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복이 아이들의 교복이 된 까닭은

 

 

 

나는 항상 패션은 시대의 단면을 투영한다고 믿는다. 학생 교복이나 20대 여성들의 옷의 코드에는 당대의 라이프스타일과 색감이 녹아나는 건 당연하다. 일본의 많은 복식학자들은 일본 내 세일러 교복을 통해 일본의 군국주의와 집단주의 문화를 논평하곤 했다. 노스페이스, 세계적인 아웃도어 패션 브랜드다. 등산복 바람막이, 흔히 윈드브레이커와 패딩점퍼는 아이템은 한국에선 이상하리 만치 주말 등산객보다, 여고생이 더 많이 입는다. 요즘 중고생 교복 사이트 혹은 급질 사이트에 가면 중딩인데 노스 페이스 800 어떤가요란 질문이 쏟아진다. 고등학교를 다니는 자칭 언니들의 말 "아....이젠 중딩까지 노페를 입는구나"라고 한탄한다.

 

"노페가 일종의 교복이 된 것은 대한민국 교육이 산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다"

어제 트위터에서 본 촌철살인의 문장 앞에 한참을 두리번 거렸다. 왜 여/남고생들은 학교에 갈때 노스페이스를 입는가에 대한 가장 완벽한 답이 아닐까? 나 또한 이 문장에 대해 적극 공감한다. 사교육에 치이고 대학에선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아이들은 알바에 치이고 세계 유래없는 대학진학율을 자랑하지만 일상의 미적 능력은 현저히 떨어지는 나라. 리서치 능력은 뛰어나지만 개별요소들을 묶어내 '이야기'로 만드는 능력이 제로에 가까운 세대. 지나온 경험들을 추회할 능력을 키우기 어렵고 그 경험의 바탕이 되어야 할 따스한 삶의 이야기를 상실한 나라. 이 땅의 고등학생들이 감내해야 할 생활이다.

 

내가봐도 여/남고생들은 학교가 아닌 매일 매일 등산을 다니는 거지 싶다. 공부가 아닌 등산을 다니다 보니, 교복보다는 등산복이 더 필요한가보다. 하긴 아이들의 공부량이 수면 5시간 이하를 채워가며 메우는 양이라니 이 정도면 히말라야 고산준봉 훈련팀의 지옥훈련 양과 맞먹지 않을까 싶다.

 

패션 큐레이터로서의 한 마디.......

"아이들에게 교복을 찾아주자. 등산복 말고" 아이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학생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학교란 집단에 대해 자발적 동의를 표할 수 있도록, 긍정과 존경이 우러나오는 학교. 그 학교를 대표하는 교복을 입게 하자. 아이들은 학생들이지 전문 등산용품을 착용할 알파인이스트가 아니다. 아마 교과부 블로그가 이 글을 보면 "일선학교에 노페 패딩 착용 금지 권고안" 이 따위 짓이나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하긴 우리나라 교과부가 딱 이 수준이니 대한민국 교육이 산으로 가지....700억을 장학금으로 쟁여놓고도 쓰지 않고, 남아도는 교사들 영어 가르쳐서 외국에 수출하자고 헛소리하는 교과부니 분명 이런 권고안 보낼거다.....에 백원걸기^^

 

 

 

가난한 학부모님의 댓글 

대부분 학교의 교복도 문제인것 같습니다. 여자아이들 교복,남자아이들 교복을 보면 동절기에 입을 수 있는 겉옷, 외투가 아예 교복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아이들 코트(모자달린 코드)입으면 노폐에 비교안돼게 이쁘고, 저렴하고 한데 왜 첨부터 겨울 외투를 교복에 포함을 안시키나 모르겠습니다. 보충학습하는 그추운 한겨울에도 노페같은 패딩 사 입을수 없는 집 아이들은 겉옷 외투도 못입고 교복만 입고 등교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애들 사이에 노페 안입고 저렴한 겉옷 입고 왕따당 할 바엔 아예 겉옷을 안입고 등교하자 인지....?  각 학교 선생님들과 학교에서도 누구보다도 잘 알텐데, 왜 가만히 보고만 계신지들....?

 

답변

동감합니다. 하절기/동절기 교복을 디자인할 때 말씀하신 코트를 교복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코트는 동절기 기본 아이템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 개성을 생각해서라도 개별 브랜드를 사입을 수 있게 해야 하는게 아니냐고 떠들수 있습니다. 하지만 패션이란 결국 하나의 틀을 놓고 작은 세부의 변화를 통해 유행을 만듭니다. 요즘같이 특정 브랜드가 자신을 포함한 가족의 부와 명예를 드러내는 코드로 각인되는 사회일수록 '노페' 브랜드의 홀릭은 강해지지요. 차라리 외투를 포함시켜 교복의 풀 세트 개념으로 하는게 경제적이죠. 아이들이 자꾸 개별 브랜드를 교복 안으로 포섭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 진짜 교복의 의미죠. 유니폼입니다. 하나의 형태요.

 

오랜만에 다음 메인에 떴네요. 주제가 주제인만큼 이틀동안 10대와 20대의 유입비율이

30퍼센트를 넘습니다. 그만큼 할 말이 많은 소재입니다. 건강한 토론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댓글로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주말 내내 쭉 이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