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런웨이를 읽는 시간

데님의 황홀한 외출-바바라 부이의 2014년 S/S 컬렉션 리뷰

패션 큐레이터 2014. 2. 20. 08:21


런웨이를 보는 순간 눈을 뗄수가 없었습니다.

2014년 벽두를 알리는 프랑스 출신의 디자이너 바바라 부이의

춘계 패션쇼 자료들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바바라 부이는 베트남계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출생부터 문화적 혼종성을 경험할 수 있는 배경을 갖고 있죠.

원래 미학을 공부하던 학생이었고, 옷을 만드는 일보다는 글을 쓰고 비평하는 일에 더욱

매진했던 그녀는 자신이 매일 글로 묘사하던 패션에 대해, 그 물질성을 손으로 

만져보고 현실 속 실제로 만들고 싶은 욕망에 빠지게 됩니다. 그렇게 

그녀는 패션계에 진입해서 자신의 이름을 건 사업을 시작하죠.



이번 컬렉션에는 데님을 소재로 한 디자인만 20벌이 넘게 선보였다고 합니다.

과거 관능미를 주 테마로 삼았던 디자이너는 이번에는 데님을 이용해

꽤나 서정적인 느낌의 옷들을 런웨이에 내놓습니다. 



노동자와 청년, 저항문화를 상징하던 데님이 디자이너들의 손을 

통해 오트 쿠튀르의 향연에 올라간 지도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샤넬의 

칼 라거펠트가 샤넬수트와 함께 코디를 시키기도 했고, 디자이너 요지 야마모토는 

데님의 올을 하나씩 다 풀어헤쳐서 몽실몽실하게 피어오르는 느낌을 옷에 

부여해 데님의 새로운 차원들을 보여주었죠. 이번 바바라 부이의

디자인도 그러한 데님 디자인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데님에 패치워크 기법과 프랑스 장인들이 사용하던 자수기법에서 

기원한 오려붙이기 방식을 이용해 고급스런 느낌의 의상으로 전화시킨 것이죠.



패션은 실루엣과 색, 소재를 이용해 세상과 통어하는 

퍼포먼스입니다. 여기서 퍼포먼스란 단지 무대 위에 펼쳐지는 

공연이란 뜻이 아닙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기존의 생각의 틀을 깨기 위해

집단으로 개입하고 변화시키며 그 양상을 즐기는 행복한 사건이란 뜻입니다. 그래서 

멋진 것이고요. 특정 소재에 담긴 사람들의 판에 박은 생각들, 사고들을 

디자인의 힘을 통해 전환하는 용기는 얼마나 멋진가요?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은 '나는 청바지를 입은 채 죽고 싶다'며

데님에 대한 그의 뜨거운 열정을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은 자신이 청바지의 창안자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한탄하곤 했답니다. 정숙미와 성적 매력, 여기에 단순함이 주는 우아함까지

디자이너가 평생을 옷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모든 가치를, 데님이 갖고 있었다는 뜻이겠죠.

그런 의미에서 이브 생 로랑이 말한 저 세 가지 매력을 이번 바바라 부이는 프랑스의

전통 공예기술과 텍스타일 기법을 통해 한층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데님 재킷과 바지, 한번쯤 시도하고 싶지 않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