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장난감, 예술의 옷을 입다-아트토이전 리뷰

패션 큐레이터 2010. 5. 19. 06:00

 

김형언_Honor the dead_30cm_mixed media_2006.jpg

 

롯데 에버뉴엘 백화점에서 열리고 있는 아트토이전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아트토이전은 장난감이란 매개를 통해 예술적 영감을 확장해온 작가들의 작품과

장난감 컬렉터들의 노력이 뭉쳐 전시로 재현된 것입니다. 장난감은 단순히 아이들의 놀이감을 떠나

현실세계를 대용하거나, 아이들의 욕망과 어른의 욕망을 매개하는 사물입니다. 또한 장난감을 통해 아이들은

성차와 같은 사회적 개념을 배우고 그 세계 속에 빠져 인격을 갖춘 사회적 인간으로 성장합니다.

 

 

이번 전시에는 다양한 아트 토이들과 더불어

12인치의 세계 속에 모든 걸 담아내는 액션 피규어들이 선보였는데요.

특히 국내 최고의 피규어 모델러들이 각자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예술품을 전시를 위해

내놓았습니다. 김만진 씨의 밀리터리 피규어, 신대륙 발견 시, 버지니아 주에 도착한 선장의 모습을

재현한 피규어에서 서부 시대의 총잡이,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의 전차병의 모습까지

다양한 형상의 피규어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 김만진은 역사적 고증에 입각, 역사 속 인물들을

담아내는 피겨 아티스트입니다. 유럽에서 남자 어린이의 장난감으로 출발한

피규어는 이제 600년이 넘는 장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일종의 역사적 산물이자 아카이브의

기본이 되었죠. 역사라는 특수한 상황 속 인물을 재현하기 위해 객관적 문헌과 자료를 바탕으로 상황에

맞는 동작과 표정, 복장까지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재현합니다.

 

 

김현숙_Car Plamodel_104x185x1.5cm_mixed media_2009.jpg

 

개인적으로 오랜동안 주목해온 한 명의 작가를 만납니다.

바로 김현숙의 프라모델 작업인데요. 어린시절 아카데미 문구사에서

나온 치프텐 탱크니, 해군함정들 프라모델을 많이 조립해본 저로서는 그녀의 작업이

독특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김현숙은 조립식 장난감의 틀을 이용한 설치미술 작업을

선보입니다. 본래 이 플라스틱을 사출 성형해 만든 조립식 장난감은 포장과 조립을 용이하게 만들기 위해 현재의

형태를 지니게 되었죠. 프라모델을 만들어 본 분들을 알겁니다. 완성 후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 기대감과 이어질 성취감으로

들떴던 유년시절의 기억들을요. 김현숙의 자동차 프라모델은 일상적 도구들의 이미지를 재구성, 프라모델처럼

쉽게 만들어 낼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욕망을 '우리의 진부한 일상'에 투사하는 것이죠.

 

 

이찬우_DUNKEYS-PithecuseBW_32cm_mixed media_2009

 

이번에 참여한 수십여명의 작가 중, 가장 제 마음에 들었던 작가의 작품입니다.

저는 장난감이 유년기억의 오브제를 넘어, 사회와 개인을 이어주고 또한 개인의 욕망을 새롭게

정립하는데 도움을 주는 사물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작가 이찬우는 32센티에 불과한 작은 피겨로 요즘 청년세대의

문화와 라이프 스타일을 정교하게 담아냅니다. 특정한 아이돌에 집착하기 보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고 성격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시대의 미세한 결을 포착, 삽입하는 작가의 손길이 놀랍습니다. 그의 독창적인 면모는 이미 국내외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을'통해

탄력있게 발휘되고 있는데요. 나이키와의 협업을 시작으로 삼성, 엘지, KTF증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회사들과 브랜드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그의 작품은 아티즌이라 불리는 예술적 감각을 가진 신 소비자층의

감각을 반영하고 있어서, 국내의 최초 디자인 피겨라는 분야의 지평을 열었죠.

