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Exodus for Freedom
오늘은 멕시코 출신의 세계적인 다큐멘타리 사진가인 세바스챠오 살가도의 작품을 읽는 두번째 시간입니다. 오늘 칼럼의 제목을 '당신들의 출애굽기' 라고 지어 보았습니다. 삶의 터전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것. 그 예전 이집트를 떠나 약속의 땅으로 가는 유태인들의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계속됨을 배웁니다. 오늘 다루는 이미지는 살가도의 장기 프로젝트였던 Migration 시리즈에서 뽑았습니다.
저번 시간에도 짧막하게 말씀드렸듯 작가 세바스차오 살가도는 상파울로 대학에서 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습니다. 세계은행을 위해 경제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수많은 지역의 사람들이 경제학의 이상성과는 매우 상이한 환경속에 놓여진채 살아가는 모습에 경악합니다. 전례 없는 전반적인 풍요에도 불구하고 현대 세계의 대다수 사람들은 여전히 놀랄 만한 권리의 박탈과 궁핍 그리고 억압의 세상에서 살고 있고, 계속되는 빈곤, 광범위한 기아, 기본적인 권리뿐만 아니라 기초적인 정치적 자유의 침해, 여성의 이익과 행위에 대한 소홀함, 경제적·사회적 삶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악화되어 가는 위협 등 다양한 권리의 박탈은 빈곤한 나라에서뿐만 아니라 부유한 나라에서도 여러 형태로 관찰되고 있습니다. 경제학자 아마티아 센은 '자유로서의 발전'이란 자신의 책에서 개인을 단순히 분배된 혜택을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변화하는 능동적 행위자로 보고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그의 사진속에 걸려든 많은 불법 이주민들과 그들을 감금해 놓은 국가별 강제노동자 캠프의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는 시각은 그들또한 자신의 자유와 주어질 혜택과 은혜를 위해 탈출을 택한 존재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위의 강제노동자 캠프의 입구에 놓여진 조악한 형태의 자유의 여신상과 그녀가 들고 있는 비둘기의 이미지를 봅니다. 그들만의 출애굽은 대부분의 경우 실패로 끝나 다시 강제로 송환되는 운명을 밎습니다. 해변가에 서있는 여인의 모습을 봅니다. 모래사장에 쓰여있는 글들-미국으로 가는것 만이 희망을 위한 패스포트이다-을 보면서 저 베트남 여인의 마음속에 응어리진 그들만의 역사와 상처를 봅니다.
'겨울 숲에는 눈이 내리고 있다. 도시에서 지금 돌아온 사람들은 폭설주의보가 매달린 겨울 숲에서 모닥불을 지펴놓고, 대륙에서 불어오는 차가움을 녹이며 조금씩 뼛속으로 파고드는 추위를 견디며, 자기 몫의 봄소식에 못질을 하고 있다. 물푸레나무 숲을 흔드는 이 지상의 추위에 못질을 하고 있다. 가까이 오라, 죽음이여 동구 밖에 당도하는 새벽 기차를 위하여, 힘이 끝난 폐차처럼 누워 있는 아득한 철길 위에 새로운 각목으로 누워야 하리. 거친 바람 속에서 밤이 깊었고 겨울 숲에는 눈이 내리고 있다. 모닥불이 어둠을 둥글게 자른 뒤 원으로 깍지낀 사람들의 등뒤에서 무수한 설화가 살아 남은 자의 슬픔으로 서걱거린다' 고정희의 '땅의 사람들-서시' 전문
땅을 찾아 떠나는 그들의 출애굽은 오늘도 계속됩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은혜를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이들을 통해서 말이죠. 순환되는 삶의 고리속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땅의 힘에 단순하게 굴복하기를 거부하기에, 그들의 여정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그렇게 믿고 싶었습니다. 출애굽이란 지금 내가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으로 부터의 해방과 탈출입니다. 내가 규정하고 내가 믿는 바대로 해주기만을 바라는 절대자의 모습이 아닌, 그의 선한의지를 통해 결연할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만이 보여줄수 있는 '그들만의 여행'이 되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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