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큐레이터의 서재

패션은 왜 이다지도 복잡한 걸까?

패션 큐레이터 2010. 10. 11. 16:08

 

 

 

■ 패션, 시대를 공유하는 발언의 무대

Fashion, provocative statements on society

 

 

10월 초순 패션 큐레이터의 서재에는 25권의 신간이 들어왔습니다. 문화이론가 론 스캡이 편집한 <Fashion Statements>는 그중 압권입니다. 제목 그대로 패션에 대한 의견들을 모아, 현대패션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국내 모 출판사와 번역 여부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서구도 이제서야 '패션'이란 사회 현상에 대해 다양한 학제간적 접근을 통한 이해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물론 Fashion Theory 저널이 발행된지 10년이 되었습니다만, 학자들만의 담론에서 대중에게 퍼지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지요.

 

인류학, 민속학, 미술사, 미시사, 경제학, 건축, 미디어 연구, 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패션에 대한 강의를 하고 이를 모았습니다. 저명한복식학자 젤다 북스바움의 <Fashion in Context>는 이런 점에서 최근 부상하기 시작한 패션연구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영화 등장인물의 의상과 소품에 대한 기호학적 접근이나 텍스타일을 통한 성격분석의 글은 너무 참조할 내용이 많았습니다. 마케팅을 전공한 저로서는 제품 디자인에 패션의 논리를 적용하고 실험하는 사례에 대한 내용이 좋아 꽤 여러번 독해했습니다. 프랑스의 패션 학교 에스모드를 독일의 뮌헨에 설립하면서 발생한 문화충격의 문제, 무엇보다도 두 나라의 교육 철학을 결합해 패션의 개념을 확장하며 새로운 교육 모델로 변모시킨 사례였습니다.

 

패션은 당대의 최고의 과학기술과 미적 이념, 스타일의 전략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젤다 북스바움의 책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두어 다룬 부분이 바로 '웨어러블 컴퓨터' 즉 입을 수 있는 스마트 의상에 관한 내용입니다. 빛을 방출하는 텍스타일과 이를 의상으로 재현하는 문제, 이외에도 옷과 주변의 전자 기제들과의 연결성, 바로 인터페이스의 문제를 반복해서 다루고 있거든요. 문제는 이런 내용을 다룬 책들이 국내에 거의 번역이 되지 않다보니, 의상학 코너에 가면 그저 일러스트레이션 그리는 법과 일반 의상학 교재들만이 판을 칠 뿐입니다.

 

아쉬운 것은 다른 디자인 분야들은 '디자인 담론'에 대한 다양한 책들이 번역되었음에고 불구하고, 패션쪽은 전무하다는 것이죠. 이런 정보의 비대칭 상황이 패션쪽 연구를 더욱 소외시키고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제가 여전히 패션 전시보다 출간에 더욱 신경을 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결국 대중들에게 새로운 개념의 옷을 입히려면 이를 글로 읽고 공감하며 함께 움직여줄 대중이 있어야 하거든요.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여전히 연예인의 옷입기 따라하기, 프로젝트 런웨이에 나와서 '중년 남자의 피부가 너무 좋다'고 떠들고 웃고 가십화나 하면서 살아가고 있죠.

 

시간이 얼마나 지나야......패션은 천박함을 넘어 세상을 관통하는 담론을 만드는 장치로 변모할 수 있을까요? 이런 고민을 원하는 분들께 두 권의 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