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거짓말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패션 큐레이터 2010. 3. 24. 01:29

 

 

배인석_나는 거짓말하는 사람이 아니다_강주룡의 고무신_가변 설치_2009

 

평원고무공장 여성 노동자 강주룡(1901-1932)은 1931년 5월 28일 임금인하에 반대, 평양 을밀대라는 정자 지붕에 올랐다. 이후 우리나라 최초의 고공농성자이며, 최초 여성노동운동가이기도 한 강주룡은 연이은 단식투쟁과 옥고로 인해 짧은 삶을 마감했다.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정자 지붕에 올라 노동자들의 진실과

삶의 국면을 온 몸으로 드러낸 그녀의 용기가 놀랍다. '나는 거짓말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표제가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자는 당당하다. 작가는 상상력 대신, 용산참사때, 갖은 거짓말로, 지금도 사건의 전말을 밝힐 수 있는 3천여 페이지의 수사내역을 밝히지 않는 검찰을 향해, 강주룡의 하얀색 고무신을 빌어 꾸짖는다.

 

이근세_거짓말_철_5.8×2.5×36cm_2007

 

노동자들은 철저하게 생의 진실을 몸으로 말하는 훈련을 해왔다. 법조인도, 몸으로 진실을 말하는 훈련을 한다, 그러나 그 훈련은 세월의 이끼가 끼면서 조금씩 바뀐다. "때로는 변할 수 있는 것'이라며 말이다. 한 명의 법조인을 소개한다.

 

최근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주인공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을 가리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파헤친 검사라고 치켜세운다. 미안하다 철저한 오해다. 이번에 명확하게 이해하자. 이 사안을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안상수의 상관 검사 최환 선생이, 당시 정권이 시신을 화장하라는 외압을 뿌리치고, 부검을 지시, 박종철 열사의 죽음은 우리에게 밝혀진다.

 

이상하리만치 그 공을 (혀가 부드러운)안상수가 그대로 차지한다. 적어도 이건 아니지 싶어, 이 자리를 빌어 밝혀둔다. 그리고 최환 변호사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길 바란다. 안상수 의원, 이 내용도 사실 무근이거나, 혹은 왜곡 허위라고 생각되면 나를 고소하라. 언제든 고소고발을 일삼는 그대에게, 이미 현대사에서 밝혀진 부분을 가리켜 다시 한번 설명하리라. 인터넷이 뜨겁다. 서울 강남최고의 사찰 봉은사 주지인 명진 스님을 "좌파스님이 주지를 하게끔 두면 되느냐"는 발언을 한 것이 화근. 이도 모자라, 조계종 총무원장 특보인 김영욱씨의 사실 발언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발뺌을 한다. 끝까지 명진스님을 만난적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고 언발에 부르대던 안상수 의원은 증거가 하나씩 밝혀지자, 특유의 '행불모드'를 시작한다. 왜 고소고발 하지 않는지 나는 그게 그저 궁금할 뿐이다.

 

나는 궁금하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안상수 의원은 지금껏, 철저하게 법치를 정치권력철학의 기본으로 삼았으니, 제발 고소고발을 하라는 것이고, 검찰을 통해 철저하게 양자대면을 하고 사실관계를 밝혀달라고 말하는 것이다.

 

명진스님 한쪽을 편들거나, 안상수 의원을 매도할 생각도 없다. 다만 나는 정치인으로서 그가 이제까지 보여준 행보와 너무나 판이하게 다른 반응이 기가 찰 뿐이다. 툭하면 왜곡 보도및 사실무근을 내뱉던 그가 아니던가? 그리고 조계종쪽도 마찬가지다. 정치권력에 의해 흔들릴 조계종이 아니라면서, 왜 실제로 오간 말을 확인해달라는 내용에 '미온적으로 꼬리를 내리는 것인지"

 

이에 대한민국의 불교도들은 실존적인 질문을 던져야 할 차례가 왔다. 명진스님은 자신이 언급한 내용의 '진실성'에 대해, 자신이 틀릴경우 승적에서 스스로 지우겠다고 까지 극언을 했다. 그런데 반대쪽의 안상수 의원은 항상 그랬듯 '행불'모드다. 안타깝게 이번 사안은 행방불명 전략이 안 먹혀들 것 같다. 그게 아쉽겠지. 법보신문을 제외한 기타 조계종 관보에서 발표한 내용들도 일면 이해하기 어렵다.

 

성법스님은 '좌파에 의해 갖은 혜택을 받은 스님이 아니냐며?" 이 또한 지난 세월의 계보를 묻는다. 좋다. 물어라. 국민이 궁금한 것은,  사안과 관련되어 정부에서 압력을 넣었는지 유무만 확인하면 된다. 자꾸 이 사안을 놓고 선문답 스타일 답변은 곤란하다. 삶의 진실을 밝히는데, 선문답은 하나의 길이 될수는 있겠으나, 법치주의를 지향하는 이 정부의 코드에는 맞지 않으니 말이다.

 

논리를 말하면, 논리 이전에 믿음 운운하는 자들에게 묻고 싶다. 우리가 언제 당신들의 깊은 믿음에 대해 지적한 적이 있는가?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어야 하는 것이, 헌법적 가치이기에, 이번 사안은 결코 안상수 의원 단독으로 의원직을 사퇴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의 자장이 아니라는 데 있다. 자꾸 물은 물이요 산은 산이다란 식의 선문답은, 우리같은 범인들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조계종은 제발 명확하게 답변을 하라.

 

그날 3자가 무슨 말을 했는지 밝히면 된다. 왜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를 내뱉는가? 어찌되었든 이번 사안의 진실성 판명에 따라, 한나라당의 정치적 노선에 대해 반대하는 모든 집단을 '좌빨 빨갱이'로 몰았던 정치 요설의 상수, 안상수 의원은 까딱하다 하수도에 버려질 '하수'가 될 것 같다. 거짓말은 어떻게 탄생하는지, 그 배경과 과정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유다. 안상수 의원은 진실을 알것이다. 한쪽은 밝혔으니 양자 질의는 해야 균형이 맞지 않겠는가?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이 따위 발언은 정말이지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