한 논문집과 앤솔로지들을 산다. 이번 책들도 만족스럽다. 복식사를 더욱 폭넓게 가르칠 수 있는 소스가 될 것이다. 


패션이란 다양한 현상의 원천을 이해하기 위해, 도시의 역사, 미학, 몸의 역사, 인류학, 생리학, 취향의 사회학 등 각종 인접 학문들의 렌즈를 빌려 옷을 읽어야 했다. 물론 읽는 일은 아주 어렵다. 시간도 많이 든다. 하지만 보람이 있다. 우리의 옷, 한국적 패션 브랜드를 개발하는 데에도 이런 고전연구와 역사연구는 큰 도움이 된다. 이것이 없이 브랜드를 만드는 컨설턴트들이 있다. 자칭 자기 딴에 글좀 쓴다고 생각하는 에디터류들이나, 독립 디자이너들이 있는데, 이들이 끄집어내는 패션 브랜드의 정수에는 항상 근본이 없다. 


근본이 없으니 매사에 떨리고, 밀어부치는 힘도 없으며, 그냥 그때그때, 브랜드의 상위 관리자가 원하는 입감대로 채워주고 끝내고 만다. 이건 비단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한 한걸음 후퇴가 아니다. <넨도>나 <무인양품>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다. 말빨이란 것도 결국은 근본에 대한 철저한 천착에서 나오는 것이지, 대충 멋있는 말 몇마디 가져다 붙여놓고 컨셉 타령을 하면 안된다. 컨셉은 결국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로 부터 나온다. 인간의 욕망에 대한 깊은 연구로부터, 우리가 정립한 태도와 입장과 미학이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