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영감을 얻기 위해 떠나는 여행길. 이번 유럽여행에서 나를 사로잡은 곳은 암스텔담이다. 렘브란트와 베르미어를 넘어, 현대에까지 실험적 디자인과 건축으로 이름이 높은 네덜란드의 명성과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고 싶어졌다. 이렇게 작은 노출 하나만으로도, 한 도시의 심연을 헤집어보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는 것. 그것이 인간이 만든 발명품인 도시만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이번 큐레이터의 서재에는 네덜란드 관련 자료들을 사모았다.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에서 미술관 도슨트를 하며 다녔다. 암스텔담 미술관의 소장품에 대한 자료들이 거의 없다. 딱 한권. 자칭 미술관에서 그림을 읽어준다는 식의 자랑을 하는 이의 책도 봤는데, 안내서보다도 못한 수준이었다. 어느 한 사회가 또 다른 타자화된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문헌들이 충실해야 한다. 읽고 느끼고, 맛보고 할 수 있는 배경들이, 밑그림들이 충실할 때 우리는 우리자신을 둘러싼 또 다른 사회를 이해하며, 오늘의 우리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미술을 통해 네덜란드 주요 도시들의 발달사와 도시별 특징들을 공부하는 것을 넘어, 본격적인 네덜란드인들에 대한 인류학적 보고서와 디자인사, 패션담론에 관한 책들을 신청했다. 하나의 도시를 이해한다는 것, 그것은 공간과 관계맺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한다. 그래서 결국은 인문학적 지리학의 영역이 되고, 그 속에서 만든 다양한 산물의 형식과 미감을 연구하다보면, 디자인을 통해 생을 바꾼 이들의 면모들이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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