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에버뉴엘 11월호 송고를 마치고-기억되는 색을 위하여

패션 큐레이터 2013. 10. 30. 11:24


11월호 에버뉴엘에 특집기사를 송고했습니다. COLOR TALKS란 표지의 

부제가 말해주듯 이번호의 관심은 온통 색입니다. 저는 각 브랜드를 대표하는 

시그너처 컬러가 인간의 역사에서 어떻게 탄생하고 어떤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는지 

풀어내보려 애썼습니다. 제목은 <기억되지 않은 것은 색이 아니다>입니다. 


저는 파버카스텔과 에르메스가 협업해서 만든 필통을 항상 들고 다닙니다. 

여기에는 물론 파버의 연필이 깔끔하게 손질되어 들어있지요. 종이 위에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생각들을 끄적거리는 기쁨, 글을 쓰고 나서 지쳐있을 때마다 저 오렌지빛이 힘이 

되었습니다. 에르메스의 오렌지와 티파니 블루의 본질을 밝혀본 글입니다. 


패션잡지에 글 쓰는 걸 굉장히 꺼려했던 저였습니다. 그런데 되짚어보면 

'이번 커밍시즌 패피들이 겟해야 할 머스트 해브' 류의 문장들이 난무하는 패션 잡지를 

비난만 하기보다, 차라리 심도깊고 아름다운 우리말로도 충분히 패션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이 

달콤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글을 쓴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봤습니다. 그 첫 시도인 셈이죠

그렇게 저 만의 땅을 한뙈기씩 늘여가다보면, 누군가는 제가 복토하는 작은 땅에 

와서 쉴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렇게 제 땅에 들어와 쉬는 이들이 늘수록 이 땅의 패션 

저널리즘도 더욱 심도깊은 세계를 구축할 수 있을 거라고요.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