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육부가 내놓은 디지털 교과서 도입안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많습니다. 모든 지식이 디지털이란 하나의 형태로 통합되는 시점에서
미래지향적인 안이 될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은 해봅니다.(한정보조사인 '은'을 썼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또한 들더라구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오늘 소개할 작가는 강애란 선생님입니다.
이 분의 작품세계를 관류하는 것이 바로 현실과 가상현실의 경계입니다.
이 분은 디지털 문명이 잉태하는 새로운 현실을 미술로 표현하기 위해, 가장 전형적인
아날로그 매체인 '책'을 사용합니다.
원래 이분은 미디어아트쪽을 많이 하셨어요. 주로 디지털 문명에 대한
설치작업과 회화 작업을 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 끊임없이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계시죠
전시공간에는 묶여 있거나 포장된 채 보자기에 쌓여있는 책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플라스틱 박스 안에 실제 책 사이즈의 투명한 책을 만들고 그 안에 조명장치를 해서
빛을 발하고 있는 책의 모습을 표현하기도 하구요. 이런 과정에서
책의 운명이랄까....이런 면들을 참 소소하게 그려내시는 것 같습니다.
위와 아래 작품 제목이 '책의 무덤'이랍니다.
요즘처럼 디지털 논리가 예전 종이로 만들어진 지식의 방식을 흡수하고
또한 이전의 가치들을 자꾸 버리라고 일종의 압박을 가하는 시대에서
책은 천덕꾸러기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지요.
어렸을때부터 책 욕심이 많았습니다. 해외 원서들이 구하기 어렵던 시절
교수님들께 인사한번 꾸벅하고 빌려서 제본했던 많은 이론서들이며
아마존이란 초유의 인터넷 서점이 생긴이후, 그곳에 뿌린 돈을 계산하면, 아마도 아주 비싼
차 한대 정도는 충분히 뽑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사실 이 책의 향기처럼 저를 사로잡는 것이 없더라구요.
친구나 지인의 집에 갔을 때, 꼭 습관처럼 이 분들의 서재를 보는 것은 글쎄 뭐랄까
마치 이 사람들의 생의 이력서를 보는 거 같은 환상을 주었지 않나 싶네요.
꽂혀 있는 책들을 보면서, 이 사람은 주로 이런 책을 보는구먼.....
철학자 누구한테 심취했구먼...뭐 이런거죠. 책이란 것이 한 개인이
세상이란 공을 어떤 빛깔로 채색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따스한 매체란 것에는
이견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위 작품 제목이 '포장된 지식'입니다. 사실 종이책은 부피도 크고 무겁기도 하고
약간 경멸적으로 말하는 가방끈이 길다는 그 표현 속에는 일종의 보따리 속에 매몰된
지식과 그 형태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디지털 도서관, 전자책의 발흥과 종이책의 몰락
뭐 이런 무시무시한 미래적 예언을 들을때마다, 서가에 빼곡히 곶혀 있는
내 기억의 저장고들은 이제 그럼 정말 다 죽게 될까? 이런 생각에 빠져 보다가
두 눈망울에 눈물만 그렁그렁 맺힙니다......에효ㅠ.ㅠ
가장 고요할 때
가장 외로울 때
내 영혼이
누군가의 사랑을 기다리고 있을 때
나는 책을 연다
밤하늘에서 별을 찾듯 책을 연다
보석상자의 뚜껑을 열듯
조심스러이 연다
가장 기쁠 때
내 영혼이
누군가의 선물을 기다리고 있을 때
나는 책을 연다
나와 같이 그 기쁨을 노래할
영혼의 친구들을
나의 행복을 미리 노래하고 간
나의 친구들을 거기서 만난다
아, 가장 아름다운 영혼의 주택들
아, 가장 높은 정신의 성(城)들
그리고 가장 거룩한 영혼의 무덤들
그들의 일생은 거기에 묻혀 있다
나의 슬픔과 나의 괴롬과
나의 희망을 노래하여 주는
내 친구들의 썩지 않는 영혼을
나는 거기서 만난다
그리고 힘주어 손을 잡는다
김현승 시인의 '책과의 여행'이란 시를 읽다가 고개를 또 끄덕이고 맙니다.
디지털의 힘이 이 종이책을 무덤으로 만들지라도, 나는 그 거룩한 영혼의 무덤 속에서
행복하게 잠들어 보겠다고요.....아니 꼭 그렇게 하겠다고 말이죠.
유이치 아타나베의 Encounter를 골랐습니다. 올 봄 책과 멋진 조우를 기대하며.....
새로운 한주 멋지게 시작하세요
'Art & Healing > 내 영혼의 갤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그란 세상, 동그랗게 살아가기 (0) | 2007.03.15 |
---|---|
미술 속 '사이보그라도 괜찮아' (0) | 2007.03.14 |
아들과 함께 걷는 길 (0) | 2007.02.21 |
미술 속 터키탕의 모습들-은밀한 목욕 이야기 (0) | 2007.02.20 |
'위기의 주부들' 드라마 속 그림을 읽다 (0) | 2007.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