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샤넬-미술관에 가다

바비스토리-공주님 우리 공주님

패션 큐레이터 2006. 10. 16. 03:44

 

제 프로필을 보신분은 의아해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항상 관심분야에 인형디자인이라고 써놓기 때문이지요.

모처럼 쉬는 주말, 전쟁 기념관에서 열리고 있는 바비 스토리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인형을 좋아하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특히 바비인형을 오랜동안 좋아했고

상당한 금액의 돈을 투자해왔던 콜렉터로서 바비에 대한

제 열정은 상당한 편에 속합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저는 패션과 미술사를

공부하는 걸 굉장히 즐깁니다. 특히 복식사를 공부하면서 만나는 다양한 옷들과 역사적인 의복들

을 패턴책이나 복식사를 통해서 하나씩 꼼꼼히 살펴봅니다.

 

 

그런데 이 패션이란 것이 인체란 3차원의 형태에 입혀지는 것이다 보니

실제로 의복구성을 해보기 전에는 옷에 대한 제대로 된 감각을 얻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 보니 그 대안으로 좋아하게 된 것이 이 패션 인형

바비를 통해 옷의 형태를 살펴보고 착장 상태를 연구해보고 할수 있었던 것이죠

 

사실 패션인형의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습니다.

18세기 초 절대주의 시대, 루이 14세는 자신의 왕권강화를 위해

이 패션인형을 만들어 당대의 최고 패션을 입혀서 유럽 각국의 왕궁에

보내게 되거든요. 이것이 바로 패션 인형의 시작입니다.

패션 저널리즘의 효시라고 볼수 있지요. 이 인형의 복식을 통해서

당시 패션의 정보들을 전달했으니까요

 

 

1959년 발명가였던 루스 핸들러는

자신의 딸 바바라가 항상 종이인형을 가지고 노는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보면서

왜 이 아이들이 인형을 가지고 노는걸 좋아할까? 거기엔 무슨 이유가 있는걸까?

하고 생각하면서 이 바비 스토리는 시작됩니다.

 

어른이 되고 싶은 욕구 때문에 예쁘고 눈이 동그랗고

늘씬한 스타일의 입체인형을 만들어 딸의 친구로 만들면 어떤가하고요

바바라와 그 친구들은 인형을 가지고 마치

그들이 여대생이나 치어리더 또는 전문직 여성인양 흉내를 내며

노는 것을 좋아했다고해요. 이에 루스는 곧 어린 소녀에게 자신이 바라는

미래의 성공적인 여성상을 가장한 놀이를 하는 것이 그들이 자라나는데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죠.

 

그렇게 개발하게 된 바비인형....딸의 이름을 딴 바비는

1959년 세계의 대 파란을 일으킵니다 

뉴욕의 장난감 박람회에서 회의적인 장난감 비평가를 놀라게 했던

그녀의 미모, 매력과 카리스마는 짧은 시간에 청중들을 끌어들입니다

소녀들은 그녀를 찬양했고 다음해에 성인과 아이들은 기록적으로 그녀를 모았다지요

 1959년 처음 생산된 이래 전세계 150여 개국에서 매 2초마다 하나씩,

하루에 17만 1천 8백 개가 팔리는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 합니다

 

 

이런 바비의 스토리를 보면 두가지의 이유가 나옵니다.

어른이 되고자 하는 여자아이들의 역할 모델이 되어 주었다는 것이죠

그도 그럴것이 이러한 경향에 맞추어

 

바비인형의 제조사인 마텔사는 당시의 전문직 여성의 이미지를

인형에 도입해 다양한 형태와 디자인의 인형을 만들게 되지요.

상대적으로 여성의 사회진출이 어렵던 시절 바비인형은 여아들의 대리적인

만족까지 주었던 모양입니다.

 

 

그 이후로 바비의 역사는 곧 패션의  역사라고 할 만큼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은 이 바비의 옷을 디자인하기를 희망했다지요.

우리가 알고 있는 패션 디자이너들.....파리의 유명디자이너들은

하나같이 이 바비의 옷을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한때 항상 남성에게 종속되는 이미지의 바비를

페미니스트들이 공격하게 되면서 바비의 디자인에도 다소 수정이 가해지지요

남성들의 세계에서도 당당하게 맞서는 여성의 이미지를 도입하게 된 것이죠

가령 위의  사진처럼 페라리 바비가 나오게 된것이죠

 

 

사실 바비의 이러한 인기에도 불구하고

바비는 항상 어린여아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사실 최근에 들어와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해져가고 있죠

 

독일 매춘부의 몸매를 빌려 만든 바비는

그 의욕적인 의지에도 불구하고 항상 남성의 시선에 길들여지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종속된 여성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도 사실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비의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모든 장난감들도 IT 기술이 접목되고 있고

디지털 기술이 들어간 장난감들이 대세가 되어가는 터라

기존의  바비가 보여준 매출은 이제 예전의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긴 합니다.

 

 

마텔사의 매출구성중 바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그 예전의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옛유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비와 함께해온 수많은 인구들이 있다보니

 

이제 바비는 어느덧 그들과 함께 살아가면 숨쉬고 나이먹어 가고 있나봅니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그런 친구 바비를 하나씩 자신의 장식장에

콜렉터용으로 모으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바비가 80년대 중반 백인이미지를 고착시킨다는 비난을 받으며

세계의 민속의상 시리즈를 만들었는데 이제 한국의 한복을 입은

바비가 당당하게  전시회에 섰습니다.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시몬느 보바르 여사님의

말을 기억합니다. 사회적 구성체가 되기 위해

어린시절부터 들고 다니며 자신의 미래를 투사했던 이 바비도 이제

점점 역사의 한쪽으로 지워져 가겠지만

그래도.....저 바비의 모습엔 저도 이미 중독된지 오래인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