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어느 늙은 소와 토끼의 대화

패션 큐레이터 2008. 4. 23. 23:45

 
이효주_미친 소를 위하여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0×72.7cm_2007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수입이 이루어진 후

올린 포스팅에 반응이 꽤 좋더군요.

많은 분들이 이효주란 작가의 그림을 좀 더 소개해 달라고

메일을 보내셨더라구요.

 

개인전 정보를 보니,

사회적인 이슈를 논평하는 작품을 주로 작업하더군요.

 



이효주_미친소 분포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7×130.3cm_2007

 

레슬리 고프턴(Leslie Gofton)은 자신의 책

<식탁의 법칙: 식품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학적 요소들>

에서'음식섭취가 사회적 차별의 수단이자 계급 불평등의 구현물'로써의

의미를 가진다고 주장합니다. 이효주의 작업 속에서

 

쇠고기가 단순히 우리 일상에서의 먹을거리라는 의미를 넘어,

쇠고기의 선택은 곧 권력과 계급을 함축하는 동시에 사회적 욕구를 드러내는 장치입니다..

소고기를 화면의 중심소재로 설정해 우리의 탐욕을 보여줍니다.

 



이효주_야미(yummy)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45.5×112.1cm_2007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광우병의 위험 이외에도

오랜 세월에 걸쳐 몸에 축적될 수 있는 다른 질병들의

위험을 가중시킬수 있습니다. 이미 레임덕이 되어버린 부시에게

말끝마다 우리의 실용정부가 얻어온 최고의 딜이

바로 이 쇠고기 전면 개방이더군요.

 

문제는 소들을 자연에 풀어키우는것이 아니라

비육소로 키우기 위해 동물사료를 먹이고, 이미 중독사슬의

맨 끝에 서 있는 저 소들을 먹은 사람이며 다른 생물의 건강에 있지요, 광우병의 위험이

10여년이 지난 후에 나타난다니, 공포영화에서 보는 현대판 좀비들이 나오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김혜진_잉크젯 프린트_90×120cm_2007
 
단순하게 국내 축산업의 고사라는 문제를 떠나서
국민의 건강권이란 관점으로 의제를 돌리면, 이제 육식을 통한
건강의 확보가 점점 혜택보다는 단점이 더 많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번 광우병에 관련된 포스팅을 하고 난 후, 시카고에서 직접 채소를 키우고
먹거리를 기르는 사진 작가분이 댓글에 남겨주셨더군요.
 
본인이 이렇게 채소를 키우는 것은
낭만적인 삶이나, 목가적인 생활을 위해서가 아니라
슈퍼에서 파는 식료품을 더 이상 믿을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실제로 미국 사회 구성원의 상당수가 채식으로 전환하고 있고
증가하는 쇠고기 도축율에 비해 수요가 점점 줄어드니
수급처를 찾기 위해, 문제가 있는 소들을 그저 3퍼센트 샘플링 검사 후
마구 잡이로 들여보내자는 것이 이번 한미방문의 '열매'였다고 대통령이 이야기 하더라구요.
 


김혜진_잉크젯 프린트_90×120cm_2007
 
국민의 건강권을 하루 아침에
버린 현 정부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왜 그렇게 서두르는지, 이미 레임덕이 된 부시하고 만나서
뭘 하겠다는 건지, 어차피 미국도 대선을 통해 향배가 결정될 텐데, 말로는
큰 것을 얻어온 것처럼, 관계가 공고해진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상 함께 방문했던 영국수상이나
교황에 비해 한국에서 방문한 대통령을 어느 언론 매체가 그리도
떠들어대며 칭찬을 했다는 것인지....미국 언론들의 태도와 보도자세를 보면서
왜 국내의 언론들 일부만이 침소봉대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알건 알아야지요.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이라고 손으로 하늘을 가립니까?
  


원정숙_토크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91cm_2006

토끼_우직한 당신은 이 땅을 기름지게 만들어 나라 발전에 초석이 되었지요.
 
늙은소_그 시절에는 부지런히 일을 해야 한다는 그 사실 하나만 생각했습니다.
끝도 보이지 않는 많은 논과 자갈 투성이 밭, 산비탈의 조그마한 땅이라도 다랑이를 만들어 죽어라 일구었지요.
대지에 열기가 느껴지는 칠월이면 아! 초록빛 벼 잎의 싱그러움에 눈이 부셨답니다.
 
토끼_네. 마치 긴 겨울밤에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이야기처럼 들리네요.
훗훗. 그렇지만 사람들은 거대한 거미줄처럼 만들어 놓은 도로망이 국토발전의 원동력이라고 하더군요.
 
늙은소_그건 오로지 인간만을 위한 일이었지요. 도로는 서식지를 가로질러 버리고
많은 동물을 울타리 안으로 가두어 버렸어요. 게다가 모든 생명체에게 꼭 필요한 소중한 강물을
콘크리트 옹벽으로 이어지는 운하를 계획중이라 하니... 결국엔 모두를 죽음의 벼랑으로 서서히 몰고 가겠지요.
생각해 보세요. 거미줄에 걸린 채 살아가는 곤충을 상상해 보셨나요?
 
 토끼_음~ 모두 것이 올가미 속에 있는 모습이 되겠군요.
 
늙은소_그리고... 지금 우리의 모습을 보세요. 제 몸조차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좁은 우리에 갇혀 살만 찌우고 있어요. 요즘 사람들은
지난날 우리의 모습을 기억조차 하지 못해요. 단지 부위별 고기맛을 평가할 뿐이에요.
이젠 알아요.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그 전으로 아니 더... 더... 더....
 
토끼_울고 있네요. /
 
늙은소_사람들은 언제나 미래를 생각하지요. 앞만 보고 달려가는
그들은 희망을 이야기하죠. 하지만 우리의 미래는 인간과 반대로 가고 있어요.
이 긴 사슬이 끝나는 그 언젠가, 먼 어딘가에 우리의 희망이 있을까요?
 


양태근_미술농장 속 동물농장_스테인레스, 브론즈_2006
 
양태근의 젖소는 스텐레스 와셔로 만들었습니다
눈꺼풀을 꽃으로 장식한 젖소는 실제 크기의 육중한 몸집을 가졌으며
햇빛을 받아 번쩍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지요. 구멍이 숭숭 뚫린 젖소는 온몸으로 꼴을 먹습니다.
풀들이 자라올라 소의 배 속에서 바람에 살랑거리는 모습에서 풀들의 생명력.
작가는 동물을 통해 오염된 지상의 모든 것이 자연의 싱싱한 생명으로
치유되길 기다리는 바램을 이야기합니다.
 
자연 속에서 자라나고 섭생하며 죽음을 맞는
우리들의 삶이 점점 더 식민화 되어 가는 지금, 미안하게도
우리의 식욕과 탐욕을 위해 사육장에 갖혀 살아가는 저 소들만큼이나
우리들 또한 그리 자유롭지 않음을, 광우병이란 얼굴없는 공포가
소리없는 육체의 전쟁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알고는 몸 속 세포 하나하나가 돌기되는 것 같습니다.
너무 두렵습니다.
 
우리 안에 이미 들어와 자라는 괴물이 나는 너무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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