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서울 포토페어 2010 리뷰-사진, 시대의 흔적을 그리다

패션 큐레이터 2010. 5. 2. 23:51

  

 

지난 토요일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 포토페어 2010에 다녀왔습니다.

이번주 월요일까지 진행되는 행사인데요. 원래 VIP 프리뷰에 초대까지 받고서도

다른 스케줄 때문에 참석도 못하다가, 토요일 오전에야 부랴부랴 서둘러 카메라를 매고 행사장에

갔습니다. 더구나 이번 서울 포토페어는 스페인과의 수교 60주년을 맞이하여, 현대 스페인 사진의 독특한

매력을 선보이는 장소로서,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대거, 선정 기획하여 전시함으로써, 현대 사진의

다양한 자장과 깊이를 느껴볼 수 있도록 만든 뜻 깊은 행사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스페인 미술에 관심이 많습니다.

프란시스 고야를 필두로, 이상하리만치, 서구 미술사는 스페인 미술을

일종의 이단적 패턴과 발달과정을 가진 미술의 역사로 규정합니다. 항상 유럽의 미술사를

설명하면서도, 스페인 미술은 또 다른 영역으로 취급해왔죠. 그도 그럴것이 프랑스나 영국과 달리

스페인의 미술 전 영역에는 동양적 요소들이 가득했고, 고요함 속에 빛나는 탐미적 속성이

두드러지게 표현되곤 했습니다. 스페인을 필두로 그 영향권 아래 있는 모든 문학과

사진, 미술, 무용 모두 이러한 독특한 탐미적 속성을 갖고 있지요.

 

 

빅토리아 디엘이란 신예작가의 사진입니다. 78년생, 한국나이로는 아직

신인이라고 불릴만할텐데요. 누드 사진이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독특한 느낌이 사뭇 배어납니다.

 

 

여기는 일본작가 모리무라 야스마사의 사진전시가 열리는 부스였습니다.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현대사진작가죠. 그는 항상 성도착적인 상상력

혹은 남성으로서의 자신의 성 정체성을 교묘하게 섞는 이미지 작업을 통해 인간 내부에

내재된 성욕의 빛깔이랄까, 매우 도발적이면서도 실험적인 면모들을 선보이는 사진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패션의 심리학 책을 준비하면서, 꼭 제대로 소개하고 싶은 작가이기도 하죠. 이날 전시

부스를 맡은 에이전시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가능하다면 일본에 직접 가서

작가와 심도 깊은 작품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올해 새로 발행도 배우 시리즈 도록도 구입했습니다.

이외에도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로레타 룩스의 도록도 샀습니다.

두 권 사고 났더니 12만원이 그냥 날라가네요.

 

 

영화 속 이미지들을 차용, 자신이 그 주인공이 되어

찍은 셀프포르레이트, 자화상 사진입니다.

 

 

여기는 제가 좋아하는 박대조 선생님의 부스입니다.

아이들의 눈동자에 어린 핵전쟁과 곤핍, 기아의 이미지들을 중첩시켜

시대의 흔적, 폭력과 상흔의 이미지들을 드러냅니다.

 

 

여기는 최근 블로그에서 소개했던 안진우 작가의 사진이 있는 부스였구요.

 

 

사진이 발명된지 150여년, 사물의 형상을 그대로 재현하는 기술로서의 미술은,

사진의 등장과 더불어 존재론적 위기를 맞이하게 되죠. 하지만 이후 미술은 더욱 속살의 아픈 상처를

극복하며 인상주의를 위시로 하는 현대미술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재현기술에 묶여 있던 미술이,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는 장치로, 자신을 둘러싼 사회를 포섭하고 재구성하여 드러내는 장치로서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죠.

 

 

요즘 현대 사진이 150여년 전 기존의 회화가 겪었던 위기를 그대로 겪고 있는 듯 합니다.

새로운 영상매체의 등장과 더불어, 사진언어가 가진 기존의 틀을 깨고, 더욱 내면 속으로, 그 내용의

충실성과 더불어 침잠해 들어가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지요.

 

사진 페어를 돌다가, 저와 친한 사진작가의 작품을 발견하곤

기뻐서 계속 봤습니다. 오노데라 유키라고, 일본 사진작가인데요. 남편과도 친하고

매달 제게 작품 관련 이메일을 보내주곤 했는데, 제대로 답변도 못해 미안했거든요. 이번 책에

그녀의 작품을 한번 사용해 보려고 합니다. 제대로 신세를 갚아야 할 것 같습니다.

오노데라 유키는 중고 옷, 세컨드 핸드 의상을 찍습니다.

그 속에 담겨진 옷의 기억을 포착해내요.

 

 

이 작가는 제가 유심히 눈여겨본 작가입니다.

젊은 작가라는데, 한번 리서치를 해보고 나서 작가 인터뷰를

해보려고 합니다. 고유라는 이름의 작가네요. 여성의 머리칼을 소재로 한 듯한

인상인데, 여성과 머리칼의 관계, 혹은 패티쉬 등 다양한 요소를 끌어낼수 있을 듯 합니다.

 

 

부산한 주말의 시간도 이렇게 지나가네요.

다음주는 더욱 바쁠것 같네요. 제가 수요일부터 OBS에서 하는

'으랏차차 우리동네'의 고정사회로 나갑니다. 지난 화요일날 첫 방송을 했습니다.

사회자와 패널의 관계가 아니라, 약간 시트콤적인 요소를 가미해서 4명의 참여자가

각자의 캐릭터를 가지고 시사와 일상적인 내용에 대해서 마구잡이로

논평을 하고 재미있게 끌어가는 프로그램입니다.

 

문화나 예술 부분을 전문으로 다루는

프로그램이 아닌지라, 블로그에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요.

첫 방송 마치고 모니터링도 잘 들었습니다. 첫방 이후 프로듀서 분께서

앞으로는 미술전시나 공연과 같은 예술정보도 함께 다루는 방향

으로 노력을 해보자고 하셔서, 한번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많은 시청 부탁드리고요. 5시 50분부터 2시간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된답니다. 정신없이 시간이

흐르더군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기회가 되면 방송 스케치도 다음엔 한번 남겨볼게요.

행복한 주말 맞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