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미술 속 터키탕의 모습들-은밀한 목욕 이야기

패션 큐레이터 2007. 2. 20. 12:55

 

장 쥘 앙트완 르콩 뒤 노이

<백인노예> 1888, 캔버스에 유채, 76*61

낭트 미술관, 프랑스

 

자 이제 또 새로운 한주가 시작됩니다.

이번주부터는 정말 많이 부산해 질듯 합니다. 일도 일이지만

또 다른 한권의 번역작업이 남아 있고, 윤문하는 일도 쉽질 않을듯 합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

연휴의 마지막 날, 따스한 물에 몸을 담그고, 지난해 내 영혼에 더깨더깨 박혀버린

상처의 찌꺼기들, 하나씩 투영한 물빛 거품 위에 녹여내며, 달콤한 와인 한잔 마시고 있습니다.

 

거품 아래로 깊이, 몸을 담그며, 올 한해 행복하게 살게 해달라고

그냥 소박하게 빌어봤습니다. 오늘은 갑자기 미술 속 목욕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한번 다루고 싶더라구요. 항상 일상 속에서 뭔가 아이디어를 얻을때 곧바로 도록들을 보는 습관이

생긴것도 이런 연유가 아닐까 싶네요.

 

앙트완 르콩 뒤 노이의 <백인노예>란 작품부터 시작합니다.

원래 이 그림은 터키궁에서 일하는 백인하녀를 그린 모습이지요. 요즘 인문학에서 유행하는

'오리엔탈리즘'을 그린 작품들인데, 이 당시 그림들을 보면 이국적인 여인들이

멱을 감는 풍경을 캔버스에 자주 담아내, 색다른 정취들, 내밀하고 사적인 공간 속의

여인들의 모습을 많이 다루었습니다.

 

 

로렌스 앨머 태디머경

<카라칼라 목욕탕> 캔버스에 유채, 개인소장

 

공중목욕탕과 터키탕이 인류 최초의 미를 가꾸는 공간이었다는것은

모두가 잘 아시리라 생각해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목욕탕은 항상 격투기장 근처에

밀집해 있어, 격렬한 싸움 후에 긴장을 푸는 장소로 사용되었다고 하죠.

 

로마의 목욕탕은 오늘날의 사우나기능을 가지고 있었고 피트니스 센터의

기능을 했다고 합니다. 그림 속 카라칼라 목욕탕은 그 면적만 3.5 헥타르에 이르렀다고 해요

 

화로로 데워진 한증실에서 땀을 빼고 옆에 딸린 수영장에서 몸을 식히고

한증실도 습식과 건식 사우나를 다 소유하고 있었다고 하니

어느 시대나 권력층의 목욕은 거의 비슷한듯 합니다.

 

 

장 루이 제롬(1824-1904)

<자신의 발을 씻는 여인-하렘의 목욕탕> 1889, 캔버스에 유채

 

인상파 화가들이 파리를 강타하고 있던 시절

인상주의 화파의 방식을 인정하면서도, 이전의 고전주의적 수법들, 정확한 묘사와 사실주의풍의

그림을 통해 시대의 풍경화를 그렸던 화가 장 루이 제롬.

 

지금 보시는 두편의 그림은 그가 <오리엔탈리즘>을 화두로 해서

그린 두편의 그림입니다. 그림 속 여인들의 목욕하는 모습이 에로틱 하기 보단

사실 그냥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지나친 목욕문화는

항상 성욕의 무절제와 연관되어 비난의 화살을 받아야 했고

중세 시대에 들어오면서 이러한 공중 목욕탕은 위의 이유를 들어 음란한 장소로 찍혀야 했답니다

 

 

장 루이 제롬

<목욕하는 무어여인> 1877

캔버스에 유채, 브루 박물관, 부르장브레스

 

 사실 그도 그럴것이 이런 목욕탕은 유부녀들이 자신의 정부를 만나는 곳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인데요. 제롬의 그림 속 여인도 아마, 몸 단장을 끝낸 후

또 다른 자신의 정부를 만날지 모르겠습니다........

 

 

알프레스 스티븐스

<욕조에서> 1889, 캔버스에 유채, 오르세 미술관, 파리

 

 욕조옆에는 항상 따뜻한 이불과 함께 침대가 마련되어

휴식을 취하며 와인을 마실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나무 욕조 속엔

로즈마리, 카밀레, 분홍빛 꽃들, 수련의 뿌리를 넣어 그 정취를 더했다고 해요.

 

그러고 보면 시대가 지나도 목욕 문화는 거의 변화가 없는듯

하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하긴 뭐 옛날 사람이나 지금이나 목욕을 통해 긴장을 푸는 수법에

무에 그리 다를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에 빠지게 되네요

 

 한때, 너를 위해
또 너를 위해
너희들을 위해
씻고 닦고 문지르던 몸
이제 거울처럼 단단하게 늙어가는구나
투명하게 두꺼워져
세탁하지 않아도 제 힘으로 빛나는 추억에 밀려
떨어져 앉은 쭈그렁 가슴아
살 떨리게 화장하던 열망은 어디 가고
까칠한 껍질만 벗겨지는구나
헤프게 기억을 빗질하는 저녁
삶아먹어도 좋을 질긴 시간이여

 

최영미의 <목욕> 전편

 

켜켜히 쌓여진 앙금들, 마음의 상처들 이제는 거품 속으로 깊이

내려 보내며 새로운 한해를 위한 멋진 시작을 위해 우리 자신을 던져야 할 시간입니다

올해는 참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소라의 <봄>을 골랐습니다. 이미 마음속에

와버린 연녹빛 봄의 시간을 기다리며.....

 

22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