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도대체 민석룩이 뭐야-나 만의 스타일을 갖는다는 건

패션 큐레이터 2009. 4. 9. 01:27

 

 

지난 주와 이번 2회에 걸쳐 <샤넬 미술관에 가다>에 기초를 둔 패션 속 미술 이야기를 강의했습니다. 강의를 했던 신한아트홀은 원래 VIP와 PB 고객들을 위한 강의 및 파티, 전시를 준비하는 곳이죠. 작년 7월에 <샤넬 미술관에 가다>를 출간한 후 꾸준한 인기를 얻은 덕에 요즘 강의 제안이 많습니다. 전문강사도 아니고, 회사일에 묶여 모든 강의를 다 할수는 없지만 강의를 하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날은 마음 한구석이 행복합니다.

 

 

패션과 미술 강의는 2회 정도로 나누어집니다. 첫회에는 복식사를 미술로 풀어내는 작업을 주로 하고 두번째 시간엔 실제 명화 속 패션의 코드를 찾아 이야기 하거나 옷에 담긴 유혹의 코드, 에로티시즘에 대해 이야기하죠. 명화를 통해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의 역사 스타일링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항상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강의를 들으시더군요 앞으로 이 부분을 더 강화시켜서 강의해야겠습니다. 강의에 오신 분들은 로코코 시대의 여자들이 서클렌즈 효과를 내기 위해 독즙을 눈속에 삽입했다는 말을 들으면 놀라면서도 아름다움을 위해 갖은 수단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런 사회에 대해 반성하고 지금 우리의 모습을 살펴보라는 제 주장을 소중하게 마음속에 담아주십니다. 그래서 고맙습니다.

 

 

최근 모토로라 광고 CF가 제 마음에 꽂혔습니다. 그래서였을까 강의의 시작은 최근 본 CF의 카피라이트로 시작을 했죠. 이 광고는 제가 강의를 통해 시종일관 주장하는 내용을 압축해서 담고 있습니다. 광고가 시작되면 다양한 스타일의 옷을 입은 모델들이 멋지게 거리를 활보하며 워킹을 선보이죠. "내 스타일? 음, 내스타일은 배기룩, 내 스타일은 프렌치 시크야  럭셔리룩, 사이버룩, 에스닉룩, 헐리우드 룩, 스키니룩, 프레피룩.... 이때 바니를 쓴 어떤 남자가 걸어가며 "이건 민성룩" 이라고 말하지요. 민성룩? 도대체 민성룩이 뭐야? '내이름' 이라며 말하는 쿨한 남자. 알고보니 모델이자 패션 웹진을 이끄는 곽민석씨랍니다. 발음이 민성룩으로 들리다보니 검색해 보면 민석룩보다 민성룩으로 표기된 곳이 더 많더군요.

 

민석룩은 내이름. 저는 이 마지막 멘트가 참 좋더군요. 옷은 자신의 정체성과 정치적 태도, 미적감성과 외양에 대한 입장을 드러내는 총체적인 정체성 도구, 흔히 아이덴티티 키트라고 불리는 무기입니다.

 

신상품을 살때 누군가의 평을 위해 사고, 내면속에 감추어진 매력을 살려주지 못하는 다양한  파노플리(신상)의 세계에 포섭되는 우리의 면모를 살펴보고, 역으로 치유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룩(Look)이란 개념은 대체로 용모, 모양, 외관을 뜻하지만, 복식에서는 스타일(Style)이란 단어와 달리 의상의 전체적인 인상을 포괄하는 개념적 용어지요. 저는 정말 제 블로그에 오시는 독자님들이, 넌 무슨 룩이야? 라고 물었을때, "난 아이보린룩' 난 레드픽룩' '난 가리온룩'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개인의 룩이 단지 창의성과 개성적 스타일을 넘어, 내 안에 소중한 내면이 드러나 겉옷에 각인되는 그런 이유로 자신의 이름을 곧 룩(look)이라고 규정하는 이 민성룩이 참 매력적입니다. 패션에는 다양한 용어들이 혼재합니다.

 

옷 하나만을 의미할때도, 드레스가 있고, 룩이 있고, 패션(Fashion)이 있고, 모드(Mode)가 있으며 코스튬(Costume)이 있고(코스프레를 생각해 보세요), Clothing이라고 해서 산업적 관점에서의 옷을 의미하는 말이 있습니다. 패션이 가장 범주가 넓은 표현이지요. 문화사회적으로 구성된 옷, 그 옷을 입은 사람을 포함하는 개념이니까요. 저는 마리 로랑생이 그린 디자이너 코코 샤넬의 초상화를 제 책 <샤넬 미술관에 가다>에서 포문을 여는 첫번째 장에 넣었습니다. 그는 근대적 패션을 시작한 사람이고, 결국 그 이유는 신체의 자유와 거리에 입고 나갈수 있는 옷을 디자인하겠다는 그의 철학에서 시작됩니다.

 

어느 시대든 시대별 이상적인 미를 구현하고, 이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그릇으로서 패션은 중요한 매개변수가 됩니다. 그러나 항상 고려해야 하는 것은 바로 어떤 스타일이건, 룩이건, 그것을 소화하는 주체는 바로 나라는 사실입니다.

 

스타일의 시작은 바로 나 자신의 신체를 정직하게 바라보고 내 몸을 사랑하고 직물로 그 신체를 가장 적절하게 감싸고, 보호하고 돋보여야 할 부분을 스스로 발견하는 자기발견적 과정에서 출발합니다 이  과정이 생략되기에, 항상 타인의 시선과, 언론매체의 교묘한 홍보기술에 항상 개인은 집중적으로 쇄뇌를 당할수 밖에 없지요.

 

제 미술 속 패션 이야기 강의는 오랜 동안 누적된 복식의 역사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아름다운 여인의 신체를 규정하고, 사회적 조건을 살펴보고, 결국 그 조건을 만들고, 틀을 짓고 결국 그 우리 속에 갖혀버린 우리를 살펴보고 다시 찾는 과정입니다.

 

예전에 만들어놓은 파워포인트를 주로 사용했는데 앞으로는 내용도 더 보강하고 책 발행 이후로 새로 연구한 내용들도 가미해서 더욱 재미있고 흥미로운 강의로 만들어가야 겠습니다. 부족한 강의 뜨겁게 들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려야 겠네요.

 

올해 봄, 자신의 이름을 룩으로 변모시킬수 있는 여러분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