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순간을 만끽하고 싶을 때-김원용의 조각들

패션 큐레이터 2010. 5. 6. 06:00

 

  

김원용_moment 83_화이버글래스, 겔코트_200×450×55cm_2010

오늘 두번째 생방송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OBS의 <으랏차차 우리동네> 수요일편에 항상 고정으로 나오게 된터라 수요일 아침에는  속도감있게 일을 처리해 놓고 사무실을 나와야 하죠. 그리곤 핸드폰도 꺼버립니다. 행여나 고객 클레임이나, 신용장이나 선적 문제가 발생할수도 있지만, 적어도 이제는 그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멤버들이 있으니, 조금씩의 외도가 가능한 거죠. 방송을 맡으면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적어도 미술을 포함한 예술 전반에 대해 전방위로 아티스트들을 인터뷰하는 제겐, 사실 시트콤 스타일의 토크쇼가 사실 제 자신의 캐릭터와 잘 맞는지도 의문이었습니다.

 

개그맨 강성범씨의 사회, 너무나 예쁜 김빛이라 아나운서, 러시아에서 온 옥사나, 개그맨 염경환씨, 저, 이렇게 다섯명이 동네 마실 온 응접실에 모여, 다양한 이야기를 합니다. 초반에는 시사적인 것부터 동네 자랑겸 하는 음식이야기, 사람사는 이야기 등 2시간동안 적지 않은 화재들을 다루며 나름의 이야기를 끌어가지요. 처음엔 프로듀서분께 경인지역의 미술관이나 작가들을 한번씩 다루면 어떤가 제안도 해보았는데요. 지금 다루는 내용들이 조금 식상해질때쯤 되면 한번쯤 시도해 볼 수 있으리라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오늘 민요를 부르는 초등학생이 나왔는데요.태평가의 한 부분을 강성범씨가 하도 불러보라고 해서 불렀는데 완전 그림 속 주인공처럼 되버렸습니다. 완전 '대략난감'. 쥐구멍은 어디에......이런 토크쇼 형태의 프로그램도 이정도로 어려우니, 예능 하시는 분들...은 말할필요도 없겠죠.

 

 

김원용_moment 10_화이버글래스, 겔코트_160×280×33cm_2010

얼굴을 가리고 싶더군요. 자유롭게 흘러가는 생방송이다 보니 서로 대사를 치고 들어가야 하는데, 즉흥성이 핵심이다 보니 방송 경력이 많은 노련한 강성범씨의 돌발 질문이나, 물음에 쭈뼛하게 됩니다. 뭐 그래도 재미있습니다. 꼭 예술 프로그램이나, 책과 영화 등의 내용을 다루는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하면서 저도 배우게 되는 부분도 있구요. 오늘 방송은 어린이날 특집을 맞아서 문방구에서 파는 어린이용 불량 화장품이랑 식품에 대해서 다뤘는데요.

 

김원용_ moment 06_화이버글래스, 겔코트_320×110×37cm_2010

 

2006년에도 동일한 문제로 회자되더니 4년이 지난 지금도 별 변화가 없나 봅니다. 애들 돈을 쉽게 뜯어낼 생각을 하는 어른들이 잘못인 거죠. 이런 나쁜어른들 때문에 세상에서 폭력과 상처에, 유해환경에 노출되는 아이들은 점점 더 늘어갑니다. 그럼에도 오늘 프로그램 마지막에 소개된 한 목사님 이야기는 마음이 아련해 졌습니다.

