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부터 계속되는 목감기로 계속 목이 잠겼습니다.
강의를 하기도 쉽지 않아서 기업체 강의만 5개로 한정하고 많이
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의외로 신산한 겨울 날씨에 몸을 감쌀 머플러를
하나 사서 목과 팔 전체를 편안하게 안아내봅니다. 확실히 나이가 들어가는 걸 겨울 한기를
체감하는 몸의 반응에서 바로 느낍니다. 예전에는 방한과 관련된 패션 소품들을
거들떠 보지 않았는데요. 이젠 정말 많은 무장이 필요해지더라구요.
예전 전시를 통해 만났던 텍스타일 작가 김민정의 새로운
작업을 봤습니다. 텍스타일은 단지 한 장의 직물을 짜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의 노래이며, 그 직물로 몸을 감싸게 될 인간을 배려하며 그의 상처를
감싸는 영혼의 움직임이지요. 직물의 역사는 인간의 수작업, 무엇보다 손의 정신을 우위에 둔
정신적 활동입니다. 이 베틀에 관한 수많은 문화적 의미들을 담은 신화들이 아프리카
지역에는 존재합니다. 신은 곧 베틀이고, 그 씨실과 날실의 움직임은 영혼의
가교 그 자체였지요. 겨울날 저의 추운 목 부위를 안아주는 저 머플러
도 제 몸과 외부의 한기 사이에서 저를 보호해주는 가교입니다.
작가는 이번 작업에서 자카드 직조기를 통해 색과 색을
교차하는 머플러 작업을 했습니다. 자카드가 컴퓨터의 모태가 된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매우 드뭅니다. 컴퓨터의 입력 시스템을 역사적으로 보면 초기의
천공체계가 바로 이 자카드에서 빌려온 것들인데요. 이 자카드는 200여년에 걸쳐 다양한 기능을
포섭하며 사진 이미지도 정교하게 제직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만큼 1800년대
중반에 나온 전통 자카드 직조기는 생산성의 저하로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는데요.
작가는 일본 군마현(群馬県) 기류(桐生)에서 50년대 일본 스토우(ストウ)사
가 만든 자카드 직조기를 이용, 독특한 텍스처 작업을 보여줬습니다.
이미지의 직물은 경사는 실크, 위사는 울강연사(꼬임이 강한 실)와
캐시미어를 사용하였습니다. 염색과정에서, 위사에 사용된 울강연사에 의해
독특한 텍스춰가 나타납니다. 한 장 한 장이 머플러로서 완성품의 길이는 220cm 입니다.
300g이 넘지 않으며, 직조물이지만 편물에 사용하는 캐시미어실을 사용하였으므로 굉장히 가볍고
따뜻합니다. 주황과 하늘색의 긴 직물 역시, 기획 제직한 후 그라데이션으로 염색했습니다.
소재는 경사는 실크, 위사는 면강연사입니다. 씨실과 날실이 교차하며 직조하는
세계는 각자의 세계에 다른 색을 입힘으로써, 색다른 그러나 미묘한
질감의 세계를 토해냅니다. 그 세계는 또한 인간을 안아내죠.
실의 세계는 곧 인간이 만나고 조우하는 세계의 은유입니다.
누구를 만나고, 누구에게 영향을 받느냐에 따라, 그 세계의 빛깔이
바뀌는 것이지요. 그녀의 텍스타일 작업에서 발견하게 되는 삶의 작은 지혜랄까요.
직조는 그 무엇보다 동일한 행위를 반복해야 하기에 고단하고 때로는 힙겹기도 한 행위입니다.
상처를 주고 또는 상처를 받고, 그러나 또 그 속에서 희망을 꿈꾸는 인간에게, 오늘도
한 장의 직물은 인간의 삶을 찬연하게 비추어주는 군요.....겨울날씨가 차네요.
내일은 광주로 내려가 교대에서 선생님들 앞에서 강의를 합니다.
열린 교육의 지평을 옷으로 풀어내보길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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