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큐레이터의 서재

패션, 재즈를 만나다-드레스로 읽는 재즈와 패션의 문화사

패션 큐레이터 2016. 1. 5. 18:27


패션은 참 다양한 영역과 교류한다. 학제간적일수 밖에 없는 운명의 소유자처럼. 패션현상을 비단 한 벌의 유물로서 연구하는 드레스 연구를 넘어 패션 연구로 발전하게 된 것은 이런 이유이리라. 3년전부터 음악의 집 강의를 나가면서 패션과 음악에 대한 연관관계들을 살펴보고 있다. 로코코와 모자르트 같은 판에박은 이해보다, 사실 현대음악과 패션이 어떻게 맞물려왔는지 살펴보고 싶은 의지가 더 컸다. 샤넬과 스트라빈스키의 교류는 그런 거대한 역사의 작은 일부일 뿐이다. 

락 뮤직과 패션은 빼놓을 수 없는 연결지점이다. 재즈는 어떨까? 이번에 출간된 패션과 재즈Fashion and Jazz는 19세기 후반 태어난 재즈가 인종차별과 같은 혼란의 시기 속에서 어떻게 주류의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는가를 살펴본다. 힘든 시기였기에 재즈연주자들은 더더욱 패션을 언어로 받아들여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공고히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들에게 패션은 재즈란 하위문화를 지키고 육성시켜나가는 집단의 정체성을 견고하게 연결하는 일종의 핀이었다. 새로운 패션과 스타일의 미학은 곧 자신들의 음악에 투영되었고, 백인과 구별된 요소들은 자신들을 또 다른 메인스트림으로 사회적으로 구성하는 시각적 도구였다. 

패션과 재즈, 흑인들의 댄디즘을 연구한 서구의 연구서들은 꽤 있다. 특히 미국 내 아프로 아메리칸의 댄디즘을 초상화를 통해 연구한 책이 인상깊었는데 브룩클린 미술관에선 이 전시까지 선보이기도 했다. 재즈와 복식이 가진 사회 정치적 연결고리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책인듯 싶다. 빌리 홀리데이와 엘라 피츠제럴드, 루이 암스트롱과 쳇 베이커 등 한국에서도 이미 알려진 재즈 연주자들의 자서전이나 관련 도서는 많다. 하지만 음악가로서의 면모에만 초점을 맞춘 터라, 사회적 영향력과 정체성의 문제를 세밀하게 살펴보는 책은 많지 않았다. 좋은 독서가 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