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前 시사저널에게 바친다

패션 큐레이터 2007. 7. 5. 09:46

오늘은 경영학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을 할까 합니다.

기업전략을 전공하면서 MBA 학생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용어가 하나 있습니다.

SCA 라는 것인데 풀어쓰면 지속가능한 경쟁 우위(Sustainable Competitive Advantage)라는

단어입니다. 쉽게 말해 남들이 쉽게 따라하지 못하는 그래서 경쟁과정에서

항상 우위를 오랜동안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요소란 뜻입니다.

 

많은 학자들이 SCA의 구성요소로서 쉽게 베낄수 없는 기업의 장점을 들고 있고

두번째로는 제품과 프로세스상의 요소들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부분의 합이 큰 경우를

듭니다. 이런 관점을 언론에 적용할때 가장 멋지게 맞아들어가는 사례가 바로

시사저널입니다. 물론 지금은 전 시사저널이죠.

 

 

특히나 시사저널의 대부분의 기사들은 탐사 저널리즘이란

국내 초유의 방식을 오랜 동안 유지하면서 특유의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만들어 왔고

22인의 기자가 심층취재한 기사들은 서로간의 목소리를 받쳐주면서 촘촘한 구성, 밀도깊은

멋진 시사 주간지를 구성해왔었더랬지요.  제가 고등학교 3학년때 처음 생겼네요

물론 대학시절 열심히 읽었고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도 국내의 시사주간지로서는

거의 유일무의하지 않았나 싶습니다.제가 좋아하는 종류로 말이죠.

 

이렇게 좋아했던 시사저널이 국내 재벌 관련 기사가

편집자와 기자와의 상의도 없이 삭제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합니다.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툭하면 TV 에서 떠드는 한 집단에서 이 기사가 매우 싫었나 봅니다.

편집권 독립을 주장하며 맞써 1년이 넘는 긴 세월을 싸웠던 기자들은

드디어 회사에 사표를 내고 적게는 7년에서 길게는 18년의 세월을 바쳤던

자신의 시사저널을 떠나, 이제 아듀의 순간을 맞습니다.

 

 

한국에서 기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이런 생각에 문득 빠져보았습니다.

후배들 중에도 물론 기자가 있고, 선배님 중에도 언론 통폐합 시절의 칼날과 같은 세월을 보낸

기자님들도 계셨지요. 물론 저는 신문방송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오지랍 넓은 인생으로 인해

제 주위에는 은근히 저널리스트가 많습니다.

 

편집권이란 기자 고유의 권리를 지켜내는 문제, 펜이 칼보다 강하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시대는 이제 칼보다 더욱 강한 자본의 힘 앞에서 펜이 보여주어야 할

준열한 삶의 목소리는 쉽사리 묻혀왔고, 점점더 기업의 찬미자로서

변질되어 가는 수많은 언론매체들을 보아야 했습니다.

그 중에서 시사저널은 기자들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준 집단이라고

감히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제 주변에는 기자들에게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기자란 것들은 그저 제 돈으로 밥을 사먹는 인간들이 아니다"란 말까지 들은적이 있습니다.

물론 펜도 하나의 권력의 형태일수 있는지라, 이런식의 행동을 하는 많은 기자들이

있다는 점도 저는 간과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시사저널 기자들이라고 하면

쓸데없이 향응이나 식사대접에 빠져 기사의 객관성을 잃어버리는 기타의 기자들과는 참 차별화

되는 사람들이다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적어도 그렇게 믿어왔지요. 그 믿음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경영주의 편집권 침해에 맞서 언론의 자유와 자신의 고결함을 위해

오랜 시간을 단식과 투쟁, 눈물의 장외싸움을 벌여온 22인의 기자들에겐

집단 사표제출은 패배를 시인하는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역접관계가 너무나도 좋습니다) 그들은 패배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언론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그들은 소신을 지켰고, 이제 그 소신을 새롭게 펼쳐내 보이기 위해

새로운 매체의 창간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의 앞길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박수와 환호를 보내려 합니다.

 

 

거대 자본의 힘 앞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꺽어야 하고

편집권을 상실해야 하는 지금의 현실. 펜은 칼보다도 강하다고 믿는 것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세상이 될까 저는 참 두렵고 힘이 듭니다.

이러다가 성문종합영어 명사편 1장에서나 보는

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가 될까

정말이지 화가납니다.

 

 

자본의 힘으로 부터 자유로운 매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 분들에게

소액의 동참금을 보내오는 수 많은 독지가들과 독자들을 보면서

아직까지 우리에게 삶은 희망이란 망치를 벼리는 곳임을 다시 한번 되세깁니다.

 

이제 그들은 정들었던 자신의 2의 고향을 떠나 새로운 땅으로 향해 갑니다.

그 길이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참 많이 미안합니다. 챙겨주지 못해서, 미리미리 이 블로그 에서라도

좀 다루고 이슈화도 해보고 그러지 못해서 죄송하고 송구합니다.

 

예전 대학시절 저를 사로잡은 영화 한편이 있습니다.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란 제목의 러시야 영화인데, 이 영화를 감독했던 분은

50대 중반이 훨씬 넘어서 베니스 영화제의 신인감독상을 받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한 마디로 이 영화는 너무 어린 나이에 세상에 대한 모든 걸 알아버린

아이들의 성장과 시선을 담아냅니다.

무엇보다도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듭니다.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진정한 기자 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주기 위해

삶의 극한을, 결코 우아하게 펼쳐지지 만은 않을 그 상처의 폐곡선을 마음속에서 그리며

새로운 출발을 시도하는 시사저널 22인의 전사들에게, 당신들이 보내온

그 얼음의 시간은 이제 녹고 다시 한번 부활의 기쁨을 맞게 되리라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칭찬과 격려 해주실거죠?

이분들이 참언론실천 시사기자단의 이름으로 우리를 만나고 있습니다.

아직 시작이라 미약한 것이 너무 많지만, 우리는 그 끝의 창대함을 믿기에

지금의 어려움을 버텨내리라 강인하게 믿어봅니다.

 

여러분도 방문하셔서 소액의 지원금이나 후원 혹은 정기구독으로

도움도 주시고 격려의 말씀 한마디 포스팅 해주시고 하면 너무 좋지 않을까 싶네요

부탁드립니다. 엔야의 Hope Has a Place를 올립니다.

이제 부터 갈아엎어야 할 그들의 묵정밭이 결코 힘들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그 과정속에 이미 들어와 깃든 희망을 위하여....

 

그렇게 외쳐봅니다.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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