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영화에 홀리다

딸에게 아빠가 필요한 100가지 이유-영화 '맘마미아'를 보고

패션 큐레이터 2008. 9. 19. 00:14

 

S#1-딸에게 아빠가 필요한 100가지 이유

 

오늘 하루 부산한 일정을 소화했다. 라디오 방송원고를 마무리하고 여러번 읽어본 후에야 방송국으로 출발한다. 두 권의 책을 소개했다. <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와 <동과 서> 란 작품이다. 동양과 서양의 근본적인 생각의 구조와 미국사회의 심층적 문화읽기를 가능하게 해준 책들이다.

 

방송을 마치고 압구정으로 향했다. 블로그 코리아 담당자와 만나서 인터뷰를 했다. 오늘 인터뷰를 이끈 과장님은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분인데다, 내 책을 철저하게 소화 하신분이라 굉장히 신이 났고 본의 아니게 수다장이가 되버렸다. 말을 좀 아낄걸 그랬나 하는 후회를 해본다. (오해하실까봐)

 

3시간 가까이 클로즈앤 퍼스널(밀착인터뷰)를 마치고 프라자 호텔로 직행, 올 겨울상품기획과 구매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마쳤다.  저녁 7시에 영화 맘마미아를 봤다. 오랜만에 뮤지컬 영화를 봤는데 느낌이 좋다. 기분이 좋고 그렇다.

 

이 영화를 보고 난 3가지의 생각거리를 얻었다. 이 영화가 40대 후반에서 50대 후반까지 그룹 아바(Abba)의 노래를 좋아했던 모든 분들에게 일종의 추억앨범 같을 거라는 점. 두번째로 그레고리 랭글의 에세이 <딸에게 아빠가 필요한 100가지 이유>란 책이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연기공부를 해본 나로서는 이 영화를 찍으면서 배우들이 참 행복했겠다는 걸 그들의 연기를 통해서 읽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아바의 노래에 대한 징글맞을 정도의 오마주다. 다시 말해 그룹 아바의 노래를 추억으로 갖고 있지 않다면 이 영화는 재미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나는 운이 좋게도 아바의 노래를 참 좋아했다. 어린시절(5-7세) 전축에서 흘러나오는 LP판으로 들었던 수많은 아바의 명곡들이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Dancing Queen, Mamma Mia, Thank you for the Music, Super Truper 등. 아직도 기억나는 곡들이 엄청나다.

 

 

이 영화가 스토리 없는 빈 강정 같다고 평가한 리뷰를 읽어봤다.

영화 이론을 많이 읽으면 꼭 그런 글을 쓰게 된다는 점, 지적하고 싶다.

뮤지컬 영화를 평하면서 앙드레 바쟁의 리얼리즘 영화론을 이야기하고 싶은건가?

다른 뮤지컬 영화랑 비교할때, 스토리가 빈약하다? 예를 들어보라, 밥 포스와 라이자 미넬리의

<카바레> 정도가 정치적 소극효과를 가장 잘 살린 작품인데, 어떤 뮤지컬 작품을 보고 스토리를

이야기 하는 건지.<사운드 오브 뮤직>은 얼마나 엄청난 스토리라인과 미장센, 극적 반전을 갖고 있나?

 

아바의 음악 자체가 갖는 핍진성이랄까. 이 영화는 아바의 음악에 대한 철저한 숭배이자

뮤지컬을 영상으로 담아낸 일종의 기록물이다. 뮤지컬 영화의 컨벤션, 영화적 관습을

그냥 잘 살린 영화다. 메릴 스트립을 가지고도 시비를 거는 분들이 있던데

글쎄, 최정원이 같은 친구가 한국에서 뮤지컬 스타로 불리는 나라에서

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나름대로 내겐 마음에 들었다. 성량도 그만하면 고맙다.

 

 

본의 아니게 목소리가 거세어 졌다. 이제 두번째 생각거리로 들어가 보자

영어로 생각거리를 Food for Thought라고 한다. 생각을 위한 음식이란 뜻인데, 곰곰히

읽어보면 말이 된다. 이성의 사유를 위해서도 영양가 있는 음식이 필요하다는 말이겠지.

 

 

앞에서 지적했던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딸에게 엄마가 필요한 100가지 이유

딸에게 아빠가 필요한 100가지 이유라는 에세이를 읽은 기억을 끄집어내고 싶었다.