인형 하나에 담긴 시대의 풍경이 이렇게 쉬크 할수 있다니 놀랍지요?

 

 

김형언_Bruce Lee_25cm_mixed media_2010

 

이번 작품은 이미 인터넷 공간에서 자주 등장, 익숙한 작가 김형언의

브루스 리, 이소룡 피겨입니다. 저는 세계의 터소 박물관을 여러번 다녔습니다.

밀납으로 만든 유명인사들, 영화배우들의 실물 인형을 보면서 그 정교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적이 많은데요. 김형언의 작업은 영화 속 주인공을 피겨의 주인공으로 내세웁니다. 특히 이소룡 피겨는

그의 유가족이 인정할 만큼의 완성도를 보여서 세간의 눈길을 끌기도 했죠. 이소룡 인형은 이미 홍콩의 액션 피겨 회사인

엔터베이를 통해 세계에 유통되고 있습니다. 작가는 금속조형학을 전공했는데요. 학부시절 이미 수공예 훈련을

철저하게 마쳐서인지, 배우의 표정과 골격, 의상과 주변 배경까지 완벽하게 재현해서 일종의 예술조각

작품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까지 듣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꼭 인물 사진같이 느껴지기도 하네요.  

 

 

윤정원씨의 바비인형 작품은 제 블로그에서도 여러번 소개했습니다.

지난번 경기도 미술관에서 했던 <패션의 윤리학>에서도 그녀는 바비인형을 통해

재활용을 통한 새로운 양상을 우리에게 선보였는데요. 그녀의 인형 설치작업을 보면 우선 규모가

상당히 커서 보는 이로 하여금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할 때가 많습니다. 재래시장과 수거함에서 찾을 수 있는

우리시대의 바비를 찾아, 여기에 자신이 디자인한 옷과 악세서리, 소품을 덧붙여 조화된 패션의

세계에 머물고 있는소녀들의 아이콘, 바비를 만들어냅니다. 예술과 디자인 그 사이에

자신을 아바타로 한 바비의 왕국을 세운 것이죠.

 

 

놀라운 장난감의 세계에 빠지게 만든 윕.

이것은 델리토이즈사가 한국 최초로 만든 플랫폼형 아트 토이입니다.

이 윕은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빈 캔버스처럼, 주어진 인형의 기본 몸체를 자유분방하게

표현의 장으로 만들어, 예술가를 비롯한 인형을 만지는 이들의 욕망과 창의력을 담도록 설계된 것입니다.

눈이 맛있는 인형으로 국내 인형 문화에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 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많은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이 윕의 가공성과 다양한 성질을 알리겠다고 하니 주목해봐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제겐 조금 힘들거 같네요.

 

 

작가 박신주가 만든 건담은 바로 아이들의 세계속에 갖힌

여전히 어린 동심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어른들, 바로 키덜트를 위한 장난감입니다.

최근 젊은 남성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키덜트 세대가 확립되고 있지요. 좋은 장난감일수록

어른도 가지고 놀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는 것이므로, 꼭 어리다고 비난할 것도 못됩니다. 작가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하이퍼 리얼리즘이라는 기법, 즉 극사실적 기법을 이용, 건담 프라모델을 재현합니다. 단 회색을 고집스레

사용하여 모노팝이란 자신만의 장르를 만들어 선보이죠. 로봇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그의 작업을 통해 느낄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다시 한번 건담 시리즈 프라모델을 사서 만들고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장난감은 사회적 산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예전 메소포타미아 시대부터

아동용 장난감은 존재해왔습니다. 패션의 역사만 보더라도 인형은 유행을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했으니까요. 이제 인형은 예술가의 영감과 더불어 새로운 시대의 문화적 담지자로서

역할을 충분히 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장난감을 갖고 싶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