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빛으로 그린 그림

물이 바다 덮음같이...린다 트렐러의 사진

패션 큐레이터 2004. 2. 2. 01:16

S#1-Healing Water

 

오늘 주제는 물에 관한 상상력을 다루어 보려고 합니다.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진작가 린다 트렐러의 작품을 읽는 이유는 그녀의 사진이 세계의 다양한 온천과 그 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 인간들을 통해 물의 치유적인 의미들을 상징화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있는 벤쿠버에는 아주 좋은 온천이 하나 있습니다. 차를 타고 2시간 남짓 가면 해리슨 온천이란 곳이 있지요. 사실 이 글도 그곳을 다녀와서 작은 여행의 후기삼아 써보려는 것입니다.

 

린다 트렐러의 작품속에 드러나는 물은 그 경계가 모호합니다. 물과 인간의 결혼, 혹은 결합. 그것을 통해 그녀가 말하고 싶은 메세지는 무엇일까 궁금해 졌습니다.그녀는 항상 물속에 잠겨 있는 인간을 클로즈업으로 촬영해서 물과 공기의 경계선을 모호하게 만드는 촬영방식을 사용합니다.물속에서 경험하는 전인적인 엑스타시를 포착하려는 노력을 시종일관 보여줍니다. 물의 흐름과 움직임 속에서 치유되는 인간의 형상들을 그려내는 것이죠.

 

 

S#2-Reflection on Water's Movement

녀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선 물의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상징성들을 이해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첫째로 물은 생명의 근원의 의미가 있습니다. 수메르어의 a 는 '물'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정액, 수태, 생산'도 의미한다지요. 예컨대 메소포다미아의 조각에서 물이나 상징적인 물고기는 풍요의 표구요. 와쿠타 섬의 신화에서 여자의 몸에 빗방울이 닿았기 때문에 처녀성을 잃었다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물이 귀한 아프리카지역의 문화에는 물은 생명을 뜻합니다. 사막지역은 물을 중심으로 식물이 성장하고, 이에 따라 인간이 거주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둘째로 모든 창조물의 근원이라는 것입니다. 중국의 유명한 사상가인 왕양명은 '수오훈(水五訓)'에서 말하기를 "물은 스스로 움직여 다른 것을 움직인다. 물은 언제나 살아 움직인다. 생명체로서 살아 있고 움직여 흘러가면서 살아 있다. 그래서 그 속에 살아 있는 것들을 키우고 그 곁에 온갖 풀과 나무 꽃과 생명체들을 살아 움직이게 한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S#3-Indulge Myself with Grace of water

셋째로 물은 정화를 의미합니다. 물은 모든 형태를 부술 수 있고 - 노아의 홍수에서 보듯이 - 모든 역사를 폐기시킴으로써 정화와 재생의 의미를 가집니다. 여기서 말하는 정화라는 것은 재창조(Reconstruction)을 전재로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흔적과 상처를 깨끗하게 지워내는 것. 이것이 바로 물의 역동성이 인간을 위해 베풀수 있는 선물이라는 것입니다

 

넷째로 물은 지혜를 나타냅니다. 물의 상징속에서 지혜의 개념은 근동 뿐 아니라 서양과 동양의 사고 속에서도 공통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게르만족에게 있어 미리르 샘물은 지혜를 상징하는데, 그 물은 아주 귀하게 여기기 때문에 물을 마시려면 최고신의 명령에 따라야 합니다.

 

지막으로, 우리네 어머니들은 어떤 어려움을 당하거나 간절한 기원을 위하여 새벽에 일어나 먼저 몸을 물로 씻고(沐浴齋戒), 날이 바뀌어 아무도 뜨지 않은 우물에서 물 한그릇을 떠다가 제물삼아 하늘에 치성을 드립니다. 여기서 물(精華水)은 소원을 이루고자 하는 매개체로 쓰이지요. 이러한 물의 쓰임새는 다른 문화권의 어떠한 상징보다도 특별한 상징입니다.

 

 

성경을 읽다보면 물과 관련된 많은 사례들을 읽게 됩니다. 물은 곧 그들의 문둥병을 낳게 하는 매개체였고, 세상의 압력과 상처속에서 영혼히 목마르지 않음을 부여하는 신의 선물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목마름은 물은 찾는 사람과 그것을 줄수 있는 사람들 사이에 하나의 관계를 만드는 만남의 장이 되기도 합니다. 어머니와 다녀왔던 많은 온천들을 생각해 봅니다. 어린시절 엄마를 따라 가는 온천은 항상 뜨겁고 들어가기 싫은 장소이곤 했습니다.

그 뜨거운 물속에서 시원하다고 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이해하기 어려웠지요. 세월이 흐르고 바라보는 어머니의 얼굴엔 더욱 많은 세월의 금과 노역이 패어있음을 봅니다. 이렇게 글을 쓰면 웃으실까요? 이제는 어머니와 함께 뜨거운 온천욕에 들어가도 같이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낼만큼 따스한 온천수는 우리 두 사람에게 치유의 힘을 갖는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이죠.

 

 

'요즘들어 부모님 생각이 부쩍 많이 납니다. MBA과정도 이제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시점에서 때아닌 짙은 노스텔지어에 빠져 가고 있는 제 자신을 봅니다. 참 못난 아들이었음을 아무것도 제대로 해드린 것이 없는 무력한 아들이었음을 고백할때 마다 제 안에는 상처의 무게가 커짐을 봅니다. 새벽에 일어나 맑은 물 한사발의 정화수는 아닐지언정 항상 차가운 교회 의자 구석 자신의 온기로 데우시며 아들을 위해 기도하셨을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꼭 다음에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모시고 따스한 온천욕을 하고 싶은 욕망이 불현듯 듭니다.

 

이 바다를 덮음같이 내 안에 계신분을 사랑할수 있도록 평생을 통해 저의 성장속에서 손을 모으셨을 부모님을 위해서 이제는 제가 새벽에 일어나야 할 때임을 알게 됩니다. 사랑합니다. 여러분 오늘 하루 행복가득하세요.

 

[출처]뮤크박스 이루마의 'Autumn Scene'

 

오늘 들으시는 곡은 이루마의 연주로 듣는 Autumn Scene입니다. 가을이 깊어 갑니다. 겨울이 오기전 오늘은 사랑하는 부모님과 함께 따스하게 몸을 덥히는 일을 해보는것은 어떨지요. 행복하세요

 

김홍기의 사진읽어 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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