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땅과 인간 그리고......사랑

패션 큐레이터 2004. 4. 4. 21:48

 

 

『임옥상의 가장 큰 덕성은 생명력, 곧 변화와 경험에 대한 적극성과 능동성이다. 이것이 임옥상의 밑천이고 장점이다. 생존의 강렬하고 끈질긴 에너지, 자기 긍정의 정신, 건강한 상식과 깨어 있는 의식, 욕심과 근면성, 기업성과 기획성, 빠른 눈치, 단순화의 힘, 빠르게 중심으로 들어가기, 이런 것들이 임옥상의 기본 생존 능력이자 생명력이다.』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그림을 읽는 두번째의 시간입니다. 오늘 제가 고른 작가는 바로 민중미술의 이름....아마도 그의 이름 앞에는 항상 일종의 정신적 고문처럼 그에게 따라 붙는 민중미술가라는 딱지가 운명지워진 헤스터 프린의 주홍글씨처럼 새겨져있는 작가....바로 임옥상 선생님입니다.

 

임옥상은 쉽게 그리기의 자유로움으로, 그 뻔뻔스런 오리 궁둥이 춤으로, 당대의 사회 현실과 문화를 가로지르며 금기와 억압과 불안을 조롱하고, 두려움과 허위의식을 폭로하고, 황량한 전근대의 들판에 저항의 들불을 지피는 일을 즐겼습니다.

 

쉽게 그리기의 그 자유와 용기는 여러 겹의 저항을 내포한다. 그것은 사회로부터 유리된 기존 미술의 신화와 허구에 대한 거부이자 당시 사회 속에서의 언론과 대학, 문화계 등 지식인 사회의 무력감에 대한 자괴감의 표현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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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옥상은 그 특유의 쉽게 그리기의 자유와

때로는 무슨 암호나 수수께끼 같은 혼성적이고

기이한 회화 형식으로, 자기가 건너고 있는 한 시대의 착잡하고

복합적인 양상을 폭로하고 은유하고 저주하고 선동하는 일을 쉬지 않고 했습니다.

이런 일에 있어서 그는 단연 다른 사람의 추종을 불허하는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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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임옥상의 그림을 좋아했던 것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대학 2학년때 우연히 보게 된 그의 그림....대지와 인간과 수탈에 대한

그리고 노동에 관한 그의 철학이 용해된 푸른빛이 도는 그 그림속에

낫을 든 우리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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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그림속에는 항상 쾡한 눈의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땅의 사람들과 노동에 대해서 그의 그림은 사유합니다. 땅이 전부인 사람에게

그것은 결코 소유되거나 판매될수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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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그가 30여년간 투쟁하며 그려온 자신의 생과 그림에 대해 한편의 책을

썼던 적이 있습니다. '누가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지 않으랴' 란 제목의 책

이 책을 느린 속도로 읽어가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 시절 상계동 철거민촌에서 목사님과 함께 교회를 세워 활동을 하던 시절

너무나도 대조되는 삶의 양식과 법칙 위에서 고민했던 제게 단비처럼 다가왔던

안병무 선생님의 '민중신학' 시리즈와 그 정신적 향방들은 사실상

대학 초기 제 정신적 토양의 빛깔들을 규정하게 만들었다고 보아야 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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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만난 임옥상의 그림은 수탈된 대지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철거민촌과 노동의 도구를 든 인간들

그리고 지워지지 않는 체계 속에서의 소외의 문제

항상 그의 그림 속에는 제가 상처받고 고민했던 많은 것들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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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책에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랑'입니다

"미술은 사회에 뿌리를 박고 있는 나무와 같다"며 "양분을 땅으로부터 빨아들여 잎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나무처럼 미술도 답답한 전시관을 벗어나 열린 사회와 일반인들의 삶 속으로 돌아가야 한다" 고 그는 말합니다. 미술과 사회...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예술 사회학의 가장 본령이 되는 철학을 그는 자신의 그림을 통해서 구현하고자 노력한 화가 이전에 사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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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의 책에서 느껴지는 것은 변화하고 있는 그의 시각입니다

'견고한 모든 것들은 대기속으로 용해된다'는 마르크스의 말을 항상 저는

기억합니다. 세월이 흘러 포스트란 접두사가 붙지 않으면 규정되지 않는 사회적

양식 속에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그 예전 마르크스의 저 말은 저를 항상

설레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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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만의 문제로서 모든 것을 읽어갈수 없기에

우리가 깨뜨리고 부수어야 할 것은 너무나도 우리내 생에 풍경에 널부러져 있음을

그렇게 그의 글과 그림을 통해 배워가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견고한 모든것들도 언젠가는 허물어지고

거기에 새로운 인간의 숲이 서고 다시 한번 상처받은 고름난 자국엔

새살이 돋아나듯.....시간과 사람 그리고 이 모두를 지나는 바람의 흔적 속에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할 진정한 견고함과 진정성....바로 사랑에 대한

희망을 꿈꾸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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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내 마음속에 서슬 퍼런 내 자신의 자화상을 그려봅니다.

푸른 녹청빛 감도는 대나무 십자가를 들고 저 하늘 아래 이름없이 죽어갈

그런 각오를 과연 나는 할수 있을지요

 

싸우는 것과 화해하는 것

이 두가지 긴장의 줄다리기 위에서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하는것은 바로 이 모두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풍경의

연장선임과 동시에 함께 존재하기에 서로 껴안아 가야 하는 것임을

그렇게 세월은 내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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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처럼 맑은 사람이 되고 싶다

햇살같이 가벼운 몸으로 맑은 하늘을

거닐며 바람처럼 살고 싶다. 언제 어디서나
흔적없이 사라질 수 있는 바람의 뒷모습이고 싶다.

하늘을 보며, 땅을 보며 그리고 살고 싶다.

길 위에 떠 있는 하늘,

어디엔가 그리운 얼굴이 숨어 있다.

깃털처럼 가볍게 만나는 신의 모습이

인간의 소리들로 지쳐 있다.

 

불기둥과 구름기둥을 앞세우고

알타이 산맥을 넘어 약속의 땅에 동굴을 파던 때무터 

끈질기게 이어져 오던 사랑의 땅  눈물의 땅에서, 이제는 바다처럼 조용히
자신의 일을 하고 싶다. 맑은 눈으로 이 땅을 지켜야지.

 

서정윤의 '희망'

 

우리안/밖에서 여전히 확실하게 기다리는 희망을 생각합니다.

삶이 힘들수록 저 대지에 붙박이며 살아가는 우리들이 아름답기에

오늘도 생은 나를 돌며 춤을 춥니다....여러분 모두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