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해를 등지고 놀다

마사이족과 함께 축구를 하다-이 남자의 케냐 오지체험

패션 큐레이터 2007. 8. 5. 19:12

 

 

생각을 잉태하고 싶다면 여행을 하라는 말이 있다.

이번 아프리카 여행은 다른 여정과는 아주 판이하게 다른 무늬들을 내 안에서 만들어 내고 있었다.

생각의 산파, 여행은 우리들을 새로운 만남과 관심으로 이끌고 또한

소롯한 자기 반성과 응시로 이끄는 힘이 있다.

 

나는 여행을 통해 많은 아름다움을 만났다. 가면의 도시 베니스에서

물빛 도시의 아름다움 속에 피어난 이중적 면모들을, 명멸하는 가면들의 화려함 속에서 찾았고

뉴질랜드의 빙하에서는 신이 선사한 숭고의 개념을 생각했었다. 모든 것이 아름다왔고

그 속에 있는 미의 특질들을 찾아내고, 생각하는 것이 즐거웠다.

 

 

오지를 간다는 것은 참 남다른 경험이다. 엔캉(Enkang)이라 불리는

마사이의 땅에 발을 들여놓았다. 물론 그들을 위한 작은 삶의 축제거리를 준비한 여정이었다.

수많은 다큐멘타리로 본 아프리카의 대지, 건조기후로 인해 산화된 철 성분이 대지의 표면위에 베어나오는

땅의 빛깔은 붉은빛깔의 강렬함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명이 신산함을 보여준다.

 

마사이의 땅으로 가는 길 잠시 멈춘 버스에서

카메라를 들자, 멀리서 본 아이들이 갑자기 달려와 앉았다. 뒤에 따라오던 아이가 뒤따라 앉고....

마치 설정사진을 찍으라는 듯 아이들이 마련해준 것이다.

자연스런 사람과 풍경의 조우가 녹아 있는 내 마사이 부족 여행의 첫번째 사진이다.

 

 

케냐에 도착해서 여장을 풀었던 롱가이 지역에서 버스를 타고 4시간 남짓

가지나무가 즐비하게 서 있는 도로를 덜컹거리며 구불구불 해치고 나갔다. 열악한 도로사정으로

때로는 차에서 내려야 했고, 짐과 함께 하차를 해서라도 차의 무게를 낮추어야 했다.

 

라스베가스로 가는 길에 도로의 사막에서 보는 풍경과 흡사 비슷한

건조지형의 전형성이 내 눈에 일종의 패턴처럼 익숙해질 무렵, 엔캉이라 불리는 마사이의 땅에

드디어 도착했다. 흙의 유연한 질감들을 손으로 만져보고 싶었고, 그들의 화려한 색감의 옷을 입어보고 싶었다.

하늘과 대지, 그 속에 서 있는 수종의 형태들을 카메라로 포착하고 싶었다.

전형적인 이 지역의 나무들의 모습은 사진 속 그대로다.

카메라로 찍고 있는 내 자신의 모습까지도 반영되어 있다. 즐거운 한컷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사진을 많이 찍으려고 노력했다.

사진은 장소의 아름다움에 끌려 내 안에서 토해져 나오는 근질근질한 소유욕을

 채울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배우게 된다. 이 소유란 그저 디지털의 기술 위에서

잠시 이루어졌다 명멸하는 것일뿐, 그 속에 눅진하게 베인 영혼의 무게를 담아내기란 불가해한 도전이다.

 

 

사진을 찍는 일은 나를 둘러싼 바깥의 풍경과 나를 동화시키는 작업이라는

어느 작가의 말이 떠올랐다. 나 또한 이번 여정에서, 작은 역할들을 맡았다. 그곳의 아이들과

함께 그저 마음 넉넉하게 놀았다. 오랜만에 맛보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었다.

 

비누방울을 하나씩 만들어 하늘위에 띄운다. 버블만큼이나 생의 명멸함을 잘 보여주는

것도 없지 싶다. 부풀어 올라, 햇살을 껴안으며 잠시 영롱한 빛깔을 토해내다 그저 터져버리는

비누방울의 향연.....얼굴에는 페이스페인팅을 해주었고, 그때마다 터져나오는

훈련되지 않은 웃음은 깊에 패인 내 상처를 하나씩 어루만졌다.

 

 

오랜만에 웃어보았다......싱그럽게

 

 

마사이의 아이들은 따뜻했고 착했으며 고왔다. 아이들과 노는 것만큼 행복한 것도 없다.

 

  

미술에 관한 글들을 쓰면서 항상 아쉬운 것 중의 하나가, 나 스스로 표현의 매체를

갖지 못한 블로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발견할 때다.

 

 

존 러스킨의 말처럼 내게 뎃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사물의 아름다움과 풍광의 무늬들을 느슨하고 유연하게 관찰하고

담아낼 수 있는 시간의 여백을 배울수 있었을텐데.....

