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변종을 요구하는 시대, 영웅은 무엇을 꿈꾸는가?
영화『엑스맨 탄생-울버린』을 봤다. 영화를 보고 글을 써본지가 언제인가 싶다.『책 읽어주는 남자』는 소설을 읽은 후 올리기 위해 뜸을 들이고 있다. 영화를 본 후 기억의 망막에 맺힌 이야기를 풀기 위해선 몇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이 요소가 쉽게 상기되는 작품이 있고,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다. 영화 <더 리더>는 후자의 경우고 오늘 본 <울버린>은 전자에 해당한다. 영화 <엑스맨>은 나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필모그라피에 포함시키는 작품이다. 물론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연출한 1.2편에 한해서다. 브라이언 싱어가 연출한 엑스맨은 단순한 액션영화가 아니었다. 사회가 아웃사이더를 만드는 방식에 대해, 내부의 인간과 외부의 적을 가르는 기준을 보여주었고, 그 속에서 사회속에 편입하려는 욕망을 가진 뮤턴트(돌연변이)의 좌절과 상처를 다루었다.
브라이언 싱어가 빠진 엑스맨은 사실 CG의 포화속에 벌어지는 화려한 액션으로만 가득찼다. 엄청난 흥행수익을 벌어들였지만, 다른 감독의 손으로 재해색된 엑스맨은 정작 제목 속 미지의 해를 의미하는 X의 의미를 제대로 화면속에 담질 못했다. 영화 <울버린>은 바로 엑스맨에서 브라이언 싱어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조형했던 캐릭터다. 분노와 함께 손에서 칼날이 튀어나오는 섬찟함을 선사했다. 온몸은 합금덩어리라 불사의 몸이자, 상처를 받고도 금방 재생되는 신기한 몸을 가졌다. 쉽게 치유되는 만큼, 상처의 폭과 깊이도 뮤턴트 중에서 가장 컸다. 울버린은 엑스멘 영화 전편의 주인공인 울버린의 전생을 다룬다.
어린시절, 로건은 우연한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도망자 신세가 된다. 그때 형 세이버 투스와 함께 도피를 하며 그는 군에 들어가 살육의 현장을 누빈다. 뮤턴트들의 유전인자를 모아 강력한 무기로 만들려는 음모를 가진 스트라이커 대령의 팀원으로 들어가 다양한 작전을 수행하지만, 끊없는 살인에 회의를 느끼고 캐나다의 작은 산림촌으로 들어가 살게된다. 아내인 카일라는 형의 손에 의해 죽게되고, 복수를 위해 스트라이커 대령을 찾아가 실험대상이 된다. 이후 그는 강력한 신체를 가진 웨폰 엑스로 변신하게 된다.
이후의 이야기는 그만두자. 적어도 이 영화를 보고 느낀건, 프리퀄 영화로서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엑스맨 전작에서 다루지 못한 다양한 뮤턴트들의 특성과 캐릭터를 해명하는데 많은 투자를 했다는 점이다. 철저하게 인물중심의 이야기로 푼 나머지, 사회적 메세지와의 연결은 꿈꿀 수 없지만, 엑스맨 전편을 이해하는데 꽤 도움이 되는 설명력을 가졌다. 단 엑스맨 1.2편의 깊이는 절대로 요구하지 말것. 그래야 상처를 덜 받는다. 솔직히 말하면 울버린 한 사람에게 모든 이야기의 초점이 맞추어 있어서, 매우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듯 하다. 이 영화에선 과거의 기억을 재현하는 플래쉬백이 한편의 영화를 구성한다. 왜 그가 기억상실에 시달리게 되었는지, 강철신체를 가지게 되었는지 해답을 쉽게 얻을수 있다.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은 사회학적 상상력을 토해냈지만, 이번 울버린은 철저하게 개인의 역사를 통해, 어떻게 영웅이 탄생하는지를 보여준다. 다니엘 헤니의 출연또한 반가왔다. 물론 극 중에서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주요 사건을 구성하는 인물들 중 하나란 점에선 그가 보여준 액션도 매우 인상깊다.
뉴질랜드에서 살던 시절, 매일 광장에서 벌어지던 GMO(유전자 변형곡물) 반대 시위를 지켜봐야 했다. 미국의 생명공학 기업인 몬산토는 제초제와 해충 피해에 강한 유전자 종자를 개발하였으나 지적 재산권을 보호를 위해 터미네이터 인자를 주입, 수확된 종자가 다시 발아할 수 없도록 조작하였기 때문에 비난을 받았다. 개발이란 미명아래 몬산토의 우량종자가 후진국 농부로 하여금 자극 자족을 벗어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식물 종자의 생산력을 강탈하고 후진국 농부들을 예속화 하는 행동일 뿐이었다.
녹색성장을 거들먹거리며, 끊임없이 여성과 자연을 개발하려는 남성 중심적 사고가 만든 사회의 결과물이 뮤턴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수 없었다. 영화 속에서도 다양한 뮤턴트들을 감싸안기 보단, 그들의 유전자만을 빼내 국가의 병기로 만들려는 계획은 결국 뮤턴트이기 전에 인간을 교체 가능한 부품으로 만들려는 시도일 뿐이다. 이런 욕망을 버리지 않는 한, 뮤턴트들은 영원한 사회의 타자가 되어 우리 곁을 떠돌수 밖에 없다.
사회와의 화해와 편입은 불가능하다. 그들의 삶은 정상 대 비정상의 기준을 공고하게 갖춘 사회에서 철저하게 배제된다. 엑스맨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들은 바로 이런 사회적 배제를 몸속에 뼛속깊이 체화한 존재들이다. 사회에 대한 증오와 저주, 상처는 그들 속의 상처를 무성하게 키운다. 동성애 영화가 이성애주의에 근거해서 동성애를 배제하듯, 이 영화는 변종과 정상인을 나누고 배제시킨다. 사회적 배제는 폭력을 가져온다. <블레이드 런너>나 <터미네이터>와 같은 영화에서 보듯 로봇의 존재를 기능적 효용만 철저하게 빼먹고 버리는 존재로 생각했다가 인간이 역공을 당하듯, 전쟁터의 무기로나 사용하기 위해 그들의 유전자를 탐한 인간의 욕망은 철저하게 뮤턴트의 역공으로 끝난다.
세이버투스가 동생 로건에게 건내는 말이 인상깊다. "You have to embrace the other side of yourself" 네 자신의 이면을 받아들이란 말이 왜 그렇게도 와닿던지. 결국 폭력으로 세상에 앙갚음하자는 형의 제안을 거절하지만, 변종인간으로서 인간사회에서 배제된 상처는 누가 치유해줄까? 이 영화는 아쉽게도 이런 질문에 답하지는 않는다. 사회적 텍스트가 아니다. 그냥 액션영화다. 꽤 잘만들어진 액션영화.
개인적으로 로건의 사랑이야기가 설득력을 가졌다. 사랑앞에서 분노하는 한 인간을 그저 볼수 있어서 좋았다고 해야할까? 헐리우드의 컴퓨터 그래픽에 뒤지지 않는 마지막 결투 신도 마음에 든다. 로건이 울버린이란 내력을 갖게 된 것도 인디언 신화에 기초한 것이다. 그 내용은 영화를 보고 확인할 것. 로건(울버린)의 로맨스를 꽤 진부하지만 그래도 볼만하게 이끌어준 대사이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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