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달에도 치자꽃이 피는 신방에서 신혼일기를 쓴다 없는 것이 많아 더욱 따뜻한 아랫목은 평강공주의 꽃밭 색색 의 꽃씨를 모으던 흰 봉투 한 무더기 산동네의 맵찬 바람에 떨며 흩날리지만 봉할 수 없는 내용들이 밤이면 비에 젖어 울지만 이제 나는 산동네의 인정에 곱게 물든 한 그루 대추 나무 밤마다 서로의 허물을 해진 사랑을 꿰맨다 ‥‥‥가끔‥‥‥ 전기가‥‥‥ 나가도‥‥‥ 좋았다‥‥‥ 우리는‥‥‥
새벽녘 우리 낮은 창문가엔 달빛이 언 채로 걸려 있거나 별 두서넛이 다투어 빛나고 있었다 전등이 촉수를 더 낮추 어도 좋았을 우리의 사랑방에서 꽃씨 봉지랑 청색 도포랑 한땀 한땀 땀흘려 깁고 있지만 우리 사랑 살아서 앞마당 대추나무에 뜨겁게 열리지만 장안의 앉은뱅이저울은 꿈쩍도 않는다
오직 혼수며 가문이며 비단 금침만 뒤우뚱거릴 뿐 공주의 애틋한 사랑은 서울의 산 일번지에 떠도는 옛날 이야기 그대 사랑할 온달이 없으므로 더더욱.....
나는 개인적으로 시인 박라연을 좋아한다.
그녀의 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녀가 진솔하고 참 욕심없는 사랑을 꿈꾸었던 사람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남편은 무용을 한다.
나도 개인적으로는 무용을 배웠었고 지금도 그 꿈은 유효하게 내 기억의 잔상속에
남아 있다. 이제는 무용에 대한 글을 쓰고 평론을 쓰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지만 말이다.....
대학 2학년때였지 싶다. 그녀의 시집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읽게 되었던 것이....
유쾌하면서도 내 가슴속에 멍울진 상처의 현존을 바로 보게끔 도와준 글들이었다
이제 내 나이 서른 두살.....결혼이란걸 생각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음을 주위로 부터 들을때마다 난 아직도 용기가 없음을 여러번 확인할때가 많다.
나를 잡아줄 평강공주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그건 아닌데...라고 말하고 싶은데 썩 용기가 나지 않는 이유가 무얼까...적어도 용기없는 사랑은 의미가 없다고 말하고 싶은데.....서울에는 나를 사랑해 줄수 있는 평강공주가 있을까?
내일 봄바람이 불면 마로니에나 나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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