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F16 전투기의 잔해로 만든 돈키호테-나는 달리고 싶다

패션 큐레이터 2009. 5. 12. 08:03

 

 

구름 속으로 Into the Cloud

Iron, Tech-Machinery, 115×55×161(H)cm 2009

 

토요일 오후 사비나 미술관에 갔습니다.

조각가 성동훈의 개인전을 봤습니다. 소의 이미지와 돈키호테를 비롯,

다양한 범위의 움직이는 조각, 흔히 키네틱 조각이라 불리는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현대 조각은 그저 대리석이나 철재 구조물, 석고로 만들어진 동적인 형태를 넘어

조각이 점유하고 있는 공간 속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입니다.

 

그리스 신화 속 조각가 갈라테이아가 피그말리언이란

조각을 만들고 조각상의 아름다움에 반한 나머지, 신의 힘을 통해

실제 여자로 현신시켜 주었듯, 현대 조각은 조형자의 시선으로 실제 생명력을

부여받은 존재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 실제 유압기술과 센서

장치를 도입하여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조각품이 인식하고

반응하도록 만들었지요.

 

 

돈키호테-2009 Don Quixote-2009_Iron,

특수합금, 조화, LED Lights, Stone, Bronze, 406x170x255(H)cm, 2009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 <돈키호테>입니다.

놀라운 것은 돈키호테 조각이 추락한 F16 전투기의 잔해로

만들어졌다는 점입니다. 도슨트의 설명을 들어보니

작가가 공군사관학교 벽면 작업을 한 댓가로 잔해를 요구했답니다. 잔해를

작업의 물질적 소재로 삼음으로써, 돈키호테의 비극성을

더욱 드러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풍차를 향해 달려가는 돈키호테를 생각할 때

소를 탄다는 것은 일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소는 정착민의 산물이기

때문이지요. 전통적으로 동양에선 종교적인 의미마저 부여받은 소이기에 더욱

작품의 의미는 다의성을 띨 수 밖에 없습니다. 불교적 의미에서 볼때

소는 중생들 가슴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진정한 나,

본성의 실체인 진아를 상징합니다.

 

 

 돈키호테-2009 Don Quixote-2009_Iron,

특수합금, 조화, LED Lights, Stone, Bronze, 406x170x255(H)cm, 2009

 

소를 가까이에서 살펴보니 다양한 플라스틱 조화로

치장을 했습니다. 온몸에 헌화를 받아 유순하고 아름다운 소로

변신하게 된 것일까요? 야생의 소를 탄 예술가의 모습을 빌어 과학기술의 포화 속에

오히려 비이성적인 생의 울타리를 강력하게 구축하는 현대란 시간,

광기의 시대를 돌파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을 아니었을까요.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싸울 수 없는 적과 싸우고,

참을 수 없는 슬픔을 참아가며 용감한 사람들도 가지 못한 곳으로

달려가고 바로잡을 수 없는 잘못을 바로잡으려 하며

저 먼 곳의 순수하고 정결한 것을 사랑하고 양팔의 힘이 다 빠질 때까지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저 별을 향해 나아가는 것. 아무리 멀고 희망이 없어 보여도

그 별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나의 순례라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최근 <자살 사이트>가 우후죽순처럼 온라인 공간에서

자라나고 있다는 말을 듣습니다. 현실의 무게가 힘들수록, 모든 걸

견디고 난 후의 그 밝기가 더 환한 것이 아닐까요? 여러분 !

돈키호테의 정신을 가지길 저는 소망합니다.

 

 

머릿속으로 Into Brain Special Cement, Iron,

Stainless Steel, Bronze, LED Lights, Tech-Machinery,  145×175×235(H)cm, 2009

 

관객은 작품 앞에 서서 손을 조각품의 눈동자에 갖다 대면

이를 센서가 감지하면서 서서히 열립니다. 머리 속에는 다양한 형태의

사물들이 마치 생각의 편린을 담아내듯 매달려 있죠. 전투기 형태의 모형이 있는가

하면 붓다상과 항아리 위로 피어나는 나무줄기의 형태가 보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인간의 머리 속에 내장된 생각의 방식들, 전쟁과 역사,

종교등을 상징하며 보여주는 것이죠.

 

  

머릿속으로 Into Brain Special Cement, Iron,

Stainless Steel, Bronze, LED Lights, Tech-Machinery,  145×175×235(H)cm, 2009

 

성동훈의 작업이 다른 조각품과 다른 것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과정 속에 있다는 것입니다. 조각품은 관객의 참여를 통해서만

그 내부를 볼수 있으며, 본질의 무늬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철저하게 상호작용을

추구합니다. 두상은 우리 모두의 자화상입니다. 현대인 모두의 자화상이기도

하지요. 여러분은 어떤 생각으로 머리속을 채우고 계시나요?

 

 

머릿속으로 Into Brain Special Cement, Iron,

Stainless Steel, Bronze, LED Lights, Tech-Machinery,  145×175×235(H)cm, 2009

 

환하게 열린 머리 속 구조를 보는 순간

여러가지 풀리지 않은 생각의 실타래로 어지러운

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선연하게 들었습니다.

 

 

자연의 신 The Mountain God_Iron, Beads, LED Lights, 140x63x158(H)cm, 2009

 

옆에는 인공정원과

산양의 모습이 함께 전시되어 있습니다.

수많은 유리구슬로 장식되어 내부에 청색의 미려한 LED를 장치한 탓에

조명을 받으며 환하게 피어나는 양의 영혼이 옆에 있는

인공정원을 언제든지 활보하고 싶어하는 것

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비밀의 가든 Secret Garden_Iron, Lawn, 400x300x320(H)cm

 

인공정원 옆에는 앞에서 소개한 <애인>이란 쇼파 작품이

놓여있습니다. 도슨트의 말에 따르면 쇼파에 누워 영원한 이상과 같은

정원을 보는 것이라고 했다는데, 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봤습니다. 나무를 비롯해

개미와 딱정벌레, 장수하늘소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으로 구성된 숲의 섭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결국은 자연의 프로그램 속에 연결되어 있는

모성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애인 Lover_Iron, Leather, 123x115x121(H)cm, 2009

 

이 작품 또한 눈길을 끌었습니다. 역삼각형의 거대한 쇼파가

놓여있는데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애인>입니다. 왜 이런 제목이

붙은 것일까요? 형태를 자세히 보니 쇼파 좌석 아래로 빗금을 따라 만들어진

형태를 보면 막 피어나는 꽃봉오리 같기고 하고 여성의 생식기를 표현한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소가죽으로 장식해 실제로 작가는 그 위에서 누워 잠을 청하기도 한다네요.

결국 어머니의 자궁을 상징하는 작품을 통해 생명의 근원과 우리 속의

살아 숨쉬는 생명력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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