마사이의 아이들은 어느 자리에서나 해맑게 웃어주었다. 그 웃음의 무게를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이번 마사이 여정에서 여러가지 일들을 했다. 여러 분과의 의사와 약사들이 함께 했고

교육전문가들과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그들은 세상에 여전히 유효하게 존재하는 빛과 소금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었고, 난 그들과의 시간이 행복했을 뿐이다. 그들에게 감사한다.

그 열정에, 이 오지로 향한 그들의 발걸음에 축복하고 싶다.

 

믿음에 관해서라면, 태만에 길들여져 있는 내게 이 청년들은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탄자니아와 케냐의 경계선에 오롯하게 놓여진 마사이족을 만나러 가는 시간은

아름다운 청년들로 인해 새로운 기억의 지층을 내 안에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채워졌다.

위에 보시는 사진은 이번 마사이 여행에서 찍은 사진 중 가장 아끼는 사진이다.

검으나 희나 땅의 백성들이 살아가는 곳, 하늘아래 놓여 있기에

구름의 무늬가 다른 하늘을 더욱 담아내고 싶어 땅바닥에 떨썩 주저 앉아서 이번 사진을 찍었다.

평균 173cm가 넘는 장신을 자랑하는 종족답게 사선 구도로 정갈하게 포착된 그들의 모습이 갑자기 내 눈속에 들어왔다.

 

 

아이들과 여러 가지 게임을 했다. 줄 넘기도 하고 부채춤도 추었고

사물놀이도 보여주었고, 나처럼 비누거품을 만들며 그저 한가한 시간의 공백을 메우는 사람들도 있었고

공 차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부족의 청년들과 함께 행복한 축구의 마력에 빠져 들기도 했다.

 

 

이번 여행을 위해 스와힐리어 표현집을 샀었다. 그 속에 담긴 몇개의 표현들을

써먹어 보아야지 했지만, 아뿔싸! 그들에겐 그들만의 Maa라 불리는 토착언어가 있다는 사실조차도 몰랐던 것이다

다행히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는지라 의사소통엔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한가지 내가 보기엔 축구 만한 보편어가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축구에 열광하고, 그 속에서 하나가 된다. 진정한 링구아 프랑카(Lingua Franca)가 아닐수 없다.

 

 

가져간 하늘색 티셔츠를 마사이의 선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꾸욱 짜면 푸른 물감이 나올 것 같은 맑은 하늘빛이 그들에게 잘 어울리는듯 했다.

 

 

내 후배 내곤이가 마사이의 청년들을 상대로 멋진 드리블을 선보였다.

작은 관목들이 무성하게 베어나오는 땅에서 차보는 저 축구공의 맛을 느껴보지 못한게 아쉬울 뿐이다.

케냐는 크리스천에겐 중요한 지정학적 의미를 갖는 국가다. 무슬림의 세력이 남파하는 곳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35퍼센트대의 기독교가 저항하며 새로운 믿음의 전파를 위해 희망을 꿈꾸는 곳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탄자니아의 무슬림 형제들과 마사이족 크리스천들이 행복한

축구게임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희망해 본다. 마치 영화 <보리울의 여름>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사찰과 성당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축구가 그들의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되듯, 이곳에서도

신의 선한 시선과 은혜가 저 적갈빛 대지위에 비처럼 내렸으면 좋겠다.

 

 

마사이 만큼이나 지금 현재까지도 토착 문명을 오롯하게 지켜내고 있는 사람들이

없다고 한다. 그만큼 자신의 땅에 대한 소유와 자부심이 강한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에게도 복음은 전해져서 크리스쳔의 비율이 부족 전체의 50퍼센트를 넘어선다고 했다.

그들은 어찌보면 케냐 입장에서는 땅끝에 선 사람들이다.

그들의 지형이 그렇고, 그들이 지키고자 싸우는 토착 문화가 그렇다

하지만 그들이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된 하나님은 내가 알고 이해하고 있는 그 하나님보다도

때가 묻지 않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붉은색 케이프 망토를 멋지게 걸친 이 노인. 처음엔 그저 미소에서 풍겨나오는

일종의 힘이 나를 끌어당겼다. 뒤에 알았는데 마사이 전체 족장이셨다.

이런 영광이 있을 수가......

 

마사이족과 보낸 시간은 다시 한번 제대로 쓸 생각이다. 이들이 입고 있는 것

먹는것, 함께 보낸 시간들을 글로 정리하자면 적어도 한 책의 장이 필요하다.

이번에는 이 정도로만 정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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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으시는 음악은 영화 <보리울의 여름>에 삽입되었던 '아이들의 합창'입니다.
고원지대, 저 오지의 땅에, 신의 목소리와 해맑은 웃음이 합창이 되어
우리내 삶의 배면을 휘감고 갑니다.....이 모든 시간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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