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컬러풀한 인생을 살고 싶다면-곽윤정의 그림을 보다가

패션 큐레이터 2008. 9. 6. 00:06

 

 
곽윤정_Colorful life_캔버스에 유채_91×65cm_2008

 

늦게서야 알게 된 작가지만, 곽윤정의 그림을 좋아하게 된 데는

다른 어떤 것 보다도, 밝은 화면 때문이다. 그녀의 컬러풀 라이프 연작답게,

모든 그림들이 살아숨쉬는 색채의 향연으로 가득하다.



곽윤정_Colorful Life_캔버스에 유채_91.0×72.7cm_2008

 

오늘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첫째주 강의를 시작했다. 오후 1시라, 점심을 안먹고 부랴부랴 서둘러

회사에서 나가 도착한 지금, 사실 배가 고팠다. 지하에 내려가

시식용으로 빵을 꽤 큼직하게 자르는 제과점을 기웃 거리며

여러개를 집어 먹었다. 여기에 모카향이 짙은 우유 한잔 마시니

그래도 기운이 났다.

 


곽윤정_Colorful Life_캔버스에 유채_91.0×65.2cm_2008
 
곽윤정의 그림은 어떤 일면에선
매우 가볍게 보이기도 할거다. 색채가 화려하면 사실 이런 식의
비판을 종종 받는다. 하지만, 그림을 자세히 볼 수록, 단순하게 화려한 색만으로
구성된 그림이 아니란 걸 알게 된다. 밀도있는 구성과 더불어
정확한 대상의 묘사가 뒷받침을 한다는 점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잡지에 내삽된 삽화 같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리얼리즘이 가진 매력은 그대로의 현실을
일상적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서 함께 공존하는 우리 자신의
초상을 발견하게 한다는 점이다.
 


곽윤정_Colorful Life_캔버스에 유채_91.0×116.7cm_2008
 
도시적인 삶, 그 부산한 풍경 속에서도
웃을수 있고, 침대에서 푸근한 곰인형을 받치고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여유가 있는 모습이 그저 작은 위안을 준다.
무엇보다도 정밀하게 색채 처리를 하는 통에, 그림 속 여인들의 옷차림 또한 화사하다.
곽윤정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삶에 대한 그의 긍정적 시선은
색을 통해서 캔버스에 널브러지게 퍼진다. 그 시선은 그윽하고 따스하다.



곽윤정_Colorful life_캔버스에 유채_91.3×116.7cm_2008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문득 하늘을 봤다.
역시 초가을의 기운이랄까, 여름의 시간에 발견하지 못한
하늘의 깊이가 느껴진다. 하늘 아래, 곱디고운 모습으로 세상 한켠을
유혹한 죄로 한 숨 지으며, 그 속고쟁이 빛깔 다 햇살에 말린채
땅에 떨어지는 단풍의 면모를 볼 날도 다가온다.
 
아침과 저녁의 일교차가 점점 거 커지는 초가을의 송연함속에
도시의 일상적 풍경을 살아가면서, 나는 얼마나 충실한 하루란 주제의 그림을
내 영혼의 캔버스에 그려왔나 생각해 본다. 많이 지쳐있다. 요즘 그렇다. 내가 그렇다.
곽윤정의 그림 속 여인처럼, 따스한 물에 몸을 씻은 후, 진한 핑크빛
쇼파 위에서 깊은 숙면의 시간이나 가졌으면 좋겠다.



곽윤정_Colorful Life_캔버스에 유채_112×162cm_2008
 
서울의 거리를 걷다보면 도시는 애초부터
조경개념이 없이 출발한 곳임을 확연하게 느낀다.
나름 쿨하다는 건물이 몇개 지어지긴 했지만, 옆 건물이 각지고 모난 관계로
조형성 뛰어난 건물의 미학을 받쳐내지 못하는게 이 서울이란
알지 못할 도시의 면모다. 곽윤정의 그림처럼 다양한 채색으로 이루어진 도시.....
물론 베니스같은 도시면 좋겠지만 현실은 멀다.
 
지독하리만치 생경한 도시의 풍경 속에서
짙은 살구빛 탱크톱과 꽃무늬 팬츠를 입은 여인은 헤드폰을 끼고
도시의 소음을 피하며, 나름대로 즐기며 살아가는 것 같다. 적응이 되어서 일게다.
아님....차라리 부수지 못할 체계라면 즐기자란 멘탈리티가 동원 되었거나.
 


곽윤정_Sweet Shoulder_캔버스에 유채_130.3×194cm_2008
 
사람의 몸에서 가장 정신적인 곳이 어디냐고 누군가 물은 적이 있지.
그때 나는 어깨라고 대답했어. 당신의 마른 어깨와 내 마른 어깨가 부딪힌 순간.
외로운 뼈들이 달그랑,먼 풍경(風磬)소리를 낸 순간.....한강의 <내 여자의 열매> 중에서
 
이런 날은 사랑하는 이의 달콤한 어깨에 머리를 묻고
편하게 쉬고 싶다. 강의에 특강에, 글쓰고, 원고 송고하고
라디오 방송에, 인터뷰에, 신규사업 프로젝트에, 내 자신의 삶은 파편덩어리가 되는 걸
발견하게 되는 요즘이다. 내겐 온라인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이
따스한 어깨다. 물론 그들도 삶의 하중으로 무거울 거고
힘들겠지만, 내가 무너지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더욱 힘을 내어 버텨본다.
 
Do Dream.....꿈을 꾼다는 것은 도전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그 속에 이미 컬러풀한 인생의 밑그림이 그려있다고 난 또 한번 믿어볼란다.
뛰어보자 우리들의 컬러풀한 인생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