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상록수 같던 남자-노무현 대통령을 생각하며

패션 큐레이터 2009. 5. 29. 00:07

 

 

이승숙_人生_한지에 먹과 석채_132×162cm_2007

 

노무현 대통령께.......

 

잠시후면 당신을 보냅니다. 눈물이 흐릅니다. 몇근의 살을 베어내고, 피를 흘려야 하나. 당신을 보내는 슬픔을 하늘은 알까요. 짙은 녹음아래 짦은 생애 목놓아 우는 매미의 애끓는 곡성. 그 속에 담긴 이 민초들의 질곡한 눈물이 보이시지 않습니까? 상록수처럼 변하지 않는 꿈을 꾸었던 한 남자. 노무현 가시는 걸음, 축복의 헌화와 더불어 푸른 소나무 같던 당신의 인생을 위해 몇 장의 그림을 걸었습니다.

 

소나무는 동북아시아를 대표하는 수종이며 동시에 이 땅의 수천 년 역사와 문화를 융합하는 상징입니다. 또한 식생이 부적합한 척박한 땅속 깊이 뿌리내려 바람에 맞서 살아갑니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굳굳한 선비정신의 표상이기도 하지요. 그 푸른 상록성은 계절과 상관없이 환경 속에서 울며 웃으며 시간의 흐름을 버텨냅니다. 당신은 참으로 이 상록수를 닮았습니다. 동 아시아 국가 중 정치의식이 가장 낮은 나라. 고도의 압축성장 속에 타자를 향한 껴안음, 생태학적 배려를 배우지 못한, 우리들의 아버지 세대. 그들은 그저 빨리 빨리에 자신의 영혼을 부식시킨, 아픈 과거를 가진 분들이었죠. 이제 그들의 정치의식을 더 이상 비난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들의 아픔 또한 우리 세대가 짊어져야 할 책임이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런 척박한 생의 풍경 속에서 상록수로 남아준 당신이 고맙습니다.

 

 

이승숙_There is...,_한지에 먹과 석채_61×73cm_2008

 

당신은 우리에게 한 그루의 소나무였습니다. 이승숙의 There is를 보니 마치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라고 마지막 물으시던 그 길에도 상록수가 아련하게 놓여있지 않았을까요. 야트막한 고갯길, 상록수 사이를 지나가는 당신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소나무는 그 모습이 사람과 닮았다고 하지요. 홀로 외로이 서 있기도 하려니와 더불어 숲을 이루며 섭생의 법을 완성합니다. 소나무에게 천년이란 긴 기간을 버티게 하는 것은 매일 환희로 맞는 아침입니다. 부모님과 살다, 독립해 살게되면서 저는 아침이란 시간이 거룩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창을 연다는 것이 이 작은 일상의 행위가 눈부신 해 아래 설수 있기에 거행할 수 있는 거룩한 의식이란 점을 배우고 또 배웁니다.

 

 

이승숙_痕迹_한지에 먹과 석채_31×41cm_2007

 

문을 열어가는 행위는 출발을 위함이며 문 저편에 놓여진 척박한 땅, 그 힘들고 버거운 세상의 눈물과 사랑이 있겠지요. 우리는 지금 이렇게 당신을 보내지만, 당신은 내 마음속에 살아남아서 함께 이루어야 할 '더불어 숲'의 푸르름을 알려주고 가시네요. 언젠가는 당신을 만나게 되겠지요 그 기다림의 시간. 지금은 겨울 뜰에 앙상한 나목으로 숨죽이며 추위속에 떨고 있지만 나는 기다리렵니다. 우리에게 아침이 올 것임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승숙_기다림_한지에 먹과 석채_73×130cm_2006

 

언젠가 당신이 뿌린 눈물의 씨앗이 봄을 관통하고 여름의 시간 속에 무르익을 때, 청록빛 환희로 피어날 것을 믿습니다. 가시는 길 배웅조차도 쉽질 않습니다. 가슴 속 푸른 멍울 먹으로 풀어 써내려간 영혼의 만장. 마음을 걸고 당신을 보낸 후 불 위에 태워야 하나 그조차도 이 정부는 허락하지 않네요. 얼마나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버텨야 할까요? 그러나 나는 두려워하지 않을렵니다. 부끄러워해야 할 인간들이 지상의 무대에서 자고하며 성공하는 일에도 나는 성내지 않을 겁니다. 우리 국민들이 당신이란 상록의 숲 아래 놓여있는 한.

 

당신이 돌아가시고 난 후, 난 보았습니다. 시민들의 정치적 미감이 저 푸른 상록수처럼 무럭무럭 자라고 있음을. 이 정부틑 이런 우리를 가리켜 잠재적 시위꾼이라 비판하지만, 궁색한 경찰의 변명에 이제 시민들은 쓸쓸한 미소만을 삼킵니다. 현 대통령의 옹졸함을 비판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네요. 이것이 바람직하다 하지 못하다를 비판할 능력은 제게 없습니다. 다만 봄은 자유를 기다리고, 자유의 냄새 아래서 진정한 화해와 만남을 기다리는 시민들이 대부분이란 점. 놀랍습니다.

 


이승숙_盛夏_한지에 먹과 석채_60×130cm_2006

 

소나무는 바람에 휘날리지만, 그 속살은 시간을 더하며 견고해지듯, 나 또한 그리되어 갈 것입니다. 우리에게 닥친 정치적 부당성과 독재의 서슬퍼런 피바람에도 당신의 혈흔덮힌 송피껍질로 옷을 헤입고 싸워나갈 것입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더불어 숲'이란 말의 의미가 조금씩 명징하게 다가옵니다. 희생이 없는 종교와 영혼이 없는 경제를 추구하는 이 부당한 정권과 하나하나 싸워나갈 것입니다. 독재자의 권력은 그가 죽는 순간 제로로 돌아가지만,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바보의 꿈이 바스러질때, 비로서 그 꿈은 실체를 향해 나갈 것임을 믿습니다. 그것이 진리입니다. 당신이 말한 "국민이 대통령이다"란 말 이제는 잊지 않을 겁니다.

 

 

이승숙_faraway_한지에 먹과 석채_132×162cm_2007

 

저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온 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라

서럽고 쓰리던 지난 날들도 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땀흘리리라 깨우치리라.

거치른 들판에 솔잎 되리라. 우리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사랑했던 나의 대통령 노무현. 이제 정말.......당신을 보냅니다.

우리는 잊지 않을 겁니다. 당신은 피고 지는 꽃이 아니기에, 언제나 푸르게

우리 안에 우뚝 서있는 상록수 임을 믿기에, 나는 이제 눈물을 거둡니다. 행복하세요.

우리는 노무현 상록수와 더불어 <아름다운 민주주의의 숲>을 이룰 것입니다.

나는 이제 투사가 될겁니다. 이 살인마 정권에 맞서 싸울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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