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날, 성균관대에서
성균관대에서 열린 JP 모건 CEO 특강이 끝나고 학생들과 커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패션의 인문학 강의를 통해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메시지는 항상 동일합니다. 복식사를 그저 옷의 역사가 아닌, 시대별 라이프스타일과 소비자들의 열망의 구조를 배우는 지식의 체계로 써보라고요. 그러다보면 경영학과 광고, 혹은 소비자들을 대면하고 상품기획을 하는 이들에게 꽤 좋은 지식의 체계가 된다는 것입니다. 맨날 기업강의만 다니다가, 매일경제가 후원하는 기회로 학생들을 만나니 참 좋습니다. 요즘 취업이 어렵다보니, 대학 2학년생의 질문도 취업과 꿈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한편으로 자신의 꿈을 빨리 발견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것도 좋지만 청춘의 모든 꿈이 취업이란 두 음절의 명제에 복종당하는 것 같아서 항상 안타깝습니다. 한국사회에서 20대의 비자발적 취업포기비율이 높게 나오는 것, 이런 사실들을 신문을 통해 확인할 때마다 이미 기성세대의 길에 접어든 저는 죄송한 마음만 가득합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란, 학생들을 만나 그나마 공부한 영역에 대해 질문과 답을 하는 것일 뿐.
문제는 이러한 실업의 문제를 사회는 악랄할 정도로 개인의 차원으로 환원하고, 모든 건 너네 자신의 문제로 돌려버리는 구조가 더욱 견고해졌다는 것입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란 책을 싫어했던 이유는, 청춘이 왜 아파야 하는지에 대해, 사회구조적으로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게 당연하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지는게 싫어서였습니다. 이건 분명 앞선 세대의 잘못이고 이 아이들에게 이런 상처를 주는게 절대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저입니다.
항상 그랬듯, 대학에 적을 두고 가르치진 않지만, 강의를 기회로 학생들을 만날땐 열심히 밥을 사고 차를 삽니다. 당연합니다. 지금의 친구들이 약간 풀이 죽어 있긴 하지만, 저들은 멋진 사회인이 될 것이고. 제가 찾아낼 수없는 20대의 하위문화에 대해 언제든 무의식중에 알려줄 수 있는 좋은 레퍼런스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에게 투자해야 하고, 그들의 말을 들어야 하며, 저의 한없이 부족한 경험을 나눌 뿐입니다. 고도성장기의 혜택을 받은 세대와, 저성장기의 상처를 껴안고 살아가는 대학생들의 대화는, 여전히 먹고 사는 문제로 힘이 듭니다. 더욱 화나는 건, 이것을 해결할 정치적 힘 마저도 그 동력을 잃어버렸다는 점일 것입니다. 어느 당을 지지해도, 그들의 삶의 지반을 올려줄 수있는 것은 없다는 것, 그런 슬픔을 안고 살아야 하는 세대에게 기성세대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지만, 한 개인의 속상함 밖에는 돌려줄게 없어 안타깝습니다. 10월의 마지막 날, 그래도 저는 이 만남이 고맙습니다. 우리 자주 연락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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