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캘럽 빙엄 <한 표 부탁> 캔버스에 유채
92.71 x 105.41 cm 1852년, 넬슨 엣킨슨 미술관 소장
정치는 희망을 잉태하는 캔버스
10월 26일 서울시장 선거가 있습니다. 27일 뉴욕 출국 전 맞춰 선거를 할 수 있어 기쁩니다. 그림으로 세상을 읽는 시간, 오늘 소개하는 그림은 19세기 미국회화의 거장, 조지 캘럽 빙엄이 그린 <한 표 부탁>입니다. 조지 캘럽 빙엄은 전국 단위로 알려진 최초의 미국 화가였습니다. 판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민주주의의 정당성에 대해, 철저한 교육을 받았던 작가답게 미주리 주의 정치적 풍경을 활발하게 담았습니다. <한 표 부탁>의 원제는 Canvassing for a vote입니다. 영어에서 Canvassing 은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지역구를 훑는 행위를 말합니다. 선거유세가 옳은 표현이죠. 이 작품은 민주주의 체계에 대한 작가의 견고한 믿음을 보여줍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이 그림 속에 투표의 필요성을 말하기 위한 회회적인 장치를 집어넣었습니다.
아프니까 유권자라고?
그림 속 배경은 화가의 고향인 미주리 애로우 락입니다. 그림 속 이야기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4명의 사람을 보세요. 실크햇을 쓴 남자는 후보자이고 나머지 세 사람은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입니다. 자세히 보면 창가를 향해 등을 돌린 한 남자의 모습이 보입니다. 왜 작가는 그의 모습을 그림 속에 넣었을까요? 유권자의 정치적 환멸과 무관심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였죠. 또 자세히 보면 길바닥에 배를 붙이고 졸고 있는 개가 보일 겁니다. 이것은 '노예근성'에 대한 비판입니다. 당시도 지배층과 여권은 유권자들이 정치적 이슈에 대해 '잠자코 있길' 바랬습니다. 그저 던져주는 먹이나 먹으며 비판보다는 온건이란 미명의 '졸음'에 빠져 투표라는 권리를 포기하길 원했죠. 화가는 이런 이유로 유권자들을 개에 비유했던 것이죠. 이 그림에서 압권인 것은 말의 엉덩이를 후보자의 얼굴 가까이 동일 선상에서 묘사한 것입니다. 쉽게 말 바꾸는 정치가들의 속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정치적 포기는 '쿨(Cool)'이 아닙니다
선거전이 상대에 대한 네거티브로 얼룩졌습니다. 네거티브를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에 대한 항의보다, 네거티브를 시작한 쪽이 왜 이 전략을 쓰는지 알아야 합니다. 기존 정당과 정치에 대한 환멸은 새로운 얼굴과 정책의 투명성을 요구합니다. 이때 네거티브를 통해 상대를 헐뜯게 되면 '결국 달라질 건 없다'는 자조섞인 감정을 만들어냅니다. '다 똑같은 것들'이란 근거가 희박한 동일시와 만나는 순간이지요. 바뀔거 없는 세상, 우리가 이깟 한 표를 행사한다손 무슨 변화가 있을것인가란 자조. 이 자조에 젖어든 유권자를 화가는 '개'에 비유했다는 걸 기억하세요. 네거티브란 결국 '검증'이란 미명아래 우리의 심층 속 패배의식에 초점을 맞추고 쏘는 화살입니다. 우리 안의 패배의식을 맑은 가을 하늘 아래 끄집어 내어 말려보세요.
정치권력을 무릎 꿇게 하는 힘은 투표에 있음을 배울 때입니다. 환멸을 이유로 한 권리 포기를 '쿨'한 것으로 포장해선 안됩니다. 우리 안의 패배의식을 자위하는 수사에 불과하니까요. 전두환의 군사독재를 끝낸 것도 85퍼센트가 넘는 투표율이었습니다. 이 땅에는 투표율이 낮기를 소망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투표율이 낮을수록 정치집단은 유권자를 깔 볼 뿐입니다. 투표율이 높다는 것은 결과에 상관없이, 패배의식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의지를 선연하게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Be under canvas라고 하면 '항해 중'이란 뜻이랍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의 믿음도 항해 중이죠. 후보자들이 표를 얻기 위해 지역을 돌아다니는 것도 Canvas 이듯, 그 희망의 캔버스에 믿음을 투여하는 것, 그 자체가 투명한 정치를 위한 항해에 나선 뜻이니까요. 서울시장 선거가 우리 정치사의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보궐선거가 되길 희망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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