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필로소피아

명품브랜드의 광적인 애마부인 집착, 그 이유는

패션 큐레이터 2014. 1. 7. 03:19

 

 

 

승마, 여자들의 마지막 럭셔리


2014년 애버뉴엘 1월호 송고를 마쳤습니다. 잡지를 받아보았습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말과 모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에버뉴엘의 테마는 바로 승마문화입니다. 세계적인 명품들은 하나같이 승마문화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에르메스와 루이비통이 말 안장을 만들던 회사에서 출발한 것임을 모르는 분은 없을거구요. 이는 차치하더라도, 론진이나 롤렉스 같은 시계 명품 회사들 조차도 세계적인 승마대회의 주요 후원자들이고 각종 대회의 타임키퍼로 활동하고 있지요. 


중요한 건 서구의 승마문화(Equestrian Culture)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왜 서구의 명품 회사들이 단순하게 승마대회의 후원을 넘어 말의 모티브를 디자인에 원용하고 지금껏 열심히 적용해왔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번 에버뉴엘에 보낸 기사는 바로 이런 문제를 문화사를 통해서 풀어보고자 했던 시도입니다. 각종 패션 회사들이 차별화를 위해 멋진 단어들을 나열합니다. 쉬크하고 엘레강스하고 어떻고, 자세히 들어보면 사실 우아함의 전형은 특정 브랜드만의 것도 아닐 뿐더러, 그 브랜드만의 보편성을 나타내지도 못하지요. 그런데도 우리는 이상하리만치 동어반복을 참 잘합니다. 


 

구찌의 대표적인 디자인 모티브인 홀스빗을 한번 보세요. 말 그대로 말의 입에 물리는 재갈입니다. 그 형태를 지금껏 주요 디자인의 요소로 사용하고 있지요. 중요한 건 디자인 모티브가 탄생하게 된 계기와 더불어, 이것이 어떤 문화적인 의미들을 갖고, 적어도 서구인들에게 각인되어 있기에 디자인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가를 아는게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에 대한 이해가 워낙 일천하고 해석도 얄팍하기 일쑤죠. 


왜 그럴까요? 패션을 분석하는 것이 그저 스타일을 묘사하는 수준에 머물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컬트가 되어버린 브랜드를 분석할 때도 이런 실수를 자주 범합니다. 이미 있는 것을 추상적인 어휘로 풀어내면서 현재의 성과에만 초점을 맞추는 일을 잘하는 거죠. 그런데 이런 식의 접근으론 브랜드의 본질, 무엇보다 본질이라 함은 소비자들에게 왜 이 브랜드가 각인되고 사랑받게 되고, 사회 각계각층에 펴져서 혁신을 만들었는지 설명을 못한다는 것입니다. 



2011년 에르메스의 봄/여름 컬렉션 디자인을 맡았던 프랑스의 패션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의 작품입니다. 여기에도 에르메스 특유의 홀스빗 문양들이 그대로 새겨져있죠. 이런 디자인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구에서 귀족들에게 승마문화란 어떤 의미가 있었는가를 아는게 중요합니다. 말 그대로 귀족이 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었죠. 그것은 단순하게 말을 타는 기술을 넘어 일종의 인문학적 교육의 일환이었다는 점입니다. 


말을 타보신 분들은 압니다. 척추를 곧게 하고 어깨를 바로하지 않으면 승마 후, 말이 앞으로 나가질 않죠. 그만큼 말이란 동물과의 교감과 이를 다스리는 부분이 쉽지 않습니다. 말을 길들이고 자신의 후견인처럼 쓰는 문제는 용인술의 문제이기도 했죠. 동물의 충직함을 인간의 품성과 연결지어 사유했던 근대 초기, 말은 충직한 신하의 비유이기도 했고요. 서구에서의 승마문화와 디자인의 적용이란 부분에 대해 이번 에버뉴엘 1월호를 참고하세요. 승마문화에 대한 논문들을 읽어내느라 쉽지 않았지만 매우 보람있는 작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