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사랑에 미치다....사랑의 4가지 얼굴

패션 큐레이터 2007. 3. 21. 22:49

 

사랑은 나를 흥분시키고 동시에 나를 초월하며 나의 권한을 넘어선다

-줄리아 크리스테바 <사랑의 역사> 중에서

  

 

예전 패션 바잉업무를 하면서

다양한 의류 회사와 부자재 업체들을 다녔습니다.

특히 원사업체에도 관심이 많았고, 형형 색실들이 꼬챙이에 꽂혀 있는 풍경들을

볼때마다, 마치 무지개 빛으로 만들어 놓은 벌들의 가족같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저는 실과 천과 같이, 단순히 옷을 만든다는 것 이외에

마음을 기우고, 내 상처의 풍경에 새로운 살을 덧대어 박음질 할수 있는

영혼의 실통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 한 구석이 행복해졌습니다.

 

저는 사랑에 관한 책들을 읽는 걸 좋아합니다.

쥴리아 크리스테바의 <사랑의 역사>, 신학자 김영민의 <사랑 그 환상의 물매>

스티븐 컨의 <사랑의 문화사-빅토리아 시대부터 현대까지>

에드리언 블루의 <키스의 재발견> 사회학자 율리히 백의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과 에스터 하딩의 <사랑의 이해>

에 이르기까지......많은 사람들이 내려 놓은 사랑의 정의, 혹은

사랑이란 종잡을 수 없는 단면체의 굴곡과 형태를

사유한 책을 읽었습니다.

 

 

프레데릭 레이턴

'실타래 감기' 1878년, 캔버스에 유채

100.4*161.3cm,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 미술관

 

처음 실에 대한 이야기를 했으니, 실에 대한 몽상을 시작으로 오늘의 이야기를

풀어갈께요. 오늘 읽어갈 첫번째 그림은 바로 라파엘 전파의 페레데릭 레이턴이 그린

실타리 감기란 작품입니다. 여성의 복종, 지독한 가부장 속에서

남성에 의한 선택만이 있던 시절, 여인들은 처녀때부터 가정을 지키는 기술로서

실을 잦고 옷을 짓고 요리하는 법을 익혀야 했지요.

 

그런데 그림 속 여인의 모습 속엔 수동성만 있는 게 아니었어요. 그녀가 깔고 앉은

호피를 보세요. 남성지배를 상징하는 그 호피를 깔고 앉은 그녀는

사실상 누구에게도 지배되지 않는 그녀 자신으로서

스스로의 사랑을 기다리며 오늘도 실을 잦는 것입니다.

사랑의 첫번째 얼굴, 바로 헌신이 그림 속에선 중의적으로 그려져 있는 것이죠

 

 

조지 프레데릭 와츠

'익사로 발견' 1849-50년, 캔버스에 유채

144.7*213.4cm, 서리, 와츠 갤러리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낭만적인 연애는 그리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요

더구나 와츠의 그림들(오늘 화가들은 다 라파엘 전파입니다)이 그려지던

시절은 그 지독한 빅토리아 시대였음을 기억하세요.

 

성적인 엄숙함, 그 배후에 감추인 여성성을 강조하는 패션이

거대한 힘으로 작용했던 시대였어요. 이 당시 가정이란 범주를 떠난 여인은

결코 다시 되돌아 올수 없었고, 그녀들이 선택해야 하는 것은 오로지 죽음이었습니다.

사랑의 두번째 얼굴-구속입니다. 와츠의 그림을 보다보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힙니다.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

'발견' 1854년, 캔버스에 유채

91.4*80cm, 델라웨어 미술관

 

 이 그림을 보면 참 마음이 아픕니다.

장사를 위해 항구에 내린 남자. 그는 가슴 아프게도 거리에서

자신과 헤어져야 했던 여인이 거리의 매춘부가 되어 있음을 발견하지요

그녀의 영혼은 그림 속 어린 양처럼 맑고 선함을 표현하지만

그녀는 이제 그로부터 얼굴을 돌려 아름다왔던 시절만을 기억하라며

고개를 떨굽니다.

 

사랑도 이런것 같습니다. 추억이 아름답고 현실은 더욱 매서운 것

그러나 그 매서운 칼날이 무디어 지기 시작할때,

진정한 친밀감과 용기가 나온다는 걸요....

 

 

에드워드 번 존스

'속아넘어간 멀린' 1873, 캔버스에 유채

186*111cm, 머지 사이드, 레이디 레버 아트갤러리

 

에드워드 번 존스의 그림은 우리에게 사랑이 가진 세번째 얼굴-열정

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 그림에는 아름다운 팔등신의 미인과  위대한 마법사

멀린이 등장합니다. 그녀의 이름은 비비안, 멀린은 무척이나 그녀를

사랑했는지 그녀를 위해 별장을 지어주고 그녀에게

마법을 하나씩 전수해주지요. 그러나 그녀는 오히려 그에게 배운

마법을 이용해, 멀린을 꼼짝 하지 못하게 한후 그의 곁을 떠나가지요.

 

사랑은 근대 산업사회의 파행으로 인해 나타난

위험사회를 견디게 하는 심리적 안정제다. 우리시대의 사랑은 신흥종교다

사랑과 종교는 모두 일상의 고통에서 빠져나와 일상성에

새로운 아우라를 줄 수 있다. 사랑은 자본주의 안에 있는 공산주의다

노랭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을 주며

이는 그를 한없이 기쁘게 한다.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 중에서

 

사랑했던 이들이 이후에 더욱 이기적이 되는 것은

사랑의 공산주의가 깨질때, 공유는 이제 자신이 더욱 가져야 할 것으로

변하면서 더욱 그 싸움은 강해집니다. 사랑의 세번째 얼굴-열정과 그것의 깨어짐이

잘 드러나있는 작품이에요.

 

 

프레데릭 레이턴

'화가의 신혼기' 1878년 캔버스에 유채

보스턴 파인아트 미술관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진정한 사랑이란 하나가 되면서도

둘로 남아 있는 상태라고 말합니다. 즉 홀로 서기 능력이

각자에게 중요하다고 말하죠.

 

사랑을 위한 자양분.....열정

그러나 그 열정은 식기 쉽고, 또한 바람결에 휘발되기 쉬운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열정이란 것도 결국 지속가능한 발전이 되기 위해서는

분배되어야 하고, 그렇게 할수 있도록 서로의 마음을 다집어야 한다고요.

김영민의 사랑 그 환상의 물매 중에서

 

레이턴의 그림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면서

사실 저 화가의 신혼기란 그림을 참 많이도 인용했고 썼습니다.

신혼이란 개념이 시작된 것도 빅토리아 시대라고 하더군요.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그녀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싶은 날입니다. 봄비가 오늘

참 지리도 오래 내렸네요.....

사랑의 네번째 얼굴-친밀입니다.

 

행복하세요, 저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이 사랑의 사랑이 어떤 방식인지는 저 또한 찾아야 하지만요.......

다른 건 몰라도 한가지는 잘 할수 있어요 여러분의 마음을 저 영혼의 실로

기워드릴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라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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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에 어울리는 노래를 아무리  찾아도 김동률의 잔향보다
나은게 없더군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