극중 여주인공 소피는 아빠없이 20살까지 자란 여자다. 그녀에겐 어떤 상처가 있었을까.

이 영화가 싱글맘에 대한 예찬이라 던데, 글쎄 난 싱글맘 보다, 소피에 대한 생각이 더 앞섰다.

 

 

앞에서 이야기한 그레고리 랭글의 글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모든 남자들을 판단할 때 기준이 되어주고, 함께 있지 않아도 자신의 삶에 영향을 주는 사람"

그것이 아빠라고 써있다. 아빠는 딸에게 자신의 반대 성을 가진 존재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첫번째 지점이자, 그 대상이다.

 

 

글을 읽다가 참 공감했던 부분. 인용해본다.

"남자에 관해 알아야 할 부분에 대해 말해주고, 모든 남자들이 자신에게 상처를 준

남자와 같지는 않다는 걸 가르쳐주는 아빠가 될 것"이라는 글이었다.

이 부분에서 눈물이 짠하게 나더라. 난 꼭 이런 아빠가 되어야지 결심했었다.

딸은 아빠를 통해 아픔을 견디고, 남자란 존재에 대한 희망을 담보하게 되겠지.

역시 삶은 긍정성을 가르치는 것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신사를 알아보는 법을 가르치고 딸의 결혼식날 그 옆에 있어주는

아빠가 딸에게는 필요하다"고 마무리한다. 이 영화랑 어쩜 그리도 궁합이 잘 맞던지.

 

 

두번째로 이 영화는 추억을 철저하게 건든다.

이미 부모가 되어버린, 대사에 나오는 표현처럼, 흐물흐물한 뱃살남이

되어버린 남자와 아이를 키우고, 지쳐버린 엄마들에게, 옛사랑의 정열과 <그들도 우리처럼>

젊은 시절의 행복과 열기가 있었던 존재임을 깨닫게 해준다.

 

정말 대사처럼 공감이 갔다. My Sentiment is Exactly.......

 

 

007의 피어스 브로스넌 아저씨. 참 잘생긴 영국 배우

그런데 상체를 벗어보니 정말 배가 나왔더라. 그런데 왜 그렇게 편하고 좋아보이던지

 

 

이제 세번째로 배우들의 연기다.

배우들은 누구보다 자신의 강약점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메릴 스트립의 모든 영화를 봤다고 자부하는 내게도, 이번 뮤지컬은

사실 100퍼센트 그녀를 다 보여주었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럴수 밖에 없는것이 영화 속 그녀의 모습은 항상

선이 굵고 개성이 뚜렷한 연기들이 많았다. <소피의 선택>이란 영화에서

난 메릴 스트립의 매력에 빠졌었다. 내면심리를 끌어내는 액터스 스튜디오

연기법을 그녀만큼 잘 이룩해낸 여배우가 없다고 생각하는 나이기에

대부분의 감정의 선을 음악으로 표현해야 하는 뮤지컬에서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궁금했던 게 사실이다.

 

한가지 발견한 것은 그녀가 이 작품을 하면서

참 신나게 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감히 안다고 생각하는게

오랜동안 연기를 해온 친구와 후배들을 통해 실제로 봤기 때문이다.

진이 빠지는 작품과, 하고나면 오히려 힘이 나서 충전되는 작품이 있다.

영상 속 그녀의 모습은 노래 속에 힘이 실려 있었다.

 

 

맘마미아를 보고 나서 기분이 참 좋다.

아바의 노래를 들어서 좋고, 어린시절 아바의 여자멤버가 "세계에서 가장 예쁜 엉덩이"를

가진 사람으로 뽑혔었다는 사실을 '월간팝송'이란 잡지에서 읽어주던

내 가족들이 떠올랐고, 오래된 LP판 음반에서 흘러나오던

나직한 노래의 리듬이 내 마음속에서 꾸물거린다.

 

그래서 음악이 좋다. 영화가 끝날 무력 크레디트가

다 끝날때까지 반드시 앉아있는 나로서는 영화의 마지막

Thank you for the Music이란 곡이 어쩜 그리도 좋던지. 음악이 있어서 고맙고

그것이 내게준 작은 행복하나, 이 뮤지컬 영화로 건져서 좋았다.

 

고마와 맘마미아.....!

 

                                          

 

여러분을 위해서 3곡을 골라 올린다.

Mamma Mia, Dancing Queen, Thank you for the Music

순으로 올려놓았다. 너무 좋다. 행복하게 들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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