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큐레이터의 서재

패션과 대중문화, 왜 그들에게 주목해야 하는 이유

패션 큐레이터 2013. 7. 5. 06:00

 

 


패션, 대중문화를 이해하는 코드


매일 매일 옷장 앞에 서서 망설입니다. 입을 옷이 없다고 투덜대지요. 하루의 삶을 위해 옷을 선택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세월속에 하나씩 쌓은 옷장의 내용물은 곧 우리자신에 대한 소중한 이야기를 담지요. 청바지와 잘빠진 콘서트 티셔츠를 입는 문제, 혹은 쓰리피스 정장에 윙팁 구두를 갖춰신는 일은 결코 시시한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우리자신을 장식하고, 착장하는 방식과 철학은 우리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표명입니다. 이번에 아마존에서 산 대중문화 속 패션Fashion In Popular Culture는 아주 만족스러운 책입니다.


최근 패션 스터디의 영역은 인문학과의 결합을 통해 점차 그 판로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 책만봐도 필자들이 의상학 전공자들이 아닙니다. 문학, 예술, 광고, 음악, 매체연구, 물질문화, 사회학등 다양한 학문적 영역의 연구자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패션을 둘러싼 문화의 양상들을 풀어가고 있죠. 게다가 지리적인 영역도 유럽에 머물지 않고 호주, 미국등 다양한 장소를 포함시킴으로써, 패션의 장소특유성(Site-specific)을 고려한 담론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레이디 가가의 패션을 게이/레즈비언 커뮤니티에 대한 이해를 위해 예시로 들기도 하고 근대 디자이너들의 자서전의 서술방식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디자이너의 지식과 시대에 대한 향수를 교묘하게 사용하는 전략도 살펴봅니다. 검정색 가죽재킷과 남성성의 의미를 묻는 논문도 잇고, 패션사진을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읽어내는 글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통해 패션을 테마로 하는 흔히 칙릿의 문제점을 짚어내는 논문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최근 구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패션이론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습니다. 관련 저널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고요. F.I.T의 패션 큐레이터인 발레리 스틸이 자문단으로 있는 패션 매거진을 보고 한편으론 놀랐습니다. 패션을 철학화할 수 있는 사회, 그 사회는 분명, 지금 그저 연예인 옷차림, 셀럽, 패셔니스타와 보그체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사회와는 다를 것입니다. 인문학은 항상 언어의 빚을 지고 사는 것이고, 결국 빚이란 것은 읽고 사유한 몫만큼 사회를 향한 우리 전체의 행동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동기부여를 시켜줄 언어조차 우리 스스로 자생적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으니 문제인거죠. 그래도 해봐야죠. 그걸 하기 위해 지금껏 이곳에서 여러분과 만나왔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