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영화 한편을 보았습니다. 닐 조던 감독의 <플루토에서 아침을> 이란
영화인데요. 영화의 배경은 아일랜드와 런던을 교차하면서 발생합니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소개드렸던 켄로치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도 배경이
아일랜드였지요. 이상하리 만큼, 솔직히 딱 2번밖에 가보지 못한
이 아일랜드란 나라가 왜 저를 이다지도 사로잡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푸른빛이 감돌던 시골의 풍광과, 3년 가까이 써야 했던 제 책의 원인을
제공한 곳이 바로 아일랜드 국립미술관에서 본 전시여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닐 조던 감독을 참 좋아하는 팬입니다.
그가 만들었던 영화들, 필모그라피는 거의 외우고 있지요.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크라잉 게임>과 <마이클 콜린스>입니다.
두 편 모두 아일랜드와 IRA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요. 닐 조던에게 자신의 고향이었던
아일랜드는 모든 상상력과 연출의 원천이 되는 일종의 뮤즈와 같은 도시입니다.
그러고 보니 켄 로치 감독과는 같은 세대군에 묶이는 감독이네요.
이외에도 1995년 칸느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마이크 리와 더불어 80년대
등장한 후기 앵그리 영맨이라 불리는 영화감독군을 형성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플루토에서 아침을>은 영국 소설가 팻 맥케이브의
<나의 인생>이란 소설을 영화로 각색한 작품입니다. 이 소설가가 영화에 잠깐 등장합니다.
카메오로 말이죠. 어디에요? 위에 장면이 주인공이 학교 작문 시간에 엉뚱한 글을 써서
선생님에게 혼이나는 장면인데, 바로 이 작문선생님이 팩 맥케이브랍니다.
각설하고, 이 작품은 여장남자인 주인공의 인생 이야기 입니다.
물론 그 인생의 빛깔은 다른 이들과는 아주 확연히 다루고 특이합니다.
이 영화는 마치 소설의 각 장을 읽어나가듯, 각 장별로 장면구성을 하고 이걸 타이틀로
보여줍니다. 건설현장의 걸찍한 노동자들 사이로, 유모차를 몰고 있는 여자(
바로 주인공이죠)의 뒤로 그녀의 인생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출생직후 성당앞에 버려진 주인공은 후에 양부모 아래서 자라게 되지요.
친구의 아버지를 통해 엄마가 지금 런던에 있다는 사실과, 그의 아버지가 신부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그는 어린시절부터 화장을 하고 예쁜 옷을 입고
그렇게 여장을 하는 걸 좋아하는 남자였습니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아일랜드의
너무나도 진지하고 무거운 현실이 지루하기만 할 뿐이죠.
전쟁놀이 대신 예쁜 옷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가사수업을 듣게 해달라고
학교에 조르기도 하고, 성전환 수술을 어떻게 받을수 있는가 질문했다가
온갖 구타를 당하고 말이죠.
켄 로치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서 열혈청년으로 나왔던 질리언 머피는
너무나도 완벽하게 여장남자의 역할을 해냅니다.
사실 이 배우의 캐릭터는 너무나도 방대해서 어떻게 그렇게 다양한 역활을
소화해 내는지 정말이지 허를 내두르게 하더군요.
영화는 아일랜드를 좋아하는 감독답게
다양한 이념성과 역사를 화면 곳곳에 베어나오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생모를 찾아 런던으로 와서 마술사 보조로 일을 하기도 하고
록 그룹의 여성싱어로 일을 하기도 하고, 피카리디 서커스에서 매춘부로 일을 하기도
하는등, 영화 속 그녀가 살아가는 인생은 정말 다양한 면모들을 경험하게 되지요
결국 생모를 만나게 되지만, 그녀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는 못했고
대신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와 자신의 생부였던 신부님의 고백과 함께
자신의 소중한 가족을 꾸려가게 됩니다. 물론 이 또한 엄정한 아일랜드 사람들의
방화와 폭력으로 곤경에 처하게 되지만 말이죠
영화 속 주인공은 어찌나 미소를 잘 짓던지
그 애교며, 여성스러운 행동이며, 소름이 끼칠 정도로 정확한 연기에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하긴 이 영화출연을 위해 여장남자들에게 4개월간 연기수업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사실 이 영화는 슬픈 장면들이 참 많습니다.
영국국교도와 아일랜드의 카톨린 신자들간의 피흘리는 테러와
정치적 갈등, 그 속에서 성적 소수자로 살아야 하는 주인공의 현실은 너무나도
척박하고 힘들기만 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매력은
이런 슬픔과 상처, 고통을 그/그녀의 매혹과 위트, 웃음으로 하나씩
행복하게 감내하고 견뎌내면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가기 때문입니다.
90년 초에 대학을 다녔으니, 당시 영화이론 수업에
한창 화두로 떠올랐던 것이 <퀴어영화>란 것이었습니다.
단순하게 여장남자를 주제로 한 영화라기 보다는 동성애의 또 다른 형태로서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질수 있는 영화들이었지요.
오늘 본 <플루토에서 아침을>은 무엇보다도 어려운 시련을
견뎌내면서, 자신의 가족과 사랑을 찾아가는 한 주인공의 모습이
눈물겹게 아름답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영화 OST가 아주 좋습니다. 7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라 그런지
이 당시의 음악을 많이 삽입했더군요.
앤디 윌리엄스가 부르는
Love is a many splendid thing 입니다.
사랑은 갖는 놀라운 힘.....이 영화를 통해 느껴보세요. 행복한 하루 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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