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고려대학교 행정대학원 특강-인간을 창조하는 기술

패션 큐레이터 2015. 10. 7. 00:52



대전에 다녀왔습니다. 고려대학교 행정대학원의 최고위 과정 특강을 했습니다. 패션이란 영역은 항상 패션잡지의 화려한 세계에 덮혀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숨쉬고 생각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패션이라는 것을,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패션강의를 할 수록 강의를 듣는 층이 두터워지고 깊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패션회사와 관련 기업을 넘어, 소비재를 다루는 기업들과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영역의 독자들이, 강의를 듣는 일입니다. 


정책입안자들과 실무자들 중에 패션에 대해 깊은 이해가 있는 이들이 있을수록, 패션이란 한 사회의 구성영역이 더욱 심도깊게 편제되지 않을까요? 맨날 패션이란 영역을 한정된 세계에 가둬놓고 스스로 살다보니, 우리는 어디에 대고 말도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그게 패션계에요. 단체랍시고 만들었지만 어디 논리를 내세워 제대로 대중을 설득하지도 못하고 그 와중에도 어른 대접 받고 싶어 하는 이들은 자기 작업 소개하기나 바쁩니다. 먹고 살기 바쁜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자신들이 사는 일종의 필드를 풍성하게 할 생각도 못하고 사니, 맨날 받는 대접의 수준이 낮았던 거지요. 


올해는 마지막까지 강의를 열심히 뛰려고 합니다. 국회에도 가고, 정치인도 만납니다. 씽크탱크인지 이런데 자문으로 오라해서 감히 할 생각도 합니다. 지금 정말 이땅의 패션계에 필요한 것들, 정책적 입안이 필요한 부분들, 특히 패션관련 법과 지적재산권 분쟁에 대한 권리영역의 한계설정 등 풀어야 할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지난번 서울시와 장시간 회의를 하면서도 느꼈었어요. 각자 다른 언어를 쓰는 집단이 모여서, 권리와 자신의 이해에 관해 말할 때, 얼마나 엉뚱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지를 말입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패션계 외부의 다른 이들이 패션이란 영역을 '손쉽게' 치부하지 않고 문화영역의 도트를 연결하는 지점이 된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지난번 영국의 저명한 패션 디자이너인 비비엔 웨스트우드가 총리관저를 향해 탱크를 몰고 갔다지요? 환경에 대한 그녀의 철학이 패션을 통해 세상과 통어하고 싸우고 화두를 붙잡는 모습은 언제든 보기가 좋습니다. 이 나라에도 이런 디자이너가 나오면 하고 소망해봅니다. 저도 작은 견인차 역할을 하면 좋겠네요. 오늘 수업에 함께 해주신 고려대학교 행정대학원 원우분들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패션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