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책 읽기의 황홀

유럽 도자기 여행-텍스트로 만나는 행복한 도자기와의 조우

패션 큐레이터 2016. 5. 1. 22:34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강의를 하다보면, 항상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들, 혹은 일상의 공간을 점유하는 모든 사물들의 기원과 시작, 전개과정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긴 그렇게 시작한 공부가 가구와 인테리어, 화장품, 옷. 각종 그릇들, 인형, 시계, 향수 등 다양한 영역으로 연결됩니다. 조용준씨의 도자기 여행은 그런 점에서 도자기에 대한 유럽의 문화사를 통합하고 정리하려는 아주 담대한 시도입니다. 같은 유럽이어도 동유럽과 북유럽, 서유럽의 도자기가 다른 것은, 포도가 각 지역마다 특성을 갖는 이유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필자가 글의 서두에서 말하는 떼루아는 포도의 육종과 선별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죠. 결국 어떤 산물을 만들어낸 지역과 풍토성,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협력품이란 점입니다. 책의 표지가 유독 눈에 들어왔던 것도, 최근 암스텔담을 비롯한 네덜란드 지역을 다니며, 배우게 된 델프트 웨어를 기점으로, 왜 유럽인들은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청색 타일과 청색 도자기들이 이리도 많았나 궁금했었거든요.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이 책은 아주 깊이있는 내용과, 더불어 지역여행의 팁들을 제대로 전달해줍니다. 특히 저처럼 로코코 시대를 포함하는 18세기의 문화사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겐, 로코코 시대의 아트 디렉터에 가까왔던 마담 퐁파두르의 섬세한 손길로 거듭난 세브르 도자회사에 대한 이야기는 다시 읽어도 흥미롭습니다. 서유럽편을 읽고나니, 동유럽과 북유럽 편으로 하나씩 그 내용들을 확장해 읽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