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큐레이터의 서재

패션 큐레이터의 서재-문학이 패션을 만날 때

패션 큐레이터 2009. 2. 28. 08:07

 

 

 

 

S#1 패션이 문학을 만날 때

 

최근 아마존에서 흥미를 끌만한 한권의 책을 찾았습니다. <Styling Texts : Dress and Fashion in Literature>란 책인데요. 어떤 한 분야를 좋아하다 보면 자신의 관심사가 다른 분야와 교직되어 새로운 것들이 나오는 걸 경험할 때가 많습니다.

 

이 책은 중세부터 현대까지 문학속에 드러난 패션의 요소들을 살펴봅니다. 문학작품을 읽다보면, 옷의 묘사를 통해 주인공의 성격이나, 사회적 배경을 드러내는 것들을 종종 만날 때가 있지요. 『샤넬 미술관에 가다』에서도 저는 소설가 서머셋 모엄의 양복입은 모습을 분석한 적이 있습니다.

 

스타일링 텍스트란 책을 보니 베어울프에서, 세익스피어의 12夜, 제인에어, 헨리 제임스의 <여인의 초상>, 최근의 노벨문학상 작가 토니 모리슨의 <재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학 작품 속에 녹아 있는 패션의 요소들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물론 책이 만만치 않게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시도를 가리켜 너무 오지랍넓게 모든 걸 패션이란 이름으로 통합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고 묻기도 합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패션이란 하나의 렌즈를 통해, 이제까지 보아왔던 다른 요소들의 속살을 살펴보는 작은 재미를 찾는 것이지요.

 

제 눈의 안경이란 말을 영어로 번역하면 Beauty is in the eyes of Beholders 라면서요. 말 그대로 아름다움이란 것도 결국 보는 자의 눈 속에 있다는 말일 텐데, 저는 패션의 아름다움을 항상 제가 경험하고 읽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과 연결시키는 마음의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 큐레이터의 서재란 폴더를 만들어봤습니다. 독자분들이 제 서재를 보고 싶다고 하시는 분도 있고, 어떤 책이 있나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어 이에 부응하기 위해 만든 폴더입니다. 원래 『패션 큐레이터의 서재』라고 이름을 지었다가 자간을 너무 많이 차지해 큐레이터의 서재라고 고쳤지요.

 

패션 큐레이터와 일반 큐레이터가 다를것이 없습니다. 큐레이터란 것이 미술작품의 연대기 연구 및 보존, 이에 대한 역사적 서술의 책임을 진 학예사이듯, 패션 큐레이터도 결국은 큐레이터로서 관심분야가 옷/드레스/복식 이란 차이가 있을 뿐이죠. 오히려 옷에 대해서만 연구하다보면 인식의 범위가 좁혀질까 두렵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인접학문들과의 연계를 통해 그 지평을 넓혀야지요. 또한 복식도 출토된 물품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복식큐레이터 과정이 올해 3월 부터 있는데, 안타깝게 시간이 도저히 맞지 않아서 수강하지 못합니다. 내년을 기약해야겠습니다. 이 또한 한국복식을 주로 합니다만 저로서는 큰 도전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어차피 서양/동양의 복식을 아우르며, 그 속의 매끈한 패션 이야기를 통해 시대상을 읽고 대중문화 속 패션의 변천을 살펴보는 재미로 이런 작업들을 해보려고 합니다. 가능하다면 독자들을 상대로 한번씩 강의를 해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2년 전부터 제 블로그엔 참 재미있는 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폴더를 만들기만 하면 그것이 책으로 계약이 되는 일들이 생겨났지요. 『디자이너의 스튜디오』와 『패션읽는 CEO』두 권을 올해 써야 합니다. 국내 최고 규모의 출판사와 계약을 맺으려고 제안서를 냈는데, 이 또한 될듯 해서 사실 걱정이 앞서기는 합니다. 너무 무리수를 두고 있고, 너무 많은 책을 한꺼번에 토해내는 것이 아닌가 해서요.

 

흔히 직물을 영어로 패브릭이라고 하잖아요. 이 패브릭을 사전에 찾아보면 얼개, 사회적 구조란 뜻도 들어있습니다. 우리가 입고 있는 옷 한벌이 곧 사회의 구성원이 표현하는 정신의 구조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습니다. 덧붙여 가능하다면 한국문학 속의 의상에 대해서도 한번 연구를 해보고 싶더군요. 저번에 예스24 웹진에 나올 때 저를 인터뷰 하셨던 분이 문학공부를 많이 하신 분이었는데, 그날 정말 정신없이 받아적으면서 놀랐었습니다. 최명희 선생님의 <혼불>을 2년 정도를 기약하고 꼼꼼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의에 대한 묘사나 한복의 빛깔, 옷을 짓는 과정에 대해 정확하게 묘사한 부분들이 많아서 한번 도전해 보려고 하지요.

 

 

윌리엄 매릿 체이스 <여인의 초상> 1890년, 캔버스에 유채

 

이외에도 큐레이터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소양이 될 책들을 주로 소개하려 합니다. 복식사에도 기본도서들이 있습니다. 한국의 복식학자들이 쓴 논문들을 보면 하나같이 인용은 되어 있는데, 그 인용이 남발되고 있고, 하나같이 몰개성적인 성격이 많습니다. 결국 논문을 읽다보면 외국 석학들의 이름은 나열하는데, 과연 원전을 읽었는지, 읽었다고 해도 발췌독이나 겨우 한 것이 아닌지 하는 의문을 갖게 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복식사라고 해서 일반 미술사 연구와 그리 다를 것이 없습니다. 결국 심리학과 사회학, 인류학, 문화이론, 문학연구 등 다양한 인접학문과 더불어, 재현이란 문제를 둘러싼 끊임없는 논의를 이해해야 합니다.

 

 

박물관 관리에서 부터 디스플레이까지 공부를 해야 큐레이터로서 기본적인 자질과 소양을 갖추게 되는 것이죠. 그만큼 이 폴더는 큐레이터로서 성장하고 싶은 제 영혼의 학습장이 될 것 같습니다. 꼭 복식관련 책들만 소개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능하다면 패션의 고전들, 프랑스 기호학 도서들, 옷의 철학을 담은 책도 좋지만, 사회와 정치에 관한 시야를 넓혀주는 고전들도 읽으려고 합니다. 종종 제 블로그에 들어와서 비밀글로 큐레이터가 되고 싶다고 말씀하는 분들이 있던데,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폴더가 되면 좋겠습니다.

 

올해 함께 읽어볼 주요한 책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The Power of Display 매린 앤 스타니제프스키 저

Museum Management and Strategy 필립 코틀러 저

Fashion Theory Journal 2009 년 제 1호 패션 큐레이터 특집

Fashion Cultures : Theory Explrations and Analysis  스텔라 브루찌 저

A Cultural History of Fashion in the 20th Century 보니 잉글리쉬 저

Clothing as Material Culture 수잔 키쉬너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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