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한예종 사태를 읽는 시선-두번째 이야기
지난 8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다녀왔다. 이번 문화부의 작태sms 초헌법적인 작태이며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국가기관으로서의 배임행위임을 알게 된 사실이다. 개별학교에 대한 침해를 넘어, 예술에 대한 정치적 통제를 일삼으려는 구체제적 작태다. 더 재미있는 건 한예종 사태가 뜨거운 감자가 되면서 문화부와 유인촌 장관이 보인 태도다. 1인 시위자를 향해 반말 하고 학부모에게 세뇌를 운운하는 건 웃어넘길 만하다. 한예종 사태가 일반 사립 예술대학생의 참여와 함께 여론의 역공을 받자 장관이 한다는 소리가 "감사는 감사일 뿐" "이론과 폐지는 없다" "황지우 총장도 재임용 절차를 밟으면 된다" 식의 말을 나열한다 "난 그저 한번 찔러본 것 뿐이고"의 태도를 보이는 유인촌 장관. 정밀한 저인망식 감사의 칼을 쳐들었던 자의 태도치곤 너무 앞뒤가 안맞다. 연기자 출신답게 행정도 일종의 연기로 생각하는 걸까?
이동연 교수의 발제내용은 아주 포괄적이면서도 정확하게 이번 한예종 사태를 설명해 주었다. 학교가 기초예술 교육이란 취지를 어기고 융합교육에 집중했다는 점, 실기교육 중심 학교에 이론교육이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는 점. 좌파 문화이론가들이 학교의 교육정책을 좌지우지 한다는 점이 한예종의 폐지를 주장하는 문화미래포럼의 설명이다. 여기에 더불어 전공 불일치 문제를 들어 일부 교수의 자질과 채용과정을 시비걸었다.
난 정말이지 고마왔다. 이런 기준을 마련해주면 줄수록, 전공불일치 교수들이 넘쳐나는 타 학교에 대한 비판이 자유로울수 있기 때문일거다. 서울예대의 정중헌을 비롯(옛 조선일보 논설위원출신)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의 정진수(영문학 전공) 동국대의 유지나(불문학 전공) 교수 등 이외에도 많은 자들이 필터링 되어 나온다.
글을 읽다보면 혼란이 오는 건, 하나같이 문화미래포럼의 주요 교수들의 논평은 이론과 이념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고, 아니 일부러 그 경계를 모호하게 처리하여, 마녀재판에 회부하고 싶은 욕망을 보이는 것은 아닐까?
그저 이전 정부에서 부터 비판적 발언과 논평을 했던 "교수들을 손보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이해관계와 이러한 제도적 절차를 감행하도록 추동해서 새로운 권력을 형성하려는 뉴라이트 계열 문화예술인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학교의 존재와 성과를 부정하고 싶어하는 일부 사립예술대학 교수들의 '교육적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데 따른 것"(이동연 교수의 발제내용에서 발췌)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밖에 없다.
동아일보의 홍찬식 논설위원의 글은 더욱 놀랍다. 이런 자가 메이저 신문의 논설위원이란 점에 혀만 찰 뿐이다. 그는 5월 22일자 동아일보 칼럼에서 "한예종을 이념에서 독립시켜 순수예술학교라는 원위치로 돌려놓아야 한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를 키우고 국제적인 무용가를 만드는 데 이념이 왜 필요한가" 라고 썼다. 이번 한예종을 표적으로 삼고 십자포화를 쏘는 언론의 수준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첼리스트 장한나를 모르는 이는 없다.
그녀는 세계 최고의 첼리스트다. 로스트로포비치가 경배를 바친다던 그녀. 그녀는 요즘 하버드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최근 그녀는 연주자의 스펙트럼을 넘어 지휘자로 등극했다. 지휘는 연주와 다르다. 결국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모든 이들을 하나로 융합시켜 거대한 소리를 낸다.
그녀는 줄리아드 예비음대에선 특별 장학생으로, 커티스 음악원에선 시험을 쳐 첼로부문 최연소 합격자가 됐다. 하지만 음악학교만을 고집하지 않았고 사립학교인 뉴욕의 콩거스 로크랜드 컨트리 데이 스쿨로 전학해 고교 과정을 마쳤다.
