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일상의 황홀

네버엔딩 스토리

패션 큐레이터 2007. 11. 23. 01:19

 

초겨울 날씨의 명동을 걸어 영락교회에 갔습니다.

오늘은 제가 후원하는 월드비전의 후원모임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6년동안 꾸준히 남우새 스러운 액수나마 도와오면서

이렇게 모임에 가보긴 처음이었습니다.

 

 

많은 후원자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교회 식당에서 정성스레 담긴 도시락을 먹고 회장에 들어갔습니다.

올해 아프리카 여행을 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빈민촌들을 다니며

많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많은 손길들이 있어서 그래도 힘들지 않을거라고

위무하며 돌아왔던 그 시간이 그립네요.

 

 

사람들이 메세지를 남기고 소원도 빌고 하는 나무가 있더군요.

저는 뭐 그저 제가 돕는 3명의 딸만 생각합니다.

한명은 이제 어엿한 고등학생이 되었고요. 또 한 친구는 상업학교에 갔습니다.

막내는 중학교에 들어갔구요. 월드비전을 통해서는 국내 아이들만을 돕고 있습니다.

좋은 분들 많이 뵈었고, 회장에선 공연도 있었습니다.

명예 대사인 정애리씨 모습도 보았는데 아쉽게 못찍었네요.

 

 

오늘 함께 간 여자 후배에게 사준 오륜서입니다. 최근에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그림읽는 CEO'란 주제로 작은 발표를 한 적이 있습니다.

여기 Marketing Creativity Leader란 클럽의 학생들이죠.

여기서 아주 명민한 친구를 한명 만났어요.

 

오늘 이 친구를 위해 준비한 책이었습니다. 제가 경영대학원 다니던 시절

참 수차례 읽으면서 많은 것을 배울수 있도록 도왔던 좋은 책이죠. 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입니다. 무사시는 무사로서 한번도 싸움에서 패배한 적이 없는 최고의 검객이지요.

그는 말년에 병법과 전술에 관한 책을 쓰게 되는데요. 바로 이책입니다.

서양인들이 오히려 먼저 발굴한 책이라고 까지 할 정도로, 기업 전략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겐

너무나 유명한 텍스트지요.

 

후배에게 이 <오륜서>를 사주고 월드비전의 모임에 데려간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오륜서의 전략내용을 가르치며 경쟁의 원리를 가르칩니다.

여기엔 여/남성의 구분이 없지요. 양성평등의 1세대를 살아가야 할 아이들입니다.

또한 배려와 사회적 도움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살아가는 미래의 경영자가 될 아이들이기도 합니다.

미술을 좋아하는 CEO가 되길 바라고, 그 풍성함으로 주변주의 작은 꽃과 이웃들을

살펴보는 낮은자가 되길 바랍니다.

 

 

이 친구가 제게 차 세트를 하나 선물해 주었습니다.

집에와서 풀어보니 차와 찻물을 우리는 3분의 시간을 알려주는 모래시계

그리고 찻잎을 모아 넣는 기계까지 3종이 작지만 곱단하게 들어가 있더군요.

 

 

뚜껑을 열어서 찻잎의 형태들을 한번 살펴보고

향을 맡아봅니다.....아주 좋더라구요.

 

 

모래시계로 3분이 되길 기다렸습니다.

약간 붉은 기운을 띠던데요. 아주 향이 좋았습니다.

 

 노란 은행잎이 나부끼고
담장 너머 단풍이 고운 가을이 오면
조각구름 떠가는 하늘 고운 찻집에서
가을향 물씬 풍기는 차한잔으로 그려보는 그대

돌담이 차분한 울타리를 타고
스산한 바람결에 실려오는 기억들
줄기마다 새겨진 담쟁이 잎새들 나부끼면
창너머 아득한 그대와 찻잔속의 가을을 걷습니다

꽃처럼 잎처럼 사랑했던 우리
한잎 두잎 흩날리는 낙엽의 이야기들
알알히 붉은 석류빛으로 익어가도
저문 들녁에 홀로 기댄 반달같은 기다림이여!

노을빛 물든 찻집에서
가만히 의자에 기대고 앉았으면
그대 체온처럼 젖어오는 차한잔의 느낌
흩어지는 옛 향기만 쓸쓸히 빈의자를 스쳐갑니다

 

누군가를 돕는 일, 후배를 만나 이제까지 실수하며 배웠던 것들을

 반복하지 않도록 수다를 떨며 가르치는 일.

이 세상엔 나 보다도 더 남을 생각하고 돕는 손길이 많음을 다시 한번 배우는 일.

그 과정에서 부족함 가득한 내 자신을 발견하지만, 그래도 삶은

여전히 살아볼만 하다고, 믿어보는 일

오늘 하루는.....그렇게 생각하며 잠에 듭니다.

사랑은 결코 끝나는 법이 없으리라고.....그렇게 믿으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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