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미술 속 '깜찍이'들을 찾아서

패션 큐레이터 2007. 7. 12. 02:49

 

 

노준 '동경에 간 클로' 2007년 사진 작품

 

요즘처럼 바쁜 때가 없는 것 같습니다.

원고도 두 종류, 번역과 저술...이 두 가지의 압력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자료사전을 찾고, 문장으로 옮겨가며 하나하나 내 자신의 체험 속에서

녹여내고, 미술경제를 풀어간다는 이유만으로 큐레이터와 아트 컨설턴트를 만나

인터뷰를 따내 행복해 하기도 하고, 케냐 갈 준비를 한답시고 무언극에 출연하고

신간들을 다 뒤져 책을 읽고 정리하고, 회사를 위해 시장을 리서치 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와선 이런 저런 잡다한 일들을 또 정리합니다.

 

 

노준 '클로가 당신과 놀고 싶어한답니다' 2007

플라스틱에 차량용 페인트, 플래스터, 코리언 잉크

 

이럴땐 제 자신을 복제해서 여러 풍경 속에 그냥 방치해 두고 리모트 컨트롤로

조정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또한 지칠땐 역시 스트레스로 인해

달콤한 케익과 차 한잔을 마시며 따스한 목욕물에 깨끔발을 하고 걸어가

풍덩 던져 버리고 싶을 때도 많지요. 오늘처럼 거칠게 비가 내린 날엔

안경 위를 덥치며 주변의 형상을 왜곡하는 날엔, 더욱 그렇습니다.

 

오늘 소개할 작가 노준은 바로 이런 제 위시 리스트(wish list)를 조각 작품을 통해

이루어줍니다. 제가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척이나 촉각적인 욕망을 불러 일으킬만큼

캐릭터들이 귀엽고도 마치 반려동물처럼 행복한 미소와 깜찍한 힘을 갖고

제 망막 속에 차분하게 덧입혀 지기 때문이지요.

 

 

노준, '아이작과 함께 특이한 스시를 먹어보아요' 2006

폴리머 크레이, 나무와 플래스틱

 

노준은 'Image - Mother & Son' 이란 주제를 화두삼아 작업하는 작가입니다.

마더 앤 선....엄마와 아들이란 무엇을 의미할까요? 제가 보기엔 그것은

이미지의 원천이 되는 모상과 형상의 관계를 의미합니다.

그의  작업 중에는 'The Mother'(석고) 작업들이 있습니다. 위의 그림들 보시면

캐릭터 하나마다 또 다른 같은 형태의 석고상이 있는걸 보실수 있을 거에요.

 

구체적인 작업 방법으로 '있는 것'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형태로

동물 캐릭터 형상을 택하였습니다. 변형된 동물의 형상을 만들고 캐스팅과 페인트 도색작업을

통해 'The Son'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원래 기독교 철학에서는 인간은 신의 형상(모상)을 빌어

만들어진 존재라고 하지요

 

 

노준 '깜찍이 깜찍이 고고!!!' 2005

플래스틱에 차량용 페인트, 석고, 코리언 잉크

 

캐 귀여운(?)-인터넷체를 사용하는것이 아직 익숙하지 않습니다. ㅠ.ㅠ

우리들의 깜찍이를 보면 여전히 달팽이의 형상을 본뜰수 있도록 존재하는

석고조각이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모상이며 어머니인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이 어머니는 복제를 거치면서 점점 더 힘을 잃어가고

그 가치를 상실한다는 것입니다.

 

노준 '수다루-잠수함을 타다' 2006

플래스틱에 차량용 페인트, 석고, 코리언 잉크

 

작가는 인간이 만든 가장 비인간적인 발명품이 저 잠수함이라고 했다네요

그 이유는 숨어서 사람을 살상하기 때문이래요. 어뢰로 수많은 해군 함정들이 종말을

맞았으니 하긴 틀린 말은 아닌듯 합니다. 수달을 본뜬 수다루의 형태, 그 형상은

이제 인간들의 지겨운 폭정과 투쟁, 스트레스를 피해 노랑색 활기찬 빛깔의

잠수정을 타고 우리와 함께 달아나자고 유혹하는 듯 합니다.

 

 
노준 '카마는 날고 싶어요' 2006년
플래스틱에 차량용 페인트, 석고, 코리언 잉크

 

날고 싶은 카마에게도 역시 모상이 존재합니다.

크리스천의 삶을 형상으로 부터 모상을 향해 나가는 순례라고 합니다.

신학자 오리겐의 말입니다. 즉 우리가 지어진 당시 인간에게 주어졌던 원래의

절대자의 형상을 회복하기 위해 나가는 것. 그것이 순례이고 삶이며 영혼의 방식이라고

말이지요. 저는 노준의 귀엽기 그지없는 저 캐릭터들과 그 모상인

석고상을 통해 모상과 형상의 관계들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노준 '아이작과 함께 행복한 목욕을.....' 2005

폴리머 크레이, 플래스틱과 나무

 

일상의 비루함, 오늘처럼 하늘의 그림자를 삼키는 검은 구름들이

내 형상의 주변을 둘러싸는 날에는 더욱 감상적이 됩니다. 내 영혼의 남루함을 기울수 있는

바늘과 실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진한 생의 마디마디를

견디게 해줄 또 다른 나....클로(클로는 작가 자신의 분신이란 뜻으로 사용했습니다)

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요. 작품 속 클로는 환한 생의 충전이 끝난 듯 웃음과 놀라움이

 가득한 모습을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노준의 캐릭터들이 오늘따라 고맙습니다.

 

사실 작가는 석고상에 먹을 이용해서 작업을 했고, 이것을 가리켜

끝임없이 형상을 만들어 내다 결국 소용가치가 떨어지면 죽음을 맞게되는 운명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신은 자신의 모상을 빌어

우리들에게 수많은 형상을 지어냈지만 지치지 않는 것은 단순히

형상에는 형태만이 존재하는 것이 영원한 가치의 질료들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노준 '수다루와 루디-그들과 함께 달콤한 케익을 즐겨보아요' 2006

플래스틱에 차량용 페인트, 석고, 코리언 잉크

 

노준의 작품이 한바탕 환한 웃음을 위해 제 우울한  여름날의

시간을 채우면서도, 그 영혼이 허기지지 않도록 달콤한 케익같은 형상을

제 마음 속에 만들어 주고 있나 봅니다......

 

행복한 하루 되시길요. 목요일이 밝아옵니다.

여러분의 행복한 깜찍이가 되고 싶은 홍기였습니다. 요 며칠 글들이 많이 무거웠지요?

사실상 달콤한 설교만 하느라 엄정한 경고와 생의 경종을 울리는 데는 실패했다는

어느 목사님의 말씀이 가득하게 마음을 메웠던 한주였답니다......

비록 달콤한 당의정을 입힌 말을 하되, 그 속에는 가치 있는 질료를

반드시 넣는 글을 쓰고 말을 하자고요.......

 

그것이야 말로 이 형상이

나를 지은 모상을 향해 가는 순례를 완성하는 방점이 될 거라고 믿어보게 되었답니다.

란다의 Rain is over.....입니다. 비오는 날에도 마음 속 환한 노란색
깜찍이 하나씩 키워보세요. 아....이렇게 비오는 날엔 달콤한 와플이 먹고 싶어졌어요
내일은 아무래도 사간동에 나가야 할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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