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Reflection on Fashion Photography
오늘 고른 테마는 패션사진입니다. 옷이란 걸 다루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옷이란 인체위에 덧입혀 지는 일종의 조형이자 건축이라는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의 철학을 좋아했기에 전위적인 의상에서 부터 다양한 소재와 텍스쳐로 만들어지는 인체의 집을 사랑하게 되었지요. 예전 '하퍼스 바자'나 '보그'지 등을 빼놓지 않고 꼼꼼히 읽곤 하던 시절, 제 시야에 들어온 한명의 패션작가가 있습니다. 바로 프랑스 패션사진작가인 '빠뜨리크 디마쉘리에'입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이르기까지 본격적으로 시작된 순수예술과 상업미학의 결합 혹은 공진화(coevolution-함께 진화함) 는 패션사진에서 부터 그 미학적 기치를 시작하게 된다고 보아도 무리가 아닐만큼, 패션사진은 제품의 이미지와 이에 합당한 인체의 이미지를 조합하는 기술들을 세련되게 만들어 갑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패션 사진작가 '빠뜨리크 디마쉘리에'의 작품세계를 살펴보는 일은 패션의 역사라고 불리우는 '보그'와 하퍼스 바자'의 대표작가로서 당대의 패션 트렌드를 포착해왔던 당시의 노력을 읽어가는 것이 될것이구요. 어떻게 인체위에 덧입혀 지는 패션이 예술과 상업의 경계위에서 오롯하게 설 수 있었는가를 살펴볼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의 사무실이 위치하고 있는 맨하탄의 첼시아 거리에서 패션과 모델들에게 속사포처럼 말을 쏘아 대는 한 남자를 발견합니다. 프랑스악센트를 가지고 쉴새없이 수다를 떨어대는 한 남자. 헝클어진 머리와 궤변으로 뉴욕과 영국 그리고 이탈리아의 '보그'지를 사로잡은 남자. 바로 빠뜨리크 디마쉘리에'입니다.
1943년 프랑스 파리 부근에서 태어나 항구도시였던 '르 아브르'에서 자라났던 디마셀리에는 17살때 처음으로 카메라란 것을 자신의 생일선물로 받게 되지요. 그가 자라난 항구도시는 세계적인 인상주의 패션 사진작가 '외젠느 부뎅'이 태어난 곳이기도 합니다(이분의 작품에 대해서는 차후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사진현상과 여권사진을 찍어주는 일로 생계를 꾸리던 그는 20살이 되던해 파리로 이주를 하고 그곳에서 그 당시 '노바'지와 '보그'지의 사진작가였던 한스푀러의 조수가 됩니다. 그 후 자신의 탁월한 사진솜씨를 인정받아 '마리 끌레르'와 '엘르'지의 패션사진들을 맡게 되고 '표현성,감성,살아있는 생동감'이라는 세가지 자신의 사진적 특질을 잘 살려왔던 그는 드디어 미국판 '보그'지의 크레이티브 디렉터였던 알렉산더 리버만에게 픽업되어 맨하탄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히게 되지요. (미국으로 이주한 후 그는 'Face'연작 을 내 놓습니다. 즉 미국 최고의 모델들 (신디 크로포드나 크리스티 털링턴)의 얼굴을 주로 찍는 작업을 하게 되지요. 두번째 칸에 털링턴의 얼굴이 보이네요.
지난 10년동안 디마쉘리에는 패션 사진계에서 가장 테크닉적으로 뛰어난 사진작가로 자리잡게 됩니다. 그에게 영향을 미쳤던 많은 사진작가들- 예를 들면 리차드 아베든, 어빙 펜, 에드워드 웨스턴같은-의 체취가 뭍어났던 과거의 사진은 이제 그 만의 톡특한 빛깔을 획득하기에 이르지요. 그는 인상주의 회화와 현대회화 작품의 수집가로도 알려져 있구요. 고갱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그의 말처럼 그의 사진에는 원초적 빛의 역할과 대기 그리고 물의 심상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흔적들이 보입니다. 최근들어서는 바스키아 같은 현대작가들의 작품을 사들이고 공부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최근의 미국회화의 세 거장 '클레멘트''바스키아''샤프' 이런 사람들의 작품과 그의 사진이 공유하고 있는 속성은 '실제적인 것'과 '상상적인 것' 이 양자에서 드러낼수 있는 조악한 거칠음의 아름다움에 있다고 합니다. (위의 사진은 1993년작 '블루'시리즈 중의 하나입니다-푸른색과 검은 피부의 강한 대조가 눈에 띠지요)
그는 말합니다 '좋은 사진이란 매일 매일 수없이 찍어대는 것으로 부터 창출되는 것이다' 어떤 날은 좋은 사진을 얻을수도 있고 또 어떤 날은 그렇지 못할때도 있기 때문이다' 라고 말이죠. 생에 대한 부지런함이 드러나는 말입니다. 그는 또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조화와 안정에 기반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야 말로 작가의 과제라고 말이죠. 현대회화와 함께 공존하며 진화하기를 꿈꾸는 그의 패션사진에는 바로 이러한 실험과 안정감이 동시에 자리잡고 있다고 볼수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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