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타인의 표정을 읽는 방법-김우임의 그림을 보다가

패션 큐레이터 2008. 8. 31. 22:53



김우임_문병_장지에 채색_41×96cm_2008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흔히 "표정관리 좀 해야 겠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그건 다시 말하면 실제 감정을 표정으로 

마냥 드러내는 것이 좋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친구가 입원한 병원에 갔다가

처음엔 둘레둘레 사방을 살펴보다 친구의 근황을 듣고 나서야

눈을 치켜뜨며, 모든게 잘 될줄 알았다고 안심하며

멋쩍은 미소와 웃음을 환히 지어봅니다.

 


김우임_치실_장지에 채색_160×130cm_2008
 
지난 토요일, 새로 개장한 문화 복합시설을
살펴보러 삼성역에 갔다가, 겸사겸사, 보고 싶었던
김우임의 그림 전을 봤습니다. 그녀는 인간의 표정을 그리는 화가입니다.
전시회의 제목이 낯익어 좋습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사람의 표정을 살피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화가에게 있어, 표정은 그림의 외면과 내면을 통합시키는
하나의 매개가 되기도 하고, 모델의 심정을 끄집어 내어 화폭위에 표현해야 하다보니
미세한 눈길, 근육의 떨림에도 크게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최근 미국에서는 표정과 눈길로 거짓말의 여부를
판별하는 방법을 정리 소개해 인기를 끌었는데요. 이 거짓말 읽는 법에 따르면
웃는 표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웃음에 진심이 서려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김우임_군입소_장지에 채색_130×97cm_2008
 
속으로는 딴 생각을 하면서 웃을 때는 근육을 일부러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입 주위의 근육만 동원하지만, 진심을 담을 땐, 전체 근육을 움직인다는 점을 확인하라네요.
이때 이마는 아래로 처지고 볼과 턱도 움직이고 코에 주름도 잡힌답니다.
특히 눈을 찌그러트리는 건 매우 어려워서 거짓말 확인 여부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선의 방향도 큰 역할을 하는데요.
머릿속으로 잔머리를 굴리며 이미지를 꾸밀 때, 시선은
오른쪽 위를 향한답니다. 참고하세요.
 
사람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읽고 있으면
재미있기도 하고,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혹은 무슨 일을 당한 걸까
상상에 빠집니다. 무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
 경제가 형편없이 추락한 시기일수록 불확실한 미래를 저울질하는
슬픔의 얼굴을 자주 대면하게 됩니다.
 
피곤한 걸음을 재촉하며 잠시 쉬어갈 굽은 여유조차
없는 우리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더욱 비굴해져 갑니다.
선진화라는 미명 하에, 물질만이 우상으로 커가고 섬김받는 세상
우리 안의 아름다움은 점점 사라집니다. 무표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거죠.
 


김우임_모기_장지에 채색_53×91cm_2008
 
다른 어떤 일이 있어도
너무 전략적으로 표정을 만들지 말자......라며
제 자신에게게 말을 걸어봅니다. 정말 웃고 싶어서 환하게 웃고, 진정으로 위안하고
슬퍼할 때는 따스한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살아가고 싶네요.
물론 그림 속 주인공처럼 모기에게 물리지 않으려고
모기의 동선을 주도면밀하게 따라가기도 해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김우임_잠_장지에 채색_53×45.4cm_2008

 

집으로 돌아오는 길, 유모차에 누워

잠들어있는 갓난 아기의 얼굴을 봅니다. 문득 오버랩되는

표정이 있습니다. 최근 한 복지사의 부탁으로 무의탁 노인분을 돕고 있는데

그 표정을 정면으로 보지 못하겠습니다. 계속 척박해지는

이 땅의 삶 때문에, 죄송한 마음만 가득해지거든요.

 

낡은 세월의 흔적은 깊게 패인

주름속에 더 거두어낼 것 없는 밭이랑 같습니다.

고독으로 더 이상 지치고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9월이 시작됩니다. 이제 무더위가 가고 스잔한 가을이 오면

가난한 이들에겐 버텨야 할 삶의 짐들이 하나씩 늘기 시작하겠지요.

 

올 9월에는 나눔의 시간을 더 많이 가졌으면 합니다.

우선 쪽방촌을 돌면서 많은 분들을 만날 것이고, 장애인분들과 함께

시간을 내어 가을 소풍도 가려고 합니다. 아 그리고 여러분들을 위한 이벤트도

만들어 가겠습니다. 덕수궁에서 열리고 있는 중남미 미술전에

여러분을 모시고 함께 무료 도슨트를 하려고 합니다.

시간이 되시면 함께 해주시길 바라고요.

 

9월은 더욱 많이 웃고 환한 표정을

짓는 여러분의 달이 되길 희망합니다.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말이에요......힘내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