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런웨이를 읽는 시간

마르니MARNI 2014 컬렉션 리뷰-정갈함의 미학을 얻기 위해 필요한 것

패션 큐레이터 2014. 2. 9. 00:07


오랜만에 컬렉션 리뷰를 써봅니다. 그만큼 최근에는 개인적인 문제로 

바빴습니다. 결혼준비와 더불어 신간<댄디, 오늘을 살다>를 내면서 마케팅도

해야 했고요. 책이 나온지 3일 밖에 안되기 때문에 지금도 열심히 촉수를 세우고 언론의 

리뷰와 평가들을 읽고 있지요. 그러던 와중, 이번 2014년 봄/여름 컬렉션을 발표한

마르니 MARNI 브랜드의 옷들을 봤습니다. 예전에는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던

브랜드였는데, 이번 컬렉션은 유독 제 눈을 끌었습니다. 왜일까요?



잘 아시다시피 이탈리안 패션 브랜드인 마르니는 1994년 콘수엘로 카스틸리오니가

만든 브랜드입니다. 남편이 하던 모피 사업을 확장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혁신적이고 가벼운

모피 디자인으로 인정을 받았고 이후 여느 패션 하우스처럼 다양한 패션 상품의 확장을 통해 인지도를

얻고 있죠. 유러피안 보헤미어니즘(European Bohemianism)을 주요 미학적 특질로 삼아서 강력한 색의 덩어리를

충돌시키거나 혹은 빈티지 풍의 무늬들을 나열하는 디자인으로 대중들의 인기를 얻었었습니다. 



사실 마르니의 디자인은 펑키하다는 느낌을 발산해왔고 지금껏 그런 브랜드로

인지하고 있었는데요. 이번 컬렉션은 매우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정갈하게 풀어내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최근들어 빈티지 풍의 무늬작업을 억누르고 유연하게 유행적 요소들을

삽입하려고 노력하는 거 같아요. 마르니의 장점이라면 역시 옷의 질감을 병치시켜서 옷 

자체가 신체와 부대낄때 내는 소리들의 중요성을 잘 살려왔다는 점일 겁니다. 



개인적으로 첫번째 오렌지색 상의와 리본 벨트, 카키색

하의를 입은 모습이 눈에 쏙!



앞에서 이야기했듯 마르니 디자인의 미학을 구성하는 것들 중에는 

색을 블록으로 구성하는 컬러 블로킹이 있었습니다. 한 가지 색의 덩어리를 

이어붙인 상태로 하여 전체를 만드는 디자인이죠. 톤 온 톤이라고 해서 색감의 톤

이 서로 다른 값을 가질 때, 이것을 균형감있게 배치하는 기술을 말하는 것인데요. 이걸로 

유명했던 브랜드가 이번에는 색의 연출을 피하고, 상당히 안온한 느낌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무엇보다 컬렉션 전반에 나타난 특징은 실루엣들이 구조와 해체를 

반복하면서 새롭게 입는 이의 특성에 따라 주름과 꼬임, 엮음을 바꿀 수 있다는 점입니다. 



흑과 백, 여기에 초록색으로 된 페루식 목장식이 좋아보입니다.



옷의 질감과 물성을 중력에 따라 자연스레 지면에 떨어지도록 하여 

꾸미지 않은 듯한 매력을 발산하는 것이 마음에 듭니다. 



마르니의 장끼인 모피를 부분적으로 삽입하여 디자인한 작품들도

눈에 들어오고요. 



올 2014년 봄/여름 컬렉션의 한 특징인 원시주의가 찬연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원시주의가 등장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닙니다. 1920년대 예술가들과 패션 디자이너들이

협업을 통해 초기 자본주의에 질식된 세상에 대한 저항의 메시지를 단순화된 패턴의 자연과 원시성

으로 드러냈듯,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조건과 상황에는 명쾌하게 사회를 인식할 무늬들이

사뭇 필요하다는 뜻이 아닐까 싶어요. 개인적으로 첫번째 옷은 제 친구에게 사주고

싶더라구요. 이런 느낌을 잘 소화하는 친구거든요. 이번 컬렉션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