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큐레이터의 서재

옷의 역사를 쓴다는 것은-내 소중한 꿈을 위하여

패션 큐레이터 2009. 1. 26. 12:47

 

 

새해가 시작될 때 제 자신에게 선물을 합니다. 지난 한해를 축복하며 다가올 한해를 채워낼 수 있는 물건을 골라 비록 지갑에 영향을 줄 지 언정, 꼭 자신에게 어울리는 선물을 사서 행복감을 느끼는 버릇이지요. 올해는 4권의 책을 샀습니다.

 

서양 중세복식사 시리즈(Medieval Clothing and Textiles) 시리즈 5권과 중세복식 전반의 관련 논문을 모은 복식문화(Clothing Culture 1350-1650)그리고 중세 시대 주요 텍스타일 문양작업의 상징성을 다룬 Medieval Fabrication: Dress, Textile, Clothwork 라는 책도 신청했고요.

 

앵글로 색슨 복식사 1권, 신고전주의 복식사 2권은 인터넷으로 신청했습니다. 중세복식사 5권의 양만 따져도 1천 200페이지가 넘습니다. 복식사 방법론을 제대로 공부해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한복을 고증하고, 한국 복식사를 미술을 통해 풀어내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도 서양의 서지방법과 인류학 방법론, 역사비평론을 배우지 않으면 복식 자체의 디테일과 형식에만 치우치는 연구가 되기 쉽습니다.

 

저는 <샤넬 미술관에 가다>를 저술하면서 외국의 다양한 복식 박물관을 다녔습니다. 복식을 연구하기 위해선 단순하게 옷만 보고 다니는 일에 머물지 않습니다.

 

특히 중세복식의 경우는 양탄자에 그려진 그림들도 세부적으로 사진으로 찍어와야 했고, 타피스트리 작품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옷의 문양이나 패턴을 살펴야 했으며 문고리 장식에서 가문을 표시하는 문장연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위의 연구를 해야 했습니다.

 

연구를 정말 해볼까 하고 손을 대긴 했는데, 너무 끝도 없더군요. 라틴어와 중세 캘트어까지 익혀야 한다면 사실 쉽지 않은 게 느껴지실 겁니다. 옷을 공부하다 보면 예전에 알고 있던 지식과 너무 다른 면모를 많이 공부하게 됩니다.

 

가령 바이킹족의 의상을 보면 당대 최고의 패션 센스를 가진 옷이었다는 점 같은 사실이죠. 그저 바이킹 하면 무서운 해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잖아요. 바이킹 의상의 바느질 정도와 실크 재료등은 당대 최고의 수준이었죠.

 

 

복식사 연구를 하면서 부러운 것은 서양의 복식학자들이 국가의 정책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왕성하게 연구할 수 있는 토양입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은 복식사 연구는 일천합니다. 한국 복식사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형식사에 치우쳐 있고 다양한 역사비평학의 담론을 옷이란 매개를 통해 풀어내는 작업은 엄두도 못내고 있습니다. 세계 복식사 사전을 하나 샀습니다. 일반 복식에서 헤어스타일까지 철저하게 국가별 정리가 잘 되어 있습니다. 패트리샤 애너월트는 탁월한 복식사가이자 복식 전문 큐레이터입니다. 한국엔 이런 분이 없지요. 그걸 탓하는 것이 아니라, 복식사를 연구해서 교수가 되기 힘든 현실이다 보니 그렇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제가 서양 복식사를 연구하면서 직접 허락을 받고 찍어온 작품 사진들입니다. 양탄자 그림이나 벽화, 라틴 고문서 까지 살펴야 합니다. 한국 복식을 연구하기 위해서도 이와 같은 동일한 방법이 필요합니다. 출토복식을 찾기가 어려운 현실에서, 다양한 2차 자료를 총동원해서 복식을 통한 시대상의 재조합, 조립이 필요한 것이죠.

 

 

저야 꼬박꼬박 월급 잘 받고, 글 쓰고 인세받고, 방송활동하면서 취미로 복식사를 연구하지만 이왕 하는 거 서양 학자들처럼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빈티지 의상들, 특히 오트쿠튀르 의상도 본격적으로 컬렉팅하고 향후 세우게 될 복식 박물관의 소장품 목록을 만들어 보려 합니다. 책 4권 사는데 40만원 넘게 들었습니다. 수집가용 바비인형만 천만원 넘게 모았습니다. 비비언 웨스트우드와 장 폴 골티에가 디자인한 바비 의상도 가지고 있지요. 다음에 한번 블로그를 통해 구경시켜 드리겠습니다.

