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석간 <이브닝>의 서평란에『하하 미술관』이 메인을 장식했습니다. 하하 미술관이 점점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웃을 일 없는 요즘, 그림 속 작은 이야기들이, 여러분의 지친 어깨를 안아주길 원합니다. 지금 내 마음속에 짙은 잿빛과 진회색 마음의 갑옷을 벗고, 푸른 상처의 문을 열고 나오길 소망합니다. 핑크빛 드레스의 소녀처럼, 위로의 사탕 한줌 움켜쥐고 세상에 나가 여러분을 안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오늘 여수에 사시는 독자분이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시겠다고 메일을 주셨습니다. 여수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노란색 표지의 하하 미술관을 들고 사진을 찍어 보내주시겠다네요. 생각만 해도 행복합니다. 긍정의 바이러스가 과연 무엇인지, 저는 이 책을 통해 여러분에 제게, 우리에게 보여주시길 희망합니다. 도처에 절망이고, 구조조정과 철거민의 상처가 가득한 이 세상. 정말이지 웃음을 상실한 위기에 놓인 여러분에게 이제 봄을 맞아 입춘대길의 혼을 전합니다.
올 세계 유행색 협회에선 주요 색상으로 노랑색을 골랐습니다. 그만큼 순수한 희망과 밝음, 따스함을 뜻하는 색이라는 군요. 우리의 미래도 노란색 개나리 핀 세상속 빛깔처럼 환하게 빛나기를 꿈꿉니다. 똑같이 청색 집에 살아도, 누구는 사람들에게 절망을 주지만, 이소윤 작가의 그림 속 푸른 집의 주인공은 우리에게 위로의 사탕을 건네주네요. 그녀를 껴안고 싶습니다.
하하 미술관
김홍기|244쪽|미래인
사람이 사람에게 위로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멈추지 않고 가동한다면 아직은 꽤나 역동적인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갈수록 정적으로 멈춰가는 사람에 의한 위로의 기제가 여러 이유에서 차단돼 있다면 다른 동기화가 필요하다. 결국엔 세상은 ‘관계’들의 집합체이기 때문인 것이다.
책은 점차 형상화되어가는 관계들을 위한 ‘위로의 기제’를 마련하는 치유에세이다. 그리고 그 주요한 도구로 ‘그림’을 본다. 힘겹고 어려운 일상 속에서 갖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 중 하나로 ‘그림’을 골라냈다.
‘영혼을 위로하고 보듬어주는 따스한 그림에세이’란 테마를 위해 책은 우리의 감성과 공감대가 잘 반영되어 있는 국내작가들 28인의 작품들을 수록했다. 미술치료에서 고통을 다루는 19가지 기술을 차용하여 감상만으로도 위로와 치유의 놀라운 힘을 경험할 수 있음을 보였다. 그림을 통해 마음의 균열을 메워주는 희망을 찾게 되고 그 희망을 다른 이에게 되돌려줄 수 있는 마음의 여백을 얻을 수 있음을 소소한 에피소드로써 풀어냈다.
무엇보다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그림(또는 사진)을 적극 발굴하여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양을 목적으로 한 것이든 그림 치료를 목적으로 한 것이든 기존의 그림 에세이들이 서양 명화에 대한 해설에 치중한 것과 분명하게 대별되는 부분을 지녔다. 국내작가에게서 긍정할 수 있는 삶의 조건과 공통분모가 더 많다는 논지는 책장 곳곳에 자리한 그림들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작품 속에서 같은 시대를 사는 다른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는 건 꽤 값진 경험이다. 감성의 공감대가 통한다는 건 미술을 경험할 때 중요한 요소다. 지식을 공부해야 접근 가능한 서양미술보다 이해하기 쉽고 다른 나를 발견할 가능성도 높다”는 입장은 단호하기까지 하다.
책에 소개된 작가 28명의 면면도 다채롭다. 아시아 미술 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권경엽, 2008 정헌메세나 재유럽 청년작가상 수상자인 홍일화, 국내 만화학 박사 1호인 이순구, 또 한국화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기대주였으나 2007년 요절한 주정아 등의 작품은 책의 글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녔다.
궁극적으로 책이 시도한 치유의 노력은 도드라진 결론이 아닌 그림 전반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실존적 고뇌와 아픔을 껴안고 미적으로 승화시키고자 한 것이었다. 그들이 만들어낸 웃음을 회복시키는 과히 주술적인 치유의 힘을 조용히 드러냈다.
오현주기자 euanoh@iev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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