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마음 미술관

외눈박이 거인의 사랑-행복의 조건을 묻다

패션 큐레이터 2008. 1. 15. 23:33

 

오딜롱 르동 <외눈박이> 1914년, 캔버스에 유채

64*51cm, 크롤러 뮐러 미술관, 네덜란드

 

오늘 한장의 그림을 골랐습니다. 바로 프랑스의 상징주의 화가

오딜롱 르동이 그린 <외눈박이>입니다. 오딜롱 르동은 상징주의 미술의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앙리 마티스나 초현실주의 미술의 사부가 될만한  작가지요.

포도송이가 곱게 열리는 보르도 지방에서 태어난 그는  흑백의 드로잉 작품만을 그린

그래픽 아티스트기도 했습니다. 그는 1890년 이후 종교적 회의감, 2년에 걸친 중병을 앓고 나서

 밝고 생생한 색채를 가진 살아숨쉬는 듯한 느낌의 그림을 그립니다.

 

오늘 그림의 원제는 퀴클롭스(Cyclops)입니다.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에는  외눈박이 괴물인 그의 일화가 나옵니다.

그는 힘이 세고 포악한 야만인입니다. 그런데 왠걸요. 르동이 그린 <외눈박이>에선

님프인 갈라테이아에게 한눈에 빠져버린 외눈박이 괴물의 모습이 좀 다르죠

다정스레 사랑하는 존재를 바라보는 퀴클롭스의 모습이 내밀하고 나긋나긋합니다.

어디를 봐서 괴물같아 보일까요? 그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선 힘이 아무리 센 괴물 조차도

어찌할 수 없나 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그저 다리가 떨릴 뿐이죠.

 

자 엉뚱한 이야기를 하나 해야겠습니다. 예전 읽은 사회심리학 저널에서 본 내용인데요.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상대로 누가 가장 행복할까 연구했데요.

물론 금메달을 딴 사람의 행복도는 높았습니다. 그럼 순위도 금/은/동의 순서일까요?

놀랍게도 동메달리스트가 은메달을 딴 사람보다 더 큰 만족도를 보입니다.

이유인즉은 은메달리스트는 경기에 이겼더라면 금메달인데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자책하는 반면 동메달리스트는 못딴 사람도

부지기순데 딴게 어디냐며 만족을 한다네요.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물질적 부를 가졌음에도 불행한 이유는

그만큼 나 보다 잘 사는 이웃을 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정혜신의 말은

깊게 새겨볼만 합니다. 우리는 두눈을 가지고 행복의 조건을 저울질 합니다.

한쪽 눈으론 내 자신을 보고, 다른 눈으론 다른 이들의 모습을 보며 비교하지요.

"이웃집 남편은 아내한테 구찌 핸드백도 사줬다는데, 이넘의 서방인지 남방인지 하는 작자는....."

"누구는 장인 잘 둔덕에 사업자금도 대준다는데 에구 내 팔자야...이넘의 여편네는"

의외로 주변에서 이런 말들을 자주 들을 때마다, 그저 한 사람만

죽어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외눈박이 괴물이 더 행복해 보이기도 합니다.

 

외눈박이는 두눈을 가진 사람에겐 불행하게 보일겁니다.

하지만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고 하나의 사랑을  지키는 그 마음이

그를 더욱 행복하게 만듭니다. 화가의 화실 옆에는 초록빛 청포도가 탐스럽게

열렸었다죠..... 봄날이 오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외출을 나가보세요.

그리고 나서 멋진 작업 멘트 한번 날려주세요. "내 눈엔 지금 당신만 보여"...... 이렇게요.

 

 

34193
 

 

Daum 블로거뉴스
행복하셨나요? 그럼 예쁘게 추천 버튼을 꾸욱.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