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빛으로 그린 그림

거리에서

패션 큐레이터 2004. 1. 30. 23:15

S#1-At the Night Street

 

오늘은 밤의 이미지를 담아내는 작가 크리스 조던의 작품들을 골라보았습니다. 크리스 조던은 시애틀에 자신의 기반을 두고서 오랜동안 거리와 도시의 풍경, 특히나 밤의 시간 속에서 쓸쓸한 도시의 풍경을 담는 것으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앞으로 4회정도에 걸쳐서 시애틀의 다양한 일면들과 모습들을 사진을 통해서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2회에 걸쳐서 시애틀의 밤거리와 도시의 가로수 이미지들을 보여드리고 나머지 2회에서는 본격적인 시애틀 여행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벤쿠버와는 거리적으로 2시간 정도의 근린에 위치합니다. 이곳 벤쿠버와는 아주 다른 이미지의 도시로 보여졌던 시애틀에서 보낸 깊어가는 가을 한철의 이야기입니다.

 

 

S#2-In the Silence of Night

 

여행을 할때면 사람들은 일련의 호기심 속에 밤거리를 한번 거닐어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는것 같습니다. 밤이 되면 마음이 많이 포근해 집니다. 낮의 시간에 부대껴버린 삶의 흔적들을 조금씩 추스리고 갖 끓여낸 녹차 한잔을 길어내 마셔봅니다. 밤에는 외로움과 동시에 낮에는 가져 보지 못한 다양한 욕망들이 꿈틀거림을 느낍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저 밤의 여신인 뉙스는 혼자만의 힘으로 여러자식을 낳았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뉙스의 자식으로는 게라스(Geras, 노쇠), 타나토스(Thanatos, 죽음), 휘프로스(Hypnos, 잠), 모르페(악몽), 모모스(Momos, 비난), 오이튀스(고뇌), 필로테스(Philotes, 애욕), 에리스(Eris, 불화), 아바테(Apatis, 거짓말), 네메시스(Nemesis, 복수)가 있습니다. 우리가 죽음, 노쇠, 악몽, 고뇌등을 두려워 하는 것도 이들이 밤의 여신의 자식인 까닭입니다

 

 

S#3-Unfailing Love encircling the City

 

에머랄드빛 도시란 애칭을 가진 시애틀의 밤은 크리스 조던의 사진속 이미지처럼 다양한 필터로 걸러진 빛깔처럼 화려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빛의 힘이 다한 밤의 시간속에서도 도시는 그저 고요히 자신의 모습을 견지하며 밝아올 아침의 시간을 기다릴 뿐이라는 것입니다. 내륙 수로를 통해 연결되는 경제도시. 경제뉴스에 빠지지 않는 쟁쟁한 이름들의 회사들이 포진하고 맥 라이언의 미소가 빛났던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잠'이 연상되는 바로 이곳. 하지만 여느 도시와 그다지 다를바 없는 밤의 진부함 속에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낍니다.

 

 

"거리에서 한 남자가 울고 있다. 사람들이 오가는 도시 한복판에 모두가 타인인 곳에서, 지하도 난간 옆에 새처럼 쭈그리고 앉아 한 남자가 울고 있다. 아무도 그 남자가 우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거리에서 한 남자가 울고 있다. 한 세기가 저물고한 세기가 시작되는 곳에서 모두가 타인일 수밖에 없는 곳에서 한 남자가 울고 있다. 신이 눈을 만들고 인간이 눈물을 만들었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가 우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나는 다만 그에게 무언의 말을 전할 수 밖에 없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눈물이라고" 류시화의 '거리에서' 전편

 

이유없이 하염없이 그렇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도대체가 알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다시 뒤돌아 보면 그리 슬프지만도 않습니다. 이 얼어붙은 차가운 도시를 얼르고 도는 절대자의 끊이지 않는 사랑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밤거리를 활보할때면 어느 누구보다도 당당합니다.

 

 

경제적으로 궁핍한 시대. 최저 도시 극빈층이 점점 더 증가하고 부유한자들의 배는 더욱더 불러가는 불평등의 시대에 어디에도 갈곳이 없는 이땅의 상처 받는 사람들을 위해 한편의 시를 지어야 겠다고 마음먹어 봅니다. 점점 더 깊어가는 이 가을의 시간엔 풍성한 수확의 장에서 소외된 많은 사람들을 생각해야 할 시간이기도 한것을...삶은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이라고 우겨보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출처]뮤크박스 김광석의 '거리에서'

 

오늘 들으시는 곡은 동물원의 '거리에서'를 골아보았습니다. 김광석의 목소리를 들을때 마다 서른즈음 참 쉽지 않았을 그의 생이 생각납니다. 오늘 하루 행복한 하루 되시구요.

김홍기의 사진읽어 주는 남자