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너희가 징용을 아느냐?

패션 큐레이터 2011. 10. 12. 02:51

 

 

김재홍 <모자상> 1999년 캔버스에 아크릴릭 69 *122cm

 

신지호 의원, 역사를 함부로 쪼개지 마라

 

취중방송으로 유명세를 탄 뉴라이트 사무총장 출신 신지호 의원, 볼수록 가관입니다.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년전 할아버지에게 강제 징용 영장이 날아와 작은할아버지가 강제 징용을 가게 됐다는 박원순 후보의 해명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합니다. "할아버지 대신 징용을 갔던 작은할아버지가 행방불명된 후, 작은할아버지 호적에 양자로 입적, 결과적으로 보충역이 됐다"는 박 후보의 해명에 대한 반박이었습니다. 역사적 사실 마저 호도하는 현 국회의원의 웃기지도 않은 역사인식에 대해 분명히 못을 박고자 오늘 글을 올립니다. 신지호 의원의 마음이 한편으론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취중방송으로 인한 국민들의 공분, 이로 인해 대변인 자리도 사퇴를 해야 했지요. 절치부심 끝에 마타도어를 맡은 건 좋은데, 상대를 공격하더라도, 그것이 역사적 팩트에 어긋나는 것이라면 고쳐야 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41년에 할아버지에게 징용 영장이 날아왔고, 동생인 작은 할아버지가 형을 대신해 사할린에 강제 징용됐다는 것은 역사적 허구로, 역사적 사실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 거짓"이라며 "결국 병역 면탈을 노린 반사회적 호적 쪼개기임이 더욱 명백해졌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역시 여우같은 신지호 의원, 나름 머리를 굴려 '뉴라이트 논리'로 보이지 않기 위해 '모집'에 의한 징용론을 펼치지요. 한 마디로 자발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모집에 응한 것이라는 겁니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지요. 이 땅의 정신대 할머니들을 폄하하던 뉴 라이트가 툭하면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말하는 동일 논리입니다. 그러나 국무총리실 산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등지원위원회' 에서는 "정확히는 38년 4월부터 일본에 동원령이 내려졌고, 이후 44년까지 조선인이 꾸준히 징용되었으며 41년도에도 사할린 강제 징용자가 있다"고 명확하게 역사적 근거를 재 확인시켜주었습니다.

 


 

김재홍 <거인의 잠-길-Ⅴ> 133×91 캔버스에 유채 2004

 

"43년 이전에는 강제징용이 없으므로 박 후보의 작은 할아버지가 강제 징용된 것은 거짓말"이라는 신 의원의 논리 자체가 틀린 셈입니다. 우리는 강제징용이란 표현을 씁니다만 사실 이 표현도 틀린 표현입니다. 징용 자체에 강제성이 부과된 것이기 때문이지요. 더욱 화가나는 것은 군미필자 정권인 한나라당에서 왜 이렇게 군대 문제를 가지고 네거티브를 하는지 의아하단 것입니다. 오히려 시골에 사는 노인층의 촌부들도 이 문제에 대해서 '구술사와 기억의 역사'를 통해 당시의 사건들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 부분을 드러내봐야 '그랬구먼, 그때는 그런 이들이 많았지'하고 오히려 공감을 하게 되거든요. 선거판에서 이기겠다고 네거티브를 내놨는데, 오히려 노년층에선 공감만 사게 생겼습니다. 역시 신지호 의원은 나경원 의원의 엑스맨이 맞나 봅니다.

 

그에게 권하는 화가 김재홍의 그림들

 

김재홍 선생님의 그림을 볼 때마다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잠든 초로의 장인어른의 몸에서 이 나라의 질곡의 역사를 읽어낸 그는, 인간의 육체에 굵게 패인 금들의 흔적을 쫒아가며,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에 대해 타이릅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이 땅의 산하는 때로는 피를 흘리고 눈물 지으면서도 생존해왔습니다. <모자상>이란 그림을 한번 보세요. 동강의 풍경을 그린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재구성한 모습입니다. 도르라니 강 위로 융기된 바위의 형상이 마치 물에 비치니, 기도하는 엄마와 아들의 모습으로 보여지지요.

 

뉴 라이트는 친일부역의 역사와 자신의 범죄를 정당화하기 바빴습니다. 뉴 라이트 출신 신지호 의원의 사고는 일본 내 극우 마쓰시다 정경숙 출신의 정치가들과 같습니다. 한국의 근대화가 일제강점으로 인해 가능했다고 말하는 자들이지요. History must be written of, by and for the survivors 란 격언이 있습니다. 역사란 반드시 살아남은 자들을 위해, 그들에 의해, 그들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는 말이지요. 역사연구에서 일기와 비망록 등의 사료들을 중요시 여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실제 나찌 치하에서 살아남은 유태인들에 의해 적확하게 구성된 역사를 통해 우리는 홀로코스트의 역사를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정강일기'라는 한 유생의 일기에 따르면, 1941년부터 북한지역 공사, 일본 공장, 남양 등지의 '역부 모집'이라는 이름으로 강제동원되는 기사가 자주 나온다. 1943년에는 면리원들이 마을을 수색해서 공장에서 일할 만한 18세 이상 30세 이하의 사람을 '마치 죄인 다루듯이'잡아갔다. 월 평균 1회로 모집이 강제되자 관지리 마을 주민들은 제비뽑기를 해서 대상자를 선정해서 대응했다. 그러나 이것마저도 선정된 청년이 도망하기 때문에 면리원들이 머리 수를 채우기 위해 연령 해당자면 무조건 잡아갔다. 쉽게 말해 모집 단계에서 신청자가 적자 그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마을별로 강제로 인력을 동원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우선순위는 자연히 돈 없거나 '빽' 없는 농민들부터였다.'  민족문제연구소 김민철 책임연구원

 

신지호, 박원순 검증하려면 제대로 하라 (프레시안에 기고한 김민철 민족문제 연구소 책임연구원의 글입니다 꼭 읽어보세요)

일제 강점 하, 뼈아픈 역사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가 해결해야 할 몫의 과제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근거없는 군대 문제를 제기한 한나라당은 안타깝게도 팩트도 틀렸고, 이 기회를 통해 친일부역을 정당화하는 뉴라이트의 철학을 드러내며 당의 정체성만 드러냈을 뿐이죠. 더욱 안타까운 것은 한나라당 내 군미필자들 명단이 인터넷에서 돌면서 역풍만 맞았다는 점입니다. 외려 그런 점에서 감사해야 할 지도 모르겠네요. 신지호 의원, 검증을 할 때는 철저한 학습을 한 후에 해주기 바랍니다. 정말 부탁드립니다. 단 공부할 땐 폭탄주 먹지 않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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