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경매장 가는길-MBC 드라마 <옥션하우스>를 통해 본 미술경매

패션 큐레이터 2007. 10. 4. 13:26

 

다니엘 그린

'경매장에서' 1990. 나무에 유채

 

미술 경매가 새로운 투자 방식으로 알려지면서 예전보다

훨씬 후끈 달아오른 미술경매장의 풍경을 만난다. 확실히 예전같지는 않다.

기존의 컬렉터들과 새로 뛰어든 투자자들, 말 그대로 경매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도 있고

메인 작품이 뜨면 그 뒷이야기를 기사화 하기 위한 저널리스트들도 보인다.

 

 

저번 일요일날 어김없이 미술관 전시를 보다 들어와

우연하게 텔레비전을 켰다. 옥션 하우스란 제목의 시즌 드라마였다.

1회였지만 아주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소재이기도 했고

 

요즘 사간동이나 청담동 쪽 갤러리에서 일했던 큐레이터들이

하나씩 자취를 감추어서 뭐하나 물어보면 다들 미술경영이나 옥션 공부하러 떠난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렇게 드라마 속에서 '경매사'를 주제로 한 드라마를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개인의 소장품이나 물품들을 공개매각하는 서구의 경매는 2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 한국에서는 35년 남짓의 일천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경매를 둘러싼 시스템은

여전히 부족하고 지금까지 '진행형'에 놓여있다.

 

 

대책없이 <윌 옥션>에 입사한 차연수(윤소이역)

그녀를 둘러싼 최고의 베테랑 경매사인 민서린(김혜리역)은 약간 서울 옥션의 최고 경매사인

박혜경의 이미지를 따라한듯한 느낌도 든다. 거기에 와인과 고미술의 전문가도 등장하고

보석 전문가의 모습도 보인다. 그만큼 옥션은 미술품만을 상대하는 곳이 아니라는

가장 기본적인 정보 하나는 드라마를 통해서 보여주는 것 같다.

 

 

사실 경매란 회화나 조각과 같은 순수미술품만을 중개하는 곳이 아니다.

개인의 기억과 관련된 모든 물품이라면 어떨까? 다원화된 사회에서 '수집문화'를 통해

한 개인의 개성화된 소비패턴과 정신성을 드러낸다. 서구에서 컬렉팅이란 것이 발전한것도 바로

이러한 개인의 정신성과 맞물려 있는 시장논리의 발전과 관련을 맺는다.

 

위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나온 카탈로그를 통해서도 알수 있듯

장난감 자동차와 보석, 와인, 우표와 동전 등 다양한 개인의 상징적 물품들이  경매장에 나온다

여기에는 스포츠 스타의 한 개인사적 이력과 관련된 주요 물품이 나올때도 있고, 엘비스 프레슬리

와 같은 팝스타가 소장한 물품이나 아끼는 용품이 나오기도 한다.

 

 

MBC에서 이번 시즌 드라마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하며

새롭게 시작한 <옥션 하우스>는 이런 의미에서 미술시장에서 점점 더 성장해가는

옥션이란 매개를 주제로 했다는 점에서 매우 신선하다. 특히 첫회에서 고호의 <가셰박사의 초상>을 둘러싸고

이를 메인에 올리기 위해 고객을 접촉하고 경매를 기획하는 과정들은

꽤 생생하게 경매시장의 면모들을 드러내었다.

 

단 몇가지 옥의 티도 보이는데, 여기 등장하는 민서린은 윌옥션을 이끄는 실제적인

수장과도 같은 존재다. 가셰박사의 초상과 같은 작품을 모를 사람도 아니건만, 나름대로는

연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들고 있는 미술책을 클로즈업한것은 좋았으나

<시공디스커버리> 시리즈는 좀 너무 안이하다는 느낌까지 받는다.

전문가 집단을 다루는 드라마에서 흔히 범하는 실수 중의 하나가, 작가들이 그 시스템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정보가 없을 경우 소품이나 배경, 등장화면 등등에서 이런 실수를 잘 하는 걸 종종 보았기에

오늘은 지적을 하고 넘어가야 겠다. 전문가일수록 함부로 자기 분야의 용어들을 남발하지도 않는다.

 

  

나름대로는 각 전문분야의 스페셜리스트란걸 자기 분야의 자곤(전문용어)를

남발하는 것으로 성격화를 하려고 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이런 스페셜 드라마일수록 시스템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사건들을

대중이 이해할 수 있게 풀어내는 작업이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나 시즌 드라마로 롱런을 꿈꾼다면 더욱 그렇다.

원래 드라마에서도 남자 주인공으로 나온 정찬 또한 위작 문제 때문에 �겨났던 이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만큼 경매회사는 이 위작의 문제, 작품의 진본성 문제로 항상 골치를 �는다

드라마에서 고호의 <가셰박사의 초상>을 가지고 해외의 감정가에게 진본 감정을 받으면서

작품의 바코드와 정규문서를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치다.

이건 사실상 한번의 소재로서 다루기엔 그 폭과 다양한 사건들이 있다.

그래서 더욱 흥미진진할 수 밖에 없지만......

 

 

시즌제 드라마로 펼쳐질 <옥션 하우스>

기대도 크다. 요즘 옥션 공부를 한답시고 해외로 나가려는 큐레이터들이

도처에 깔려 있다. 그만큼 언젠가는 또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지는 우를 범하기도 하겠지만

그 만큼 미술 시장에도 시스템의 바람이 불어오길 기대해본다. 그 속에서 치열하게 일하고

오늘도 밤을 새울 수많은 스페셜리스트들에게, 행복한 마음 하나 전달해 주길 바램하면서....

 

다음 편에는 경매시장의 현황과 경매장 안의 풍경들, 그리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과정들을 시스템 별로 하나씩 다루었으면 한다. 물론 드라마가 여기에 연동되면 더욱 좋겠다.

차라리 드라마 한회 한회를 읽으면서 부족한 부분들을 여기에서 메워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31423

 

 

Daum 블로거뉴스
블로거뉴스에서 이 포스트를 추천해주세요.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