 

파리 오트 쿠튀르의 황금시기를 다룬 『The Golden Age of Couture』도 탁월한 책입니다. 시대에 따라 신체를 규정해온 서양의 시각을 복식사의 관점에서 풀어냈죠. 저는 블로그에서 영화 속 의상을 통해 시대극의 배경이 되는 복식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시대의 복식을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하게 그 당대 사람들이 이런 옷차림을 했다라는 말로 끝나지 않습니다. 왜 여자/남자들이 그런 옷을 입었는지 시대의 정치 사회 문화적 고리들과 연결지어 해석할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디자이너가 복식사를 공부하는 근거가 됩니다. 복식사는 디자이너에게 풍성한 영감의 원천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시대든 그것은 기억을 다루는 과거의 산물이 아닌 현대의 확장이기 때문입니다. 복식 큐레이터 캐롤린 콕스가 쓴 『Vintage Shoes』또한 탁월한 책입니다. 근 현대의 신발의 역사를 통해, 여성성을 뒷받침해온 근거를 밝혀내고 있지요.

 

파리와 런던이 패션을 통해 어떤 식으로 소통을 하고 문화접변과 확산이 이루어졌는지, 디올과 발렌시아가 두 디자이너가 여성의 신체를 어떻게 다루었는지의 주제를 흥미롭게 읽고 있습니다.

 

패션의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최근 인문학의 화두인 몸의 철학과 연결되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각 시대는 여성의 신체를 남성의 관점에서 해부하고 새롭게 조형해 왔습니다. 코르셋의 역사는 곧 여성에게 신체 수난사의 역사이듯, 옷 한벌 한벌에는 우리 인간의 눈물과 기쁨과 행복이 담겨 있습니다.

 

옷은 단순한 물질을 넘어, 인간의 피부를 감싸는 2의 표피를 넘어 시대의 풍경을 그려내는 연필이자, 당대의 아픔을 몸으로 껴안는 은유체입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을 찾아서 신체 및 패션의 아이템과 관련된 표현들을 찾아보세요. 표현들 하나하나가 단순하게 신체와 관련을 맺는 것을 넘어 사회 일반에 대한 비평 혹은 은유를 의미로 확대되어 있습니다.

 

너무 거창한 이야기를 많이 했군요. 하여튼 올 한해는 여러분이 눈이 시원한 요기 거리를 많이 할수 있는 이미지와 글로 패션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써보려고 합니다.

 

『샤넬 미술관에 가다』가 출간되었지만, 사실 이 책은 3부작을 목표로 쓴 책입니다. 아직도 갈 길이 너무 멉니다. 여기에 한국 복식사를 포함 아시아 복식을 연구해서 각각의 옷에 기억되어 있는 각국의 미에 대한 관념과 생각들, 추억을 캐묻는 일을 해야 합니다. 죽기전에 의상학을 비롯, 디자인과 패션을 공부하는 후학들에게 정말 멋진 선물을 하고 싶습니다.

 

 

 

 

올해 초 이스라엘 여행이 성사되었다면, 중동지역의 민속복식을 연구할 수 있었는데, 아쉽게 전쟁소식 때문에 여행이 연기되었습니다. 정말 안타깝지만 다음 기회를 빌어야지요. 저는 민속 복식을 다루면서 단순하게 옷의 이름이나, 패턴이 어떻고 패브릭이 어떻고 하는 식의 이야기는 간단하게 끝내려고 합니다.

 

 

 

왜 이옷을 이 사람들이 입었는지, 어떤 사회적 조건들이 그들로 하여금 그런 옷을 선택하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우선적으로는 영화를 통해 시대의상을 고증하는 일을 우선적으로 하고, 출장을 갈때마다 고전 복식 이야기를 실어보려고 합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그래도 여러분이 글 읽어주시는 덕분에, 힘을 내서 이 블로그 운영합니다. 비 인기종목인 미술과 복식사를 읽어주는 분들이 있어서 힘을 내어 왔던 길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가겠습니다. 부족한 것도 많고 천학하지만, 성실하게 한발자욱 한발자욱 가려 합니다. 올 한해도 멋지게 가보자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디어 클라우드의 노래로 듣습니다. <부탁해> 를 올립니다.

문화의 제국 독자 여러분 2009년 한해 정말 잘 부탁드려요......

 

 

 

41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