『정상적인 교과 커리큘럼을 이수하길 바랐죠. 학업을 등한시하고 음악에만 치우치면 보편적인 사고를 갖추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어요. 한편으론 음악 쪽으로만 밀었다면 오히려 한나가 더 편했을지도 모르죠. 음악도 하고 학교 공부도 해야 했으니 이중고였을 겁니다. 하지만 오히려 잘한 일 같아요』
그녀는 하버드에서 철학공부와 더불어 하모니의 본질을 찾는 지휘자의 자리에 섰다. 음악은 단순하게 기능공처럼 연주를 배우는 일로 채워져 있지 않다. 음악의 존재론을 배우고, 사회와의 관계, 그 속에서의 자신의 역할론을 끊임없이 묻는 엄정한 자기 성찰과정이 내포된다.
예술가로서의 자신의 입장과 세계관을 세우는데, 이론교육은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준다. 장한나 뿐만이랴? 국립발레단 수석 발레리나 김주원.(나는 그녀의 팬카페의 열혈회원이다) 그녀는 아메리칸 발레 씨어터에서 공부한 후 발레리나로 활동하다 최근 다시 대학에 들어가 인문학과 다양한 인접이론들을 공부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을 되돌아보고, 더욱 무장하고 싶다고 했다. 모든 이들이 그녀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며 성숙되어진 모습에 박수를 친다. 예술은 이런 것이다. 항상 현재진행형의 시간 속에서 곰삭여 지는 것. becoming의 과정 속에서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미래 완료의 시제 속에 살포시 머무는 것. 그것이 예술가의 길이다. 이 길을 위해 현대의 예술가들은 다양한 정치, 역사, 사회, 문화이론에 이르는 담론들을 공부하고 자신의 신체를 재구성한다.
사실이 이럴진데, 동아일보 홍찬식 논설위원의 글을 보면 그저 헛웃음만 나온다. 이제서야 알것 같다. 적어도 조선일보는 장한나의 횡보에 박수를 치기라도 했지, 왜 동아일보는 항상 조중동으로 불리는 가운데 3위권만을 유지하고 있는지, 그 수준은 바로 논설위원의 예술론 속에 다 드러나보인다.
현대예술에서 이론과 실천, 이론학습과 실기가 병행되어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많다. 한예종에서 음악을 공부하는 이꽃별 양이 쓴 발제문의 내용을 소개한다.
『한예종의 설립 의미는 "문화예술에 있어서 진짜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입니다."진짜 전문가"란 단순반복으로 습득한 굉장한 기술을 보여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학교 이론 수업을 통해 배운 것은 첫째, 이 음악이 어디에 근간을 두고 있으며 어떻게 짜여지고 발전해왔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이것은 지금 제 음악이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모든 대중과 소통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제가 한국음악에 대해서 그리고 해금에 대해서 이론적 지식이 없는 채로 연주만 해왔다면 그것은 재주에 불과 했을 것입니다. 해외 공연 후에는 많은 관객들과 기자들로부터 한국음악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이론 수업에서 배운 지식들이 있었기 떄문에 답변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한예종 사태에 대해 글을 쓰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잘되었다. 이번 한예종을 모델로, 예술과 사회, 사회 속에서 예술가의 역할은 무엇이고, 그 가운데에서 이론은 어떠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글로 쓸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거다. 물론 독자들 또한 현실의 살아있는 사례를 통해 현대예술교육의 방향성을 타진해 볼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앞으로 쓸 감사 보고서의 진위여부와 오류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밝혀갈 것을 밝힌다. 중요한 건 이번 감사보고서는 피감기관인 한예종 사태의 추이에 따라 감사자의 성실성 의무의 위반 및 감사공개의 불투명성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비판을 받게 될 거리가 한 두가지가 아니란 점일 것이다.
여론의 역풍은 불기 시작했고, 이제 그 추이가 궁금할 뿐이다. 유인촌의 말처럼 "감사는 감사일 뿐" 이란 말은 언제까지 들어야 하나. 무슨 "개그는 개그일 뿐 따라하지 말자"라고 말하는 유재석의 말을 듣는 게 오히려 속 편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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