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책 읽기의 황홀

에밀졸라의 인간짐승-인간은 기차와 함께 떠난다

패션 큐레이터 2014. 9. 16. 23:06



언제부터인가 저는 발자크와 에밀졸라, 플로베르 이 3명에게 푹 빠져 있습니다. 

그들의 작품 속 세계가 제가 패션사를 공부하면서 가장 치열하게 본 시대이기 때문이죠

이번 문학동네에서 나온 <인간짐승>은 테레즈 라캥과는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네요. 저는 에밀졸라의 

철저한 관찰에 근거한 묘사와 서술을 사랑합니다. 마치 머리 속 거울로 프리즘을 통해 빛을 집광해 다시 나누듯, 

당시 기차여행의 일면들, 기차내부, 혹은 기차와 관련된 많은 양상들을 고스란히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라지요

인간사회에서 기차여행이 시작되면서, 표준시간이 제정되고 인간은 시공간을 돌파하는 존재가 됩니다. 

인간의 삶을 바꾸어놓은 힘이기도 하죠. 물론 정거장과 정거장 사이,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만들어진 장르가 추리소설이고 이 추리소설 장르는 기차여행의 발전과 궤를 같이합니다.


유독 추리소설 속 배경이 기차가 사용된 것은 이런 이유라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을 비롯하여 기차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이 많죠. 에밀 졸라의 

인간짐승을 몇 번을 더 읽어야 할지 모르겠네요. 어제 아마존으로 에밀졸라의 마공 루카르 전서 

20권을 다 샀습니다. 단손 3불.물론 번역서를 읽는게 더 편하긴 하겠지만, 비록 영문일지언정, 한국에 

여전히 번역되지 않은 부분들을 읽어가며, 이야기 전체의 서사를 훓어보는 즐거움도 크리란 생각을 해봅니다.

에밀 졸라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 박찬욱 감독이 좋아할만한 세계관이다란 생각이 들어요. 섬뜩함과 

스릴러가 그냥 요소가 아닌, 우리의 일상의 한 배면의 무늬를 이루고 있는 거 같아서요. 하긴 

죽은 자들을 둘러싸고 나오는 말들, 그들에 대한 무책임한 권력과 상실 앞에서 무너진 

이들을 볼 때마다, 섬뜩함이란 소설 속에만 있는 건 아니란 생각이 들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