 

전세돈을 빼서 아이들을 위해 도서관을 만들고, 혼자 공부하는 습관을 만들어주고 저소득층 아이들의 문화적인 감수성을 지키고 햠양시키는 노력을 하고 계시더군요. 더욱 흐뭇한 것은, 이런 노력으로 인해 가족들 전체는 너무나 경제적으로 곤핍할 정도지만, 자녀들이 아버지의 그런 비전과 꿈을 믿고, 역활모델로 삼아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림 속 날개를 아이들에게 달아주기 위해 흔히 말하는 '돈이 안되는 목회'를 고집스레 해가는 목사님을 보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저도 다음에 제가 소장하고 있는 자료들, 책과 희귀 논문들, 진귀한 세계 미술관의 도록들, 모두 공용화를 시킬 생각입니다. 가능하다면 저 소득층 아이들이 있는 동네에서, 아이들에게 무료로 그림을 읽어주고 오페라 DVD를 보면서 예술 프로그램도 설명해주고, 그렇게 문화적 감수성들이 (경제적 이유로 인해)많은 걸 경험할 수 있는 계층의 아이들 보다 뒤지지 않게 해주고 싶었거든요.

 

목사님 교회가 소속된 노회에서도 '성인들을 위한 목회를 하지 왜 아이들을 위한 사목을 해서 고생을 하느냐?'고 힐난을 듣고 상처 받을 때가 가장 마음 아팠다고 하시네요. 이 부분은 사실 저로서는 공감이 많이 가는 부분이었답니다. 목회와 신학적 이상은 병립하기가 어렵습니다. 신학공부를 하면서는 순수한 마음과 동기를 유지할 수 있지만(즉 비판도 가능하겠죠) 목회를 하는 순간, 손에 쥐어지는 것들을 생각해야 하고, 교회나 사람들간의 관계에 더욱 초점이 맞춰지는 것. 그런 상황에 점점 더 길들여 지는 목사님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오늘 마지막 코멘트는 좀 제가 생각해도 부족했던 거 같습니다. 사실 정말 하고싶었던 말은 요....."아이들은 전장에 나간 장수의 화살과 같다'는 시편의 말을 해주고 싶었거든요. 아이들이 아버지를 믿고 사회복지를 전공하며 저소득층 아이들의 꿈을 위해 도전하는 것. 그런 자식들을 갖고 있는 목사님은 누구보다도 행복한 분일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었답니다.

 

5월은 어린이와 어버이날, 가족의 달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경제적/문화적으로 소외된 이 땅의 아이들, 돌보시는 그 손길 참 감사했습니다. 놀토가 되면, 아이들을 위해 그림 도슨트 자원봉사를 종종 하는데요. 작은 노력이 부끄러웠습니다. 더욱 열심히 해야겠네요.

 

「moment」작품 연작들은 종이를 찢고, 선물을 포장하고 있는 종이를 찢어 벗기는 과정에서 발상이 시작 되었다. 포장지를 찢어 벗기고 찢어 벗기고 그 안에 무엇이 있을까 하는 바램의 순간들 그리고, 종이를 찢고 사진을 찢음으로 지나간 시간을 잊고 버리려는 결단의 순간들, 그 순간들은 마침표를 찍는 것이 아닌 찢어냄으로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원용의 작가노트 중에서> 인용

 

방송을 하는 순간, 글을 쓰는 순간, 블로그에서 사람들의 삶을 읽어내고 만나는 순간들, 그 순간은 어쩜 제게 하늘에서 주어진 선물의 포장지를 뜯는 시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캐릭터가 좀 안 맞으면 어떨까 오늘 글에 오타가 좀 있으면 어떤가, 때로는 온라인에서 혼좀 나면 어떨까. 이 모든 순간들이 쌓이고 쌓이면 언젠가는 큰 선물이 될 거라는 생각. 그래서 모든 순간의 문을 '두드림'으로 그 속살을 찢고 들어가, 하나가 되어 보는 것.

 

 

김원용_moment 07_화이버글래스, 겔코트_83×140×25cm_2010

Do Dream.....두드림은 꿈을 꾸는 것이고 문을 여는 것이며, 그 속에서 내 안에 감춰진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순간일 것이라고.....니나노를 부르다 갖은 창피를 당한 오늘 뭐 그리 싫지 않은 마음이 드는 건, 바로 그런 